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에게 반말에 대해 물었습니다.
앞서, 1편에서는 온라인 설문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온라인 설문의 결과 각 상황별 다양한 반말 갈등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팀 재잘재잘은 좀 더 구체적인 반말 사례 조사를 위해 2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심층 인터뷰는 ▲반말을 들어본 구체적인 경험 사례, ▲반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 ▲반말을 들었을 때 항의한 경험, ▲서로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선 방안 등을 물었습니다.
반말을 들었어요. 이런 기분을 느꼈습니다.
먼저 반말을 들어본 구체적인 경험 사례와 느꼈던 감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 내 관계 혹은 업무를 수행하며 만나는 사람에게, ▲판매직 업무를 하며 손님에게, ▲택시기사에게 반말을 들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과거 마트에서 계산과 진열 업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A씨(30살, 남성)는 주로 50대 이상 남성과 여성에게 반말을 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어려보였기 때문에 반말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당시에는 정신 없이 일을 하던 상황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의류 도매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B씨(31살, 여성)는 40・50대 남성과 여성에게 주로 반말을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반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당연히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 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으며, 주로 그런 사람들이 성희롱적 표현도 많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F씨(27살, 남성)는 젊은 여성에게 반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거기 찾아 봤는데 없던데?” 등 주로 말끝을 흐리는 반말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PC방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H씨(30살, 여성)는 자기를 무시하는 말투의 반말을 중년 남성들에게 많이 들었다고 말했으며, PC방에서 들은 반말은 전부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레스토랑 서빙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J씨(32살, 여성)는 주로 연장자인 손님에게 메뉴를 주문할 때 반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부모님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K씨(36살, 남성)는 손님들이 어머니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말했으며, 호프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에 반말을 듣는 상황은 매우 비일비재했다고 말했습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O씨(26살, 여성)는 70대로 추정되는 연장자들이 단체로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반말로 주문을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Q씨(32살, 여성)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중년의 남성과 여성 90% 이상은 늘 반말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말을 들었을 때 인격적으로 모독을 당했다고 느꼈으며,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B씨는 택시기사에게 “아가씨”, “학생”이라는 호칭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호칭 자체가 상대방이 본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E씨(26살, 여성)는 혼자 택시를 탈 경우 2번 중 1번은 꼭 반말을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야간에는 더 심했으며, 반말 뿐만 아니라 사적인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여자와 동승할 경우에 대화 중에 불쑥 끼어들어 반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남자와 동승할 경우에는 반말을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L씨(33살, 여성)는 남성 운전자의 경우 90%는 반말을 했으며, 처음부터 다짜고짜 반말하는 경우는 없었으나 거의 말을 이어나가다가 말 끝이 짧아지는 경우 대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아르바이트, 택시기사, 길을 묻는 연장자에게 반말을 들었던 경험이 많았다는 N씨(29살, 남성)는 택시기사처럼 내가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서비스업에서 손님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택시에서 반말을 들었던 경험이 가장 많다고 말한 M씨(33살, 여성)는 한정된 공간에 운전자와 단 둘이 있는 상황 자체가 긴장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말을 들으면 불쾌함과 무서움이 더 짙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평소에 워낙 어리게 입고 다니기도 하고, 키도 작은 편인 R씨(39살, 남성)도 택시를 타면 무조건 반말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관공서에서 민원과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C씨(30살, 여성)는 상담 업무 시 50대 이상 남성과 여성이 주로 반말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장자가 주로 반말을 하기 때문에 기분이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반말을 하는 사람의 말투나 자세에 따라 다른 기분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존중하는 어투가 아닌 자기를 하대하는 듯한 반말이라고 느껴질 때는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예술계열에서 일을 하는 D씨(38살, 여성)는 본인의 전시장에서 겪은 경험을 말했습니다. 