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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Jul 02. 2022

[인터뷰] 친환경 비건 육아 추현욱 김지영 부부

*  내용은 <투룸매거진> https://www.2roommagazine.com/ 13(2022 01) 수록된 내용으로 편집장님의 허락하에 업로드니다. <투룸매거진> 웹사이트에서 찾을  있는 13호에서는  많은 사진과 함께 보실  있습니다. *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비건 육아를 실천하는 추현욱 김지영 부부


“저는 돈을 적게 버는 게 목표예요.”

유튜브 <ApatoProject비건-기후채널>과 <서울 클라이밋 세이브>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기후활동가 추현욱 님은 본업을 돌봄 노동이라고 소개했다. 영상매체 특수분장이라는 화려한 일을 하다가 만난 이 부부는 이제 건강한 자연식물식, 적게 벌고 쓰는 갖는 삶에 만족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중이다. 가야와 솔, 두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한 추김 가족의 육아 방식과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에디터 미지수 사진제공 추현욱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추현욱(이하 추): 캐나다 밴쿠버에서 비건 육아를 실천하는 돌봄 노동자입니다. 돌봄 노동자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요, 그냥 애 아빠예요. 애 아빠. 아이는 부부가 함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본적으로 함께 육아하지만 요즘은 아내가 동네 마켓에서 플로리스트 겸 판매로 주 3~4일 정도 일을 해서 저는 주로 집에서 아이들 밥 먹이고, 재우고, 키우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혹시 육아 이외에 따로 하시는 일도 있나요?


추: 메트로 밴쿠버에 유통되는 미즈리김치Ms Lee’s Kimchi라는 비건 김치 공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그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정말로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육아 퇴근 후 SNS를 통한 동물권 및 기후정의 활동이예요. ‘기후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된 개인 계정과 서울클라이밋세이브Seoul Climate Save 계정을 관리해요. 멸종반란한국Extinction Rebellion Korea과 가오클Guardians of Climate 단체의 활동에도 간접적으로 참여하고요, 또 아파토프로젝트(ApatoProject비건-기후채널)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데 주로 비건 육아에 대해 다루고, 기후 위기 관련 해외 영상을 번역하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캐나다에서 살게 되신 건가요?


추: 캐나다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대조영, 천추태후, 대왕 세종 같은 사극 작품 특수분장을 하는 분장사로 일을 했어요. 마침 같이 일하던 동료 덕분에 ‘밴쿠버 필름스쿨’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영어공부도 해서 간신히 그 학교에 입학했어요. 일년동안 공부를 하고, 토론토의 IMATS 라는 메이크업 박람회에 출전해 캐릭터 메이크업 분야 1등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그리고는 분장 재료들을 다 처분하고 그 일을 그만두었어요.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머나먼 캐나다까지 오게 만든 일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추: 그 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학교 졸업생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요. 아내랑 많은 대화를 하고, 결혼도 하면서 분장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같이 비건 지향을 하게 되면서 동물실험을 하는 화장품도 그렇고, 대부분 화학약품이잖아요? 특히 특수분장 화장품은 너무 독해서 피부에도 굉장히 안 좋고요, 대부분 일회용으로 쓰이고 버려져요. 너무 자원 낭비에 환경오염이라 ‘이건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 정리를 했어요. 제가 수염 분장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직접 기르고 있어요.(웃음)


아, 저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패션업계에서 꽤 오래 일을 했는데 환경오염에 끼치는 영향도 크고 다른 문제들도 보여서 이제 그쪽 일은 안 할 것 같거든요. 그래도 일에 대한 열정이 컸던 것 같은데 아쉬움은 없었나요?


