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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 Sep 10. 2020

난 무엇을 좋다고 하는 것이 힘들다

좀 괜찮은 유희열님의 오버 더 레코드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좋다'라고 칭찬하는 것에 대해 인색한 것 같아요.

유희열


난 어떤 대상에 대해 비평하고 높낮이를 따지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거 진짜 좋다, 대단하다'라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무척 힘들어한다.


요즘은 '어떤 것이 싫다, 별로다' 라는 생각도 경계한다.

내가 뭔데 평가를 하고, 낮추어 보는가..!


그러다 보니 어떤 것에 대해서도 솔직한 표현이 참 힘들다.

좋다고 하기에도, 싫다고 하기에도, 그만의 사정이 있어 망설여진다.

그 주저함이 마음속에 꽉 들어차서 속 시원하게 내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정체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종종 글을 쓰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다가 유희열님의 조금 특별해 보이는 강의를 보게 됐다.

https://dive.hyundaicard.com/web/content/contentView.hdc?firstBanner=Y&deviceApp=Y&contentId=2442








제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그걸 빨리 감동을 받고 그걸 소개할 때'

 굉장한 행복을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유희열님이 뮤지션을 소개할 때, 정말 행복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이분은 자기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으시구나'


부러웠다. 많이


지난 시간 많이 고민하고 많이 고생했겠지 싶었다.

우리는 결과만 볼뿐, 그 내면의, 과거의 고민은 잘 모르니깐.


나도 굳게 '믿었던' 것이 무너진 이후로는, 스스로 자주 물어보고 있다.

뭘 가장 좋아하는지, 뭐 할 때 제일 좋은지, 뭐 하면서 살고 싶은지

경제활동을 안 해도 된다면 난 뭘 하려고 할까?


지난 1년 반 동안 솔직해지려고 애썼고, 그것을 쫓아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숨기고 있다는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그대로 드러내기에는 너무 적나라한 것 같다.

내가 흔한 힙합 가사를 싫어하는 이유처럼.


근데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게 있다.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는 더더욱 분명하게 있다.

선호하는 술집의 분위기가 있고, 무뎌지지 않는 또렷한 음악 취향도 있고, 옷에 대한 기준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에 대해 정말 솔직해지기가 쉽지 않다.

그런 선호나 취향마저 나의 무언가를 위한 포장 같기 때문에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난 인정받고 싶어.'

말이 쉽다고 해서 솔직한 건 아닌 것 같다.








싫어하는 키워드보다 좋아하는 키워드를 조금이라도 많이 찾아서 내가 가지고 있다면

아주 작은 거라도, 이런 것들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면..

조금 '괜찮을'거예요.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나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귀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 마음속까지 닿는다고 한다.


오늘은

마지막에 조금 괜찮을 거라는 말이 되게 숙 들어왔다.


막 뭔가를 좋다, 대단하다, 우러러보는 사람들을 보면 좀 그랬다.

그게 뭐가 대단하지.. 세상에 대단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더 좋은 게 있는데 정말 모르나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스스로 나태해질 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


또 그렇게 쉽게 다 인정해버리면, 기준을 낮춰서 후한 평가를 하면,

내가 칠해온 내 색깔이 무의미 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높은 기준이 나를 자꾸 다그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뭔가 한구석 불안하고 조급해지고, 항상 마냥 기쁜 순간이 없는 이 느낌은

찝찝하다.



좋은 걸 좋다고 찬사를 보내줄 아는 사람이 되면,

'조금' 괜찮아지겠지?


다른 작품을 대할 때의 태도가 비판, 비평식의 태도를 갖기는 너무 쉬워요.

그런데 저게 왜 좋은지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해보는 사람은, 꼭 나중에 어떠한 방식이든지 간에

다른 재평가를 받게 되더라고요.








좋아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젊은 날의 나를 이렇게 작은 곳에 가둬두지는 말자.


싫다는 생각에 귀 기울이기 보다, 작은 '호'의 감정에 더 귀 기울여 봐야겠다.

음악을 찾아 듣는 것처럼 심플한 마음으로


Sweet

https://www.youtube.com/watch?v=QjYRRNNwZ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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