전시장 관람객이 본인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착각하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는데, 이후 본인이 작가인걸 알고나서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관람객은 “그런 분인줄 몰랐다”며 작가인줄 알게 되자 서로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병원 데스크 근무 경험이 있는 E씨는 아가씨, 언니 등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50%이상이 반말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이 많은 여성이 반말하는 경우에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남성이 반말하는 경우에는 얕잡아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F씨는 매장 직원들끼리 한 반말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일하고 있던 선임자가 자연스럽게 반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I씨(29, 남성)는 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무시하는 듯한 반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자기가 고용주측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나이와 경력이 더 많아 자기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였습니다. 가끔 존댓말을 쓰시는 분들의 경우, 사람이 좀 더 괜찮아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에 11년째 거주하는 S씨(34, 여성)는 직장에서 반말을 많이 접했는데, 첫 미팅에 만난 모르는 협력회사 사람에게 반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대학원을 다니는 A씨는 주로 학교 경비원(50대 이상 남성)에게 반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경비원에게 들은 반말은 기분 나빴는데, 그 이유는 교수와 교직원에게는 반말을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만 반말을 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모습때문에 더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J씨는 금연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성에게 ‘담배피지 말라’고 말했더니 ‘니가 뭔 상관이냐’고 말하며 주먹을 휘두르며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말을 한 상대에게 불합리함을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반말에 대해서 대다수가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B씨는 사실 연장자에게 반말을 가지고 항의하는게 꺼려진다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반말 자체를 가지고 항의할 수는 없고, 반말 자체보다는 다른 내용이나 행위 등과 함께 반말한 사람을 나무랄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C씨도 반말에 대해서 항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하게 말을 잘 못하는 개인적인 성격 상 참고 넘기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근무지가 민원에 민감한 곳으로 고객 친절에 따른 평가 점수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친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 사람에게만 말해봤자 소용이 없고 다른 사람이 와서 또 반말을 하기 때문에 항의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반말에 대해 항의한 후, 그 다음 갈등 상황이 예상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신경이 쓰여 항의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N씨는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사람이기 때문에 반말을 했다고 해서 딱히 항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항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H씨는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경우 별도로 항의하지는 않았는데,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어 처리하고 보내는 방향으로 대응했다고 말했습니다.
E씨는 근무지, 택시 둘다 항의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근무지는 손님이기 때문에 항의하지 못했고, 택시의 경우에는 위험에 처하거나 보복을 당할까봐 무서워서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L씨도 택시를 타서 반말을 들으면 불쾌하지만 쉽게 항의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혼자인 경우가 많아서 무섭기 때문이었습니다. L씨는 이러한 무섭다라는 감정은 비단 택시 탑승의 경우 뿐만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젊은 여성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느껴진다고 덧붙였습니다(밤길, 골목길, 공중화장실 등). M씨도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 때문에 불쾌함을 딱히 드러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불쾌하다고 이야기할까 말까 고민은 했지만 그러다 말기 일쑤였습니다.
Q씨는 반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도 당연하게 반말을 하기 때문에 대응할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S씨는 반말에 대해 항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그 상황으로 상대의 인간성을 파악하고 인간관계 필터링을 하며, 엮이고 싶지 않고 거리를 유지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30, 남성)는 학교 경비원에게 말끝을 흐리면서 대응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P씨(28, 여성)는 반말 들었을 때, 5분 이상 볼 사람이라면 이야기 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위험한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안전할 때만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소에 반말을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G씨(27, 남성)는 길을 물어보는 40・50대 남성과 택시기사에게 반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G씨는 반말을 한 길 물어보는 남성에게는 길을 알려준 후, “왜 반말을 하시냐”고 항의했으나 시비가 붙었고, 상대방이 어깨를 밀쳐 싸움으로 번진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택시에서 반말을 들은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세워달라고 이야기하고, 내리면서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반말하는 문화, 이렇게 하면 개선될까요?
