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뉴욕에서 경험하고, 관찰한 것들
뉴욕의 중심 맨해튼은 참 특별한 도시다. 전 세계 수많은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밀집해서 모여 살고 있는 극강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도시다. 새로운 글로벌 메가 트렌드의 시작을 알리는 곳임과 동시에, 그 어떤 특별하거나 희귀한 것들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곳이다. 부동산 등 모든 면에서 물가는 최고지만, 거리의 공공시설 및 지하철, 버스 등의 상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편없다. 24시간 운영되는 지하철로 대부분의 거리가 밤낮없이 현지인들과 관광객으로 복잡하다. 비싼 부동산으로 모든 공간들이 밀집되어 있고, 작은 공간을 오밀조밀 디자인된 곳들이 많다. 뉴욕 맨해튼은 역동적이며, 빠르게 변화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사랑하지만, 떠나기도 하고, 떠나면 또다시 바로 그리워하는 그런 도시다.
나에게 뉴욕 맨해튼은 라이프스타일 선진 도시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현재, 미래의 웰니스 관점에서 이 도시를 바라본다. 무엇보다 서울의 중심지처럼 비좁고, 비싼 임대료를 가진 이 곳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뛰놀까 많이 궁금했다. 건강한 체력과 건전한 마음은 스포츠맨십을 통해서 나온다는 생각이 강한 나에게 이 부분은 아주 큰 궁금증이었다.
Chelsea Piers라는 곳이 있었다. 맨해튼 서쪽의 첼시 지역에 있는 부두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이 곳에 엄청나게 넓은 스포츠 컴플렉스가 있다. 과거에는 대서양을 오가는 대형 여객선 등의 부두로 사용되었던 곳이고 (타이타닉의 목적지이기도 함), 1990년대 이후 점점 더 큰 여객선들을 수용하기 어려워지면서 1995년 현재의 모습인 스포츠 컴플렉트로 변모되었다고 한다. 넓은 공간의 재구성은 스포츠 대부분의 종목들을 커버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탄생하였고, 특히나 허드슨 강 옆이라는 점은 대자연을 느끼고 있다는 뷰를 준다는 측면에서 최고였다.
나는 적극적이며, 운동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운동을 하는 공간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공간에 대한 느낌 및 컨셉, 레슨의 퀄리티, 고객들의 만족도 등을 느끼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이 곳에서 진행되는 Adult Gymnastics 클래스를 수강해보았다.
Gymnastics라는 종목이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거나,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 및 유럽 다양한 국가들에서는 Gymnastics, 기계 체조는 수영만큼이나 '모든 운동의 기본'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릴 때 학교에서든 스포츠 클럽에서 이 종목을 접한다. 쉽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어릴 때 태권도를 수강할 때 했었던 스트레칭 및 몸풀기 동작부터, 내 몸의 코어 근육과 무게를 활용하여 할 수 있는 구르기, 덤블린, 물구나무서기, 앞돌기, 뒤로 돌기 등 내 몸을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고 보면 되겠다. 기계체조는 철봉, 평행봉, 링, 도마 운동, 마루운동, 안마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잘 아는 양학선 체조 선수는 도마의 신!으로도 불렸었다.
이 종목의 Open Class를 수강.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하다 보니, 사진을 찍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물 마시는 시간에 공간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남겼다.
총 80분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반 10분 스트레칭 및 몸풀기. 중반 30분은 모두가 함께 하는 기본 동작 (미국 운동 holic 들 기준 기본 운동이라 쓰고, 한국인 입장에서는 고난도 동작들)을 연습한다. 예를 들면, 가벼운 뜀뛰기부터, 앞/뒤 구르기, 옆돌기, 그리고 핸드 스탠드까지! 나머지 40분은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눠서 그 단계에 필요한 것을 배운다. 초급반에서 나는 하루 만에 약간의 도움을 받았지만, Front Handspring을 성공했다. (와우!!) 나름 운동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땀을 흘리며 따라 했다 :) 무엇보다, 재미는 있었고, 단 80분의 수업이었지만 내 몸을 다루는 관점에서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느끼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들었던 수업이라면, 이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내가 수업이 끝날 무렵, 대략 3시 즈음이 되자, 이 공간이 수많은 어린이들로 채워진다는 것이었다. 박스형 창고 같은 이 체조장이 10-20명씩으로 구성된 총 4개의 팀이 각 꼭짓점 공간에서 수업들을 진행했다. 한쪽에서는 만 5-6세 반 아이들이 놀이식 체조를 하기도 했고, 초등학교 고학년 반들은 나름 고난도 트램폴린 체조 동작들을 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현시대의 한국 아이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서울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시절은 그 어느 누구보다 '시골' 아이처럼 자랐다. 공부보다는 매일 공원, 산에 가서 곤충 채집을 하고, 흙으로 모형을 만들고, 체육 수업 때 배운 것을 하루 종일 집에 와서 마스터하기를 좋아했으며, 해가 질 때까지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과 축구를 했던 나였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바로 그런 것들이 건강한 나를 만들어주었다. 요즘 주변 아이들을 보면, 너무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학업에 대한 압박과 부모의 욕심에 아이들이 자신의 관심, 잘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주변에서 만들어준 길을 누가 더 잘 빠르게 걸어가나 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냥 슬프다. 그냥 안타깝다.