추: 열정은 있었는데 일을 먼저 그만 둔 아내랑 이야기하면서 잘 들어보니까 다 맞는 말이더라고요. 아쉬움보다는 아내를 믿고 지지하고 싶어서 같이 해보기로 했죠. 아내도 약 8년간 분장 일을 했었어요. 캐나다랑 미국을 오가며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일도 했는데, 인도여행을 다녀오더니 생각이 바뀌었대요. 저도 같이 인도를 가고 싶었는데 여행하기엔 제 비자가 애매해서 시민권자인 아내와 계획에도 없던 결혼까지 했어요. 이 친구랑은 평생 친구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기까지 오고 밴쿠버 필름스쿨에서 방송 영화분장을 전공한 것도 되돌아보면 지금 아내를 만나려고 그 고생을 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정말 잘 만났다고 생각해요.


캐나다, 특히 밴쿠버는 ‘비건 천국’으로 유명한데 어떤가요?


추: 사람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그런지 제가 비건 지향을 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비건에 대한 배려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어요. 예전에는 비건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주 많이 대중화가 되었어요. 비건 천국이죠. 외식할 곳도 많고, 가공식품도 많고… 자본주의적인 입장에서는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진짜 비건 천국은 날씨도 따뜻하고 과일이 풍부한 열대지역이에요. 아이들 키워놓고 우리끼리 치앙마이나 에콰도르 같은 열대지역으로 가서 과일식을 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비건 육아를 한다고 하셨는데요,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도 남다를 것 같아요.


추: 캐나다에서는 아이가 네 살 정도 되면 프리스쿨을 보내는 게 일반적인데 저희는 언스쿨링을 지향하거든요, 집에서도 학교 교육을 하지 않는 거예요. 학교에 안 가는 대신 가야는 일주일에 한 번씩 커뮤니티센터에서 하는 발레 교실과 숲속 놀이에 다니고 있어요. 태권도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발레가 끝나면 태권도 수업에 보내주려고요. 간식은 간단한 비건 스낵을 준비해서 보내고 가공식품은 거의 주지 않아요. 집에서는 되도록 영상매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해요. 나름 공부를 해보니까 어린 아이가 영상물을 보면 뇌세포가 파괴된대요. 상호작용을 통해서 배우는 나이인데 동영상은 시각과 청각 정보가 일방적으로 주입되기 때문에 사고력과 주의력도 떨어진다고 하고요. 아이들에게 영상물 대신 책을 보는 습관을 들이니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도 좋아지고 더 똑똑한 것 같아요.


분장의 열정이 육아로 옮겨간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해가면서 하고 계시네요.


추: 관심이 있으니까 계속 찾아보는 것 같아요. 집에 장난감도 플라스틱으로 된 것은 전혀 없고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는 장난감도 계속 줄여서 인형 몇 개, 나무로 된 소꿉장난 도구가 전부예요. 자연에서 뛰어놀아야 되는데 집에 장난감이 너무 많으면 집에만 있게 되잖아요. 가야가 요즘에는 공주에 빠져있…(말을 잇지 못함) 저희가 디즈니를 보여준 게 잘못이죠. 근데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자꾸 성 역할을 심어줘요. 남자아이들한테는 ‘용감하다’ ‘씩씩하다’ 그런 말을 하면서 여자아이들한테 계속 ‘귀엽다’ ‘예쁘다’ 하면서 외모 칭찬만 해요. 집에서는 성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것, 왜 화장을 안하는지 등에 관해 설명해주면 이해도 곧잘 하는데, 분홍색이나 드레스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좋다는 건 좋아하게 하고 있어요. 이 나이대가 지나면 또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성 역할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야하고, 집에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모유 수유같이 엄마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가사노동은 제가 더 담당하려고 하고요, 요리, 설거지, 빨래 등등 부부가 같이 해요.


맞아요. 지영님은 거의 반삭만 하시고, 현욱님은 머리카락이랑 수염을 길게 기른 적이 있잖아요, 그때 가야가 여자는 머리를 짧게, 남자는 머리를 길게 그렸다고 한 걸 본 기억이 나요.