서로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인터뷰이들은 ▲제3자의 상황 중재, ▲존댓말 사용에 대한 교육과 인식의 증진, ▲존중하는 언어 문화와 관련한 메시지 전달,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먼저 과거 서울 중소규모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A씨는 손님이 계산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 반말을 한 상황에서 서로 다투게 되자 마트 팀장이 나와 서로 중재를 해 해결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대형마트의 경우 손님과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급자를 불러 해결하라는 지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B씨는 같이 있는 상급자가 제재해주면 좋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같은 공간에 나이 많은 상급자가 함께 있으면 반말을 하던 사람도 안하는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H씨도 PC방 아르바이트 경험에서 옆에 사장님이 함께 있을 때는 손님에게 반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J씨는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 또는 반말을 하는 사람의 연장자가 지적을 해야 바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당사자는 감정적으로 얽힐 수밖에 없지만 제3자가 이야기할 경우는 다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3자가 상황에 개입해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M씨는 제 3자의 개입 보다는 내가 나의 불편함, 불쾌함에 대해 목소리낼 수 있는 연습과 용기가 필요하며,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에 대한 무시나 오해가 없는 사회적 분위기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K씨 또한 한국 사회에서 보통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 (그게 반말이든 아니든, 항의한 대상이 수긍하든 하지 않든) 부당함에 대한 항의 상황만으로 자신이 ‘싸가지 없는 어린 놈’으로 낙인 찍히곤 하는 그런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직원이 손님에게 반말 혹은 무례한 상황을 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K씨는 선생-학생 관계에서도 쉽게 반말을 듣는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어른이 반말하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고(무뎌짐), 반말은 존중을 배제하는 태도ㅑ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서건 반말은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L씨는 반말이 젠더이슈로 강하게 인식되는 만큼 젠더 감수성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꼭 반말을 하는 사람이 특별히 내가 여성이고 어려서 반말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정 그룹이 특정 그룹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모두가 모두에게 반말하는 그 자체가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존중이 배제된, '그래도 되는, 반말 해도 될 거 같은 존재’라는 태도가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씨는 서로 존중하고 존대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세대가 교체되면 이런 문제가 희미해지겠지라고 생각했으나 현재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으며, 결국 나와 상대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P씨는 우리나라는 연장자가 연하한테 하는 권력이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기 때문에 어린 사람에게 반말하는 것이 잘못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예의가 좀 부족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인식이 바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Q씨는 사회전반적 인식이 높아지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많아지면 반말하거나 무례할 권리가 생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연장자 우대와 연소자 하대가 팽배한 문화에서 서로 배려하는 문화로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R씨는 아저씨의 반말에는 다같이 거슬리는 감정을 갖는 반면, '아줌마의 반말'에는 괜찮게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하면서, 둘다 똑같이 무례한 행동인데 사회가 그렇게 여기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S씨는 일본말중에 ‘공기를 읽는다(쿠우키 요무)’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대화가 오가는 중에 분위기를 살피면서 반말하는 것을 고치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일본은 ‘공기를 읽는 것’이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S씨는 반말을 한다는 것이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일반적인 매너로서 ‘반말은 추한 짓’으로 하는 사람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말을 받는 사람도 자신이 나이가 어리면, 혹은 지위가 낮으면 ‘들어도 어쩔수없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나이와 직분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반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우리 사회가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무언가의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말도 했습니다.
존중하는 언어 사용 문화에 대한 메세지 전달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F씨는 통화 연결음이든 팻말이든 무언가 존중하는 언어 문화에 대한 안내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예를들어, 콜센터 상담원 통화연결음에서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연결음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반말을 하지마세요, 함부로 대하지마세요’라는 말 등 무엇을 하지말라는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메시지로 전달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J씨는 식당에서 ‘반말하시는 손님 받지 않습니다. 반말하면 반말로 응대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것이 효과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손님은 왕이다’라는 왜곡된 서비스 마인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으므로 사업장에 지속적인 메시지 노출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씨는 '당신이 그래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명확한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캠페인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S씨는 매너를 지킨다는 것이 정말 멋진 어른이라는 것을 캠페인으로 알려주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법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C씨는 공직자에게 시행하는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교육)은 주로 친절하게 응대하는 법만 교육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말 등 무례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은 미비한 상황이며, 고객만족 뿐만 아니라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N씨는 서비스업에서는 생계나 매출에 직접적인 연관이 되므로 반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반말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쉽게 드러내고 시정요구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콜센터 상담원 보호법 같은 적절한 법과 제도가 필요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반말은 상하 관계의 위계 안에서 발생합니다. 어느 한 쪽은 반말을 하고, 다른 쪽은 존댓말만 써야 하는 관계라면 이것은 대화가 아니라 명령 혹은 지시이기 쉽습니다. 또한 반말은 화자가 청자에게 저지르는 폭력이기 쉽습니다. 신체적 폭력이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몸의 활동의 제약이라면 언어적 폭력은 개념적으로 가해지는 마음의 자유로운 활동의 제약일 것입니다.
