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더 살아보겠습니다
ADHD인데 경계선 지능이라고요?
수박이가 초 1이던 해 겨울 진급 실패에 힘들어하는 남편과
이제 막 인수받은 가정어린이집 운영에 정신이 없었던
나에게 수박이의 진단은 충격이었다.
지능 평균하에 ADHD.
그리고 연이어 남편의 의료사고.
남편은 의료 사고 여파로 우울증이 왔고
2년을 쉬고 3년이 되던 해에 복직을 했다.
수박이는 그 사이 놀이치료를 받고 ad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외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에 나름 착하게 컸던 아들은
초 3~4학년은 코로나로 학교를 가지 않아 별 문제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학교를 가기 시작한 초 5부터
내가 모르는(혹은 모르는척 하고 싶었던) 모습들로 학교에서 충동적인 행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5학년 때는 남자선생님이라 아이의 행동에 대한 넓은 이해였는지 크게 문제 삼지 않으셨고 전화도 없었다.
초 6학년 선생님께서는 조카가 ad여서 ad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 편이라 문제가 생기면 전화를 주셨지만 아이 편을 많이 들어주셨다.
그렇게 초등 6년을 보내고
나는 아이가 많이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을까.
초 6 실시한 검사에 짜증과 불만 가득한 녀석은
지적 3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찍었고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의사는 아이가 하기 싫어해 나온 결과고
한번 평균하가 나왔으면 평균하라고 생각해라
숫자에 연연하지 마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시 언어치료를 시작하고 학습을 챙겼다.
그렇게 6학년을 보내고 졸업을 하고
인근 중학교를 입학했다.
집 가까워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초등 6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과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다.
수박이는 사춘기가 왔고 자기도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데 타이밍이 맞지 않고 티키타카가 되지 않아 욱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그로인해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집단 괴롭힘이나 왕따의 타깃이 되었다.
그 와중에 억울함이 쌓인 수박이의 충동성 역시 문제였다.
담임은 매주 전화가 왔고
나는 이게 ad의 문제인지 지능의 문제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주 다시 비싼 풀배터리 검사를 받았다.
이번주 그 결과가 나온다.
나는 요즘 매일 죽고 싶다.
얼마 전 부정맥이 와 심박수가 200이 넘는데도
겁도 나지 않았다.
경쟁에서 도태되면 나락이고
약자들을 위한 배려를 정상인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욕하는 이 나라에서
ad로도 힘든데 장애도 아니어서 지원하나 못 받는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내 아이를 생각하면
답은 둘 중 하나인 거 같다.
내가 죽던가 애가 죽던가
근데 수박이는 살고 싶어 한다.
그러니 더 미칠 노릇이다
1인분의 인간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은데
지금으로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어제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하루만 더 살자.
한 달만 더 살아보자.
세 달만 더 살아보자.
그래 그렇게 살아보자.
그럼 또 다른 길이 보이겠지.
이 글은 그 하루하루의 기록이 될 것 같다.
오늘 다시 사는 첫날이다.
2024년 6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