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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rkat Feb 27. 2019

'반 평의 존중 사회'를 위하여 - 1

2018년 한 해동안 얼마나 많은 반말을 들었나요? 

오늘 날씨 많이 춥지?”

아찔한 찬바람이 불어 볼을 빨갛게 만들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운 날, 두꺼운 코트와 목도리, 장갑을 낀 교수님이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물었습니다. 누구를 지칭하지 않는 질문은 누구도 대답하지 않아도 될 질문이 되어버렸습니다. 머쓱해진 교수님은 두리번거리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거기는 한국보다 더 추운가?” 유학생은 대답했습니다. “아니, 여기가 더 추워.” 강의실의 공기는 왠지 모르게 더욱 차가워졌습니다. 교수님은 잔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습니다. 요새는 이런걸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라고 말합니다. 교수님은 물었고, 유학생은 잘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왜 분위기가 이상해졌을까요? 


우리는 서로 본질적으로 언어를 통해 서로 함께 관계를 맺습니다. 언어는 객관적으로 독립되어 있을 수 없습니다.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이를 듣는 사람이 있는 한 언어는 ‘관계적’입니다. 모든 말하기는 상대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사회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말은 과연 사회・관계적으로 평등한 것일까요? 


한국 사회에서는 청자와 화자 사이의 관계에 따라 언어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한국어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있습니다. 존댓말과 반말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가 어떠해야 한다는 믿음이나 사실에 근거합니다. 우리는 부모-자식, 선생-학생, 상급자-하급자, 선임-후임, 사장-부장-과장 등 화자와 청자 사이의 나이, 직업, 성별, 상하관계, 친소관계 등이 반영된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관계에 따라 언어가 달라진다는 거, 그거 괜찮은걸까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누군가에게 존댓말을 하고, 누군가에게는 반말을 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는걸까요? 


반말 사용의 정당화는 한 개념의 표현들의 위계에 대응하는 인간들의 위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에 근거합니다. 한국어의 반말은 조선시대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위계 계층 구조에서 정당화될 수 있었겠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반말은 언어 사용의 기본 목적에 반합니다. 언어 사용은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므로 대화적이어야 하고 그 대화는 화자와 청자가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적 인격의 자유로운 표현일 수 있을 때 더 풍부해지고 기여적이게 됩니다. 일방적인 반말 사용은 자유로운 표현을 가로막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누군가에게 존댓말을 하고, 누군가에게는 반말을 하는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초면에 다짜고짜 반말을 듣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반말을 한 사람은 왜 한거고, 반말을 들은 사람은 왜 듣고 있었을까요?  


팀 재잘재잘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삼삼오오청년인문실험의 지원을 받아 지난 3개월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반말’을 둘러싼 갈등을 연구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한국사회의 개인간 최종적 갈등의 대부분은 반말이다”라고 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반말은 주요한 갈등 중 하나입니다. 반말을 둘러싼 우리의 거리, 감정, 관계 등을 탐구하고, 우리 사회가 서로 존중하는 언어 문화를 사용하는 공간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작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018  해동안 초면에 반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국 사회에서 반말의 현 상황을 진단해보기 위해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설문 주제는 “2018년 한 해동안 초면에 반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였습니다. 설문을 통해 ▲초면에 반말을 듣는 빈도 ▲초면에 반말은 주로 누가,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하는지 ▲초면에 반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나이, 성별, 지위, 역할 등) ▲반말을 들었을 때 감정은 어땠는지 조사했습니다. 설문 응답자의 96%(214명)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반말을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반말을 주로 듣는 사람은 20・30대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2018년 한 해동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자주 반말을 들었냐는 질문에는 ▲주3회 이상(14%), ▲주2회 미만(11.2%), ▲월2회 이상(24.8%), ▲월1회 미만(22.9%), ▲연6회 이상(1%), ▲연5회 미만(26.2%)로 나타났습니다. 월2회 이상 반말을 듣는 응답자가 약 절반을 차지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반말은 흔히 벌어지는 사회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18년 한 해동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자주 반말을 들었나요?


반말을 한 사람의 나이와 성별을 분석한 결과 주로 ▲연장자(95.3%), ▲남성(67.6%)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성별에 있어서 ▲골고루 경험했다(28.6%), ▲여성(3.7%)도 일정 정도 이상으로 나타난 점으로 보면 반말이 성별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이에 따른 영향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반말을 한 사람의 나이와 성별은 주로 50대 이상 남성이 많았습니다.



나이에 따른 영향이 많다는 것은 응답자가 추측하는 반말의 이유에서도 나타납니다. 반말을 들은 사람이 생각한 반말의 이유 결과를 보면 ▲나이(56.1%), ▲젠더(13.1%), ▲예의, 학습, 인성(11.4%), ▲습관, 관습(7.6%), ▲친근함(5.5%), ▲지위, 직업, 역할(5.1%)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가 추측한 반말한 이유입니다. 나이 영향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응답자들에게 초면에 반말을 들었던 사례에 관해 반말을 들은 장소와 상황에 대해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반응을 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반말이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길거리, 대중교통 등 불특정타인 시민에게(61명), ▲직장 내 관계 혹은 업무를 수행하며 만나는 사람에게(41명), ▲판매직 업무를 하며 만나는 손님에게(39명), ▲택시를 이용할 때 택시기사에게(38명),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제공 받을 때 판매자에게(23명), ▲주거지역에서 이웃주민, 경비원, 배달원에게(10명), ▲동호회 등 사적모임에서 구성원에게(8명)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말을 들은 장소와 상황


제일 많은 수를 차지한 길거리, 대중교통 등 불특정타인 시민에게 들었던 반말 상황의 경험 사례로는 ▲길을 물어보거나 시간 물어보는 경우,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대뜸 내 앞에 멈춰 자전거 똑바로 타라며 반말한 경우,  ▲떨어진 거리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나에게 "아가씨, 나 개 싫어해!" 라고 소리친 경우, ▲지하철에서 밀지마세요 했더니 다짜고짜 미*년 안밀었어 라고 들었던 경험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직장 내 관계 혹은 업무를 수행하며 만나는 사람에게 들었던 반말 상황의 경험 사례로는 ▲직장 상사, 협력사  임원, 동업자 등에게 반말을 들은 경우, ▲처음 일을 시작하는데 자기보다 어리단 이유로 다짜고짜 반말한 경우, ▲워크샵을 갔던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너’라고 불렀던 경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 할때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반말을 들었던 경험 등이 있었습니다. 


판매직 업무를 하며 만나는 손님에게 들었던 반말 상황의 경험 사례로는 편의점, 카페, 영화관, 레스토랑 등 서비스 직업은 주문받거나 계산을 하는 상황에서 반말을 들었던 경험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택시를 이용할 때 택시기사에게 들었던 반말 상황의 경험 사례로는 ▲택시에서 행선지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반말을 들은 경우, ▲택시 안에서 집가는 길이 어렵다면서 이런 길을 택시를 타고 가냐며 반말을 한 경우, ▲‘이런 길은 걸어다니는 게 좋겠다’며 반말을 한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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