한국어로 ‘대화’를 의미하는 영어 ‘dialogue’의 어원은 그리스어 ‘dialogos’입니다. ‘dialogos’는 dia(둘) + logos(이성, 논리)라는 의미입니다. 둘(다수)의 생각으로 논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정신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들이나 집단들 사이의 말의 자유로운 상호 교류라는 소통의 개방성을 통한 사고의 자유로움 및 보편성의 추구가 요구된다는 깨달음이 ‘dialogos’라는 말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언어의 모든 일방성이 그러한 것처럼 반말도 상대방을 대화의 평등한 참여자로 간주하기 보다는 그 일방성 때문에 상대방의 의지, 개성, 인격, 의견을 최대화하지 않는 구조를 갖습니다. 무심코 쓰고 받아들였던 반말이, 우리 정신의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말이 절대악일까요?
하지만 정말 반말은 나쁜 걸까요?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반말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접했습니다. 반말을 들어 기분이 나빴던 경험이 다수였지만, 반대로 친근한 감정을 느낀 경우도 있었습니다. B씨는 기본 예절을 지킨 상태에서의 반말은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D씨는 존댓말과 반말이 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하면서, 반말이 주는 친근, 편안, 가까운 감정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H씨는 택시를 탔던 경험에서 반말로 호구조사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지고나서 택시기사가 존중하는 태도로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J씨는 반말이 친근한 경우가 있었고, 불쾌한 경우가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반말 자체보다는 말투, 표정 같은 것에 좌우된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반말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반말 자체가 아니라 인간 존재로서 존중하지 않는 태도와 자세였습니다.
존댓말하는 기사님 엄지척!
팀 재잘재잘은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와 심층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는 언어 문화를 만들기 위한 작은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반 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반말과 존댓말이 서로에게 오가는 곳, 택시. 그곳을 ‘반 평의 존중 사회’로 만들기 위해 택시기사님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캠페인은 2019년 1월 27일, 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캠페인에 앞서 누구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캠페인을 만들고자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언어가 아니라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 존중 문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반 평의 존중 사회’ 캠페인은 껌통 위에 “초행길은 조심조심, 초면에는 존대존대”라는 말을 넣었고, 옆면에는 “존댓말하는 기사님 엄지척!”이라는 말을 넣었습니다. 일본은 몇년 전부터 “택시도 서비스업이다”라고 택시운전기사 스스로 생각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택시 회사에서 정기적인 캠페인을 통해 택시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시민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말은 20세기 이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쓰여져 왔습니다(※별첨: 반말 개념의 변천). 1920년 『조선어사전』부터 2016년 『표준국어대사전』까지 반말의 개념에는 조금 변화가 있었습니다. 반말은 ‘청자와 화자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거나 또는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고 흐릿하게 한다’는 내용과 함께 현재는 ‘아주 친밀한 사이에 쓰인다’는 내용이 덧붙여졌습니다. 이것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반말의 쓰임이 확대되어 단순히 청자와 화자와의 관계를 모호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매우 친한 관계까지도 나타내고 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인상 깊은 것은, 반말이 존대와 하대 사이에 위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존대-반말-하대’의 관계는 우리가 오해했던 반말이 가지는 특징을 나타내줍니다. 반말은 주로 ‘높고 낮음’의 관계를 표현할 때 사용되지만, 때때로 어떤 경우에 반말은 ‘가깝고 먼’ 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 사회에서 존댓말과 반말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가 어떠해야 한다는 믿음이나 사실에 근거합니다. 내가 너 보다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는 같은 인간 존재는 걸 생각하는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팀 재잘재잘이 기획한 ‘반 평의 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캠페인은 일단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반 평의 존중 사회’ 캠페인을 이어나가면 어떨까요? 택시라는 공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기 자신을 둘러싼 반 평이라는 공간 속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상대를 존중하는 캠페인을 제안합니다. 내 주위 반 평의 작은 공간을 존중과 평등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춥네요. 그렇죠?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 참고문헌 >
김광식. 2014. 한국사회에 반말공용화를 묻는다. 사회와 철학, (28), 25-40
서현덕. 1998. 반말의 개념에 관한 고찰. 나랏말쌈, 13, 104-114
양승태. 2013.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정대현. 2003. 반말의 비인문성:철학자가 본 한국의 언어연구. 인문언어, 5, 7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