추: 맞아요, 새록새록 하네요. 가야가 한두 살 땐 꼭 그렇게 그렸어요. 동화책을 봐도 남자를 엄마라고 하고 여자를 아빠라고 했는데 세 살이 지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뜨이고, 밖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많아져서 지금은 그렇지 않네요. 엄마가 늘 머리를 밀기 때문에 가야도 엄마처럼 하고 싶대서 머리를 밀었던 적이 있어요. 엄마가 밀어줘서 울지도 않고 엄마머리라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기르고 싶어 해요. 동화에 나오는 공주들이 다 머리가 길잖아요. 요즘엔 가야가 긴머리를 너무 좋아해서 성별 상관없이 다 머리를 길게 그려요.


가야랑 솔이. 이름이 특이하고 예쁜데 이름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김: 결혼 전부터, 제가 결혼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뭔가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이름을 가야Gaia라고 지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예쁘고, 대자연Mother Nature라는 뜻이 너무 멋있잖아요. 그래서 결혼 전에 현욱이한테 선언했어요. “나는 아이를 낳지 않겠지만 아이가 나온다면 그 아이의 이름은 가야다.”라고. 그리고 둘째 이름을 지어야 되는데 남자인 게 확실해진 거예요. 여자아이면 루나Luna로 해볼까 했는데 남자래서 생각하다가 솔Sol이 스페인어로 태양이잖아요. 한국어로는 소나무고요. 좋은 뜻인 것 같아서 그렇게 했죠. 나머지 이름은 개를 입양해서 주려고요.(웃음) 이 세상에서 제일 잘한 건 애들 이름 지은 거예요.


저는 이번 생에는 아이를 안 낳기로 결정했지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추김 가족처럼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추: 지금 시대에는 아이를 안 낳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기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자연의 순리대로 아이를 낳는 것을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가진다면 무분별한 인간들의 행동을 변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으로 키워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내가 존재함으로써 지구가 파괴된다는 것을 너무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내 아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존재, 즉 활동가가 되었으면 해요. 하지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가가 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줘야 하는거죠. 그게 지금 시대에 우리가 해야 되는 육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변화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유튜브채널도 시작하신 건가요?


추: 처음에는 제가 유학을 와 있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려줄 요량으로 영상을 공유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욕심이 생겨서 아예 이름도 새롭게 지었죠. 아파토프로젝트라고. 아까 말씀드린 메이크업 박람회 때문에 갔던 토론토에서 공룡전시박물관을 갔었어요. 그곳에서 ‘아파토사우루스’라는 수명이 130살인 초식공룡이 인상깊게 남았어요. 장수하는 초식공룡이라는 점이 마음에 꼭 들어서 이름을 따왔어요. 또 공룡은 멸종한 동물이라 더 의미가 있기도 하고요.


유튜브에 콘텐츠를 지속해서 올리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시간도 걸리고… 혹시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추: 저희가 관심 있고 재미있어하는 것을 담아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볼 것 같은 것만 만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냥 하는 거예요. 아내가 되게 창의적이고 항상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많아요. 같이 고민해서 괜찮다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보통 바로 착수하고 한번 시작한 건 마무리까지 하는 거죠. 영상 편집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돼요. 육아로 바쁘다보니 좀 긴 거는 만드는데 시간이 2주 정도가 걸리거든요. 하나하나 힘들게 작업한 것들이라 갑자기 하기 싫다고 올려놓은 걸 지워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꾸준히 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주변에 아이 키우는 분들을 보면 기저귀나 물티슈같이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시던데 미니멀, 쓰레기 제로로 육아하기가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추: 맞아요, 심각하죠 쓰레기 문제. 페이스북 지역 커뮤니티 중에 아나바다를 실천하는 Buy Nothing이라는 그룹이 있어요. 서로서로 나눠주고, 필요한 사람이 받아쓰고 하는 커뮤니티죠. 거기에서 옷도 많이 얻어오고, 장난감이나 가구도 받아오고, 저희도 아낌없이 주고받고 해요. 그럼 쓰던 물건들이 이 동네에서 돌고 돌아요. 그런 게 없으면 미니멀리즘 하기가 꽤 힘들 거예요. 특히 아이들 키우는 집에서는 더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동체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에는 한국에도 동네에서 주고받고 하는 그룹이 있더라고요. 관심만 좀 가져보면 미니멀리즘 실천도 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걸 처분하고 정말 필요한 것만 딱 가지고 새로운 걸 사지 않으면 쓰레기도 줄고, 지구에도 좋겠죠. 비건 지향도 그렇고요.


