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 엄마의 감정처리법
집에서 육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꽃을 못 봐서인지 어딘가 모르게
헛헛하고 근질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 휴대폰을 들어
액정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면
하루가 의미 없이 가버리고
방전이 쉽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나의 경우에는
늘 곁에 있는 휴대폰 대신
얼른 일어나 부엌의 도마와 칼을 집어 들어야
당장은 귀찮아도 하루의 끝에는 기분이 좋다.
냉장고에서 좋아하는 채소들만 골라 꺼낸다.
도마와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다고 느끼며
어떤 토핑과 잘 어울릴지 고민한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추가 토핑이
여러 가지일 때에는
색감이 있는 재료로 고민 없이 선택한다.
작업 테이블에서 예쁜 꽃들을 모아
꽃다발도 만들고,
바구니도 꽂고 하는 기분.
그것과 유사해서 요리가 좋다.
좋아하는 재료들을 넣어서
건강한 밥을 해 먹는 것.
비록 잘 못 만들어도 내 입맛에만 맞도록
간만 다시 맞춰서 먹으면 되니까-
그런데
‘나, 언제쯤 요리 잘할 수 있을까?’
취미로만 하면 프로가 될 수 없는 건
꽃도 요리도 똑같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나 홀로 식사 준비가 뚝딱! 끝을 향해 간다.
좋다, 이대로라면 요리 시간 15분 컷!
아기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긴 요리 시간이 사치가 될 때가 많다.
결혼생활 8년 차인데도
취미로만 요리할 수 있도록
늘 주방에서 애써주었던 남편에게
새삼스레 고마워졌다.
최종 결론이 아름다워서 이 글도 마음에 든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것, 내가 만든 요리의 사진보다
이 글로 인해 상상되는 요리의 이미지 컷이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