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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rkat Apr 25. 2020

기부하지 말고 거부하자

서로를 생각하는 자발적 거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취약계층의 타격이 속출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3월 2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긴급’이라는 말을 갖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70%에게 주냐, 100%에게 주냐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야 재원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100%를 주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내 고민의 출발점은 하나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지원금인가?”이다. 최근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정말 필요한지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준다면 받겠지만, 딱히 필요하지는 않다”였다.


지금 당장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버틸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접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는 직종에 있는 분들이 그렇다. 조금 줄이고 신경 쓴다면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않더라도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분들이 있다.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이 가야 한다. 직접 현장에서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한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렇게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내 호주머니를 잠깐 불리는 것보다 어려우신 분들 쌀독에 쌀을 채워 넣어주는 게 맞다는 연대와 나눔의 마음이다.


그래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정치적 의미, 경제적 이익 따위는 잠시 생각하지 말고 국가공동체 혹은 주변 이웃과 어려움을 나누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거부 혹은 반환하는 것을 생각했다. 그렇게 보전된 지원금은 이후에 경제적으로 더 많이 힘든 사람들에게 신속하고 적합한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또 다시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마음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이니까.


하지만 최근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 세액공제(15%)를 해준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세액공제를 생각해낸 모양인데, 그럴거면 그냥 안준다고 해라. 공동체와 이웃를 위한 좋은 마음을 가지고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걸 이상하게 만들어야만 하나. 어느 누가 세액공제 받자고 기부하나. 나는 필요 없으니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자고 거부해야 한다.


지금 당장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하지 말고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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