둘째 솔이를 키울 때에는 천 기저귀를 쓰시는 걸 봤어요. 저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던데…


추: 힘들죠, 힘들지만 너무 가슴이 아프잖아요. 신생아들은 하루에 일회용 기저귀를 스무 개정도 쓰거든요. 쉬 한 번만 해도 갈아줄 때까지 울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줄어서 두 살 정도 되면 하루에 대여섯 개정도 쓰죠. 저희는 이제 기저귀는 안쓰고 트레이닝 팬티를 입혀요. 천기저귀는 똑딱이로 채우는 땅콩 기저귀를 많이들 쓰는데 신생아때는 감당이 안돼요. 때문에 가격 부담이 덜한 ‘소창 기저귀’로 알려진 프리폴드 천기저귀를 썼어요. 너무 힘들땐 일회용도 간혹 썼고요.


김: 음… 이혼할 뻔했어요. 그 천 기저귀 때문에. 그게 사실 쉽지 않아요. 진짜 쉽지 않아요.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왜냐면 저희가 사는 아파트가 오래된 목조 건축 아파트라 집 안에 세탁기가 없고 지하에 있는 공용 코인 세탁기를 써야 해요. 그래서 기저귀용으로 작은 포터블 세탁기도 샀어요. 신생아가 태어나면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아서 잠도 못 자고, 종일 젖만 물리고 있는데 제가 이거까지는 못하겠다고 했거든요. 근데 현욱이가 자기가 다 할 테니까 일단 쓰지 말아보재요. 그걸로 진짜 엄청나게 싸웠거든요. “내가 우울해지면 그게 천 기저귀 때문이다!”라고도 하고,(웃음) 혼자 애 보는 날은 일회용 쓴다고 하고 썼어요. 근데 옆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하면 제가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천 기저귀를 쓰고 모아놓긴 했어요. 빨래는 남편이 했고요.


저는 다섯살난 조카가 있는데요, 기후 위기와 전염병 시대에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인 조카를 보면서 속이 상하고 이 아이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비건 지향이랑 쓰레기 제로 실천을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요.


추: 국제 아동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의 캠페인에서 ‘기후 위기는 아동 권리 위기’라는 문구을 봤어요.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미래에는 아마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당연시하며 누려 왔던 것들은 아이들은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비를 할 수 있게 육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양육자가 기후위기를 공부해야하고,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서 육식을 줄이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지금은 너무 쉽게 아무거나 다 구할 수 있고 쓰다가 버리고 그러거든요. 그게 다 우리한테 위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비건 육아, 미니멀 육아, 쓰레기 제로 육아, 플라스틱프리 같은 게 필요하고, 그다음에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는 정의 활동이 다 교육에 들어가야 합니다. 아이들의 생존을  위해서 이런 교육을 하면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연결되게 거죠. 왜 내가 나를 사랑해야 되고,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사랑해야 하고 이런 개념이 키워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해서 기후 활동을 해야해요. 저는 미래세대를 위해서 활동을 하지만 그 원동력은 연대의 힘이예요. 단톡방 비건포올에서 많은 분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기후단체와 줌미팅으로 함께하며 번아웃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런 연대의 힘이 있어야 서로 돌보면서 활동할 수 있죠.



앗, 자전거여행 이야기를 빼먹을 뻔했네요. 얼마나 다녀오셨죠? 어떠셨어요?