이 아이들이 뛰면서 내뿜는 에너지와 행복 어린 표정에서 내가 힐링이 되었다. 뉴욕에 이런 곳이 있다니 하며 고개를 돌리니, 입이 더 벌어졌다. 뉴욕은 원래 모든 것이 비좁고, 큰 공간이 필요한 것들은 아예 없는 곳 아니었나? 하는 것을 잊게 만드는 시설이었다.
신이 나서 둘러보았다. 뭐가 이렇게 많은가!!!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체조를 듣고 있을 때, 또 한쪽에서는 농구 수업을 듣고, 축구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아이스링크 쪽에 갔을 때는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 등 전 종목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Wow! 너무나 부러움과 동시에, 나도 어렸을 때 이런 시설이 근처에 있었다면 하는 마음도 슬쩍 들었다. 이 공간 옆 주차장에는 계속해서 노란색 스쿨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Chelsea Piers에서 직접 스쿨버스를 운영하여, 아이들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이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뉴욕의 아이들이 이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인종의, 서로 다른 나이 때의 아이들이, 모두가 행복하고 기대가 넘치는 표정으로 이 공간을 지나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모가 함께 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코치 혹은 guard 역할을 하는 강사와 함께 다녔으며, 독립적으로 본인의 짐을 챙기고, 본인 등치만 한 가방을 짊어지고 다녔다. 귀엽고, 기특했다.
Guess what? 이 모든 프로그램들이 엮이는 여름 방학 Summer Sports Camp 또한 훌륭했다. 많은 학부모들은 방학을 하면 고민에 빠진다. 이번 여름 방학에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시켜줄까, 그리고 동시에 어디에 보내야 부모인 내가 업무 및 개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이 건 전 세계 공통인가 보다 :)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짜인 스케줄은 가히 엄청났다. 종몰 별로 캠프를 선택할 수 있으며, preschool, junior 별로 클래스가 나뉘고, 체크인 시간, 체크 아웃 시간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더 늦게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 경우, care 서비스까지 있으니 말이다. 캠프 프로그램을 보니 더 부러워졌다!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이런 경험을 반드시, 꼭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면, 이 공간이 얼마나 넓은 공간인지, 얼마나 오랜 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위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특히,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중년 여성 분의 경우 이 곳에서 근무한 지 25년이 되었다며 나에게 친절하게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해주시기도 하셨다. 이 공간의 컨셉은 가족 중심의 휴양 컴플렉스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Field House (체조, 축구, 농구를 위한 공간)는 아이들이 main 인 공간이다 보니, 이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수많은 직원들의 표정도 밝고 즐거웠다. (물론, 아이들이 너무 많다 보니 힘겨워하는 표정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뉴욕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듣는 체육 수업도 있겠지만, 추가적인 운동을 이 곳에서 하고 있었다. 사실 뉴욕에서 농구장, 아이스하키장, 축구장, 체조장, 골프장 (인도어) 등을 모두 갖춘 유일한 곳이 아닐까 싶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Chelsea Piers Fitness 도 투어를 해보았는데, 이 곳 또한 어마어마하다. 보안상 사진을 찍지는 못했으나, 1) 엄청난 규모의 gym (웨이트 공간, 유산소 공간) 2) 허드슨강을 바라보며 수영할 수 있는 25M 수영장 3) 배구장 4) 실내 러닝/사이클 트랙 5) 농구코트 6) 필라테스 룸 7) GX 스튜디오 8) 스피닝 룸 이 있었다. 연회원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아마도 주변의 professional 직장인 및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자 하는 가족 회원들이 많을 것 같았다.
또한, 바로 옆에는 허드슨 강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인도어 골프장까지. (아래 사진)
뉴욕에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데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싶었다. 뉴욕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보다가, 특히 우리 아이들의 운동 공간에 관심을 갖다가 이 곳 Chelsea Piers까지 오게 되었다. 굉장히 매력적이며, 내가 매일 운동하고 싶었던 공간.
공간의 규모 혹은 종목보다도 열정 넘치는 강사진, 단기가 아니라 장기간 근무해오는 이 곳의 문화,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들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하려는 프로그램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자녀들을 위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양육 그리고 교육은 어떤 방향일까. 이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뉴욕 맨해튼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뛰어노는지가 궁금해졌다. 대한민국의 아이들 또한 행복하게 뛰어놀며 자라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