추: 자동차 없이 전기자전거로만 83일간 밴쿠버 아일랜드를 여행했어요. <아이둘과 함께하는 자전거여행> 시리즈로 유튜브에 올리고 있어요. 정말 좋았고 많은 걸 배웠어요. 그쪽은 밴쿠버보다 온대우림의 파괴가 적었고, 더 자연 친화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이 많았어요. 농사짓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그들을 만난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야생동물들도 많이 보았고, 숲이 많아서 항상 숲에 가서 놀았어요. 4월부터 6월까지 갔는데 다행히 비가 별로 안 왔어요. 자전거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속도가 30km/h정도이고,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달릴 수 있어서 위험에도 바로 대처가 가능해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한 것 같아요. 산이 많아서 오르막길은 좀 힘들었지만, 전기자전거라 짐을 싣고도 동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한결 수월했어요. 우리가 가진 짐을 자전거에 다 싣기 위해서 옷을 과감하게 줄였고요, 없으면 현지 중고가게에서 사서 입고 다시 기부했어요.


혹시 육아하면서 생긴 특별히 기억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추: 최근에 유튜브에 올린 영상Shorts이 있거든요. 가야가 글자를 너무 배우고 싶어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애고 싶다고 엄마를 설득하는 거예요. 아이가 7살 때 글을 가르치면 언어학습능력이 최고로 증폭된다고 해서 아직 글자를 안 가르쳐주고 있거든요. 그런데 가야가 하도 설득을 해서 숫자까지만 가르쳐주기로 엄마랑 합의했어요.


아이고 가야야… 어떻게 삼 년을 더 기다려…


추: 육아에서 정말 중요한 게 엄마·아빠랑 같이 노는 거예요. 특히 0세부터 7세까지는 애착이 생기고 성격이 형성되는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오롯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해요. 저는 돈이 부족할지라도 일을 줄이고 아이들과 최대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래야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랄 수 있고, 나중에 세상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캐나다도 아이들이 있으면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나요?


추: 네, 가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육아 수당도 나오고, 저소득층 지원도 있고, 집값도 보조를 받고 있고요. 캐나다가 복지국가라서 혜택을 많이 받죠. 수당을 받으면 원래 기저귓값, 분윳값으로 받는 건데 우리는 그게 안 드니까 생계비가 되는 거예요. 돈을 적게 버는 게 목표예요. 미래를 위해 그런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검소하게 살면 탄소배출량이 훨씬 적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돈을 버는게 아니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크고 나서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가 없으니까요. 내 투자는 돈이 아니라 건강, 마음, 정신에 하는 거죠.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비건, 미니멀, 친환경 육아를 실천하는데 정부와 마음이 맞는 공동체의 역할이 큰 것 같네요. 그럼 마지막 질문. 추김 가족의 앞으로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김: 저희 앞으로의 삶, 현재 가장 큰 꿈과 목표는 자급자족이에요. 여기에서 땅을 사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더라고요. 운 좋게 한국에 가서 살 수 있는 집이랑 땅이 마련되어서 한국에 가려고요. 조선 시대 때처럼 살고 싶어요. 물론 인터넷을 안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요. 저희가 먼저 시작해서 동네의 에너지자립도 해보고 공동체도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정말로 알아야 하고 필요한 것들, 요리나 세금 처리하는 법,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등을 가르치는 그린스쿨도 짓고, 마을 사람들끼리 물물교환해서 쓰고, 서로 도우며 돈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그런 마을 공동체요. 아이들한테 맨발로 자연에서 뛰어놀 기회도 주고, 내 땅에서 나는 제철 음식만 먹으며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요. 물론 만두가 먹고 싶기도 하겠지만 두부가 먹고 싶으면 만들어 먹는 슬로우라이프를 해보고 싶어요. 그걸 목표로 정해놓고 그걸 향해서 가고 있는 거죠. 한국에 오면 놀러 오세요. 헛간에 재워드릴게요.(웃음)



아파토 프로젝트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eH7zrsUbZP_q0zhzfK-Z_Q/featured


추현욱님 인스타그램 @chuhyeon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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