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Sleep no more - 새로운 컨셉 공연

2020년 1월, 뉴욕에서 경험하고, 관찰한 것들

by 밋앤그릿

뉴욕으로 출장을 간다고 하였을 때, 여러 명의 지인들이 다양한 문화 공간, 쇼핑 공간, 맛집, 그리고 가볼만한 기타 지역을 추천해주었다. 10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라 다 가보기는 어려웠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웰니스" 관련, 그리고 뉴욕에서만 가볼 수 있는 곳!이라는 조건으로 골라보았다.


그중 단연, 꼭! 봐야겠다 싶었던 공연이 Sleep No More. 이미 뉴욕을 방문해봤거나, 살아봤거나, 혹은 한국에 살지만 문화 공연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 접하는 컨셉이었다. 우리가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무대, 관중석, 그리고 둘 간의 일방향적인 소통의 틀에서 벗어난 공연이다. 많이 접하는 연극도, 영화도, 뮤지컬도, 배우들의 숨소리, 목소리, 눈동자 움직임, 그리고 머리카락의 움직임 등을 볼 수 있고, 그 공간의 공기를 통해 많은 것들이 느껴지긴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다이내믹하고, 열정적인 무대도 나의 감정에 따라, 나의 궁금증에 따라 그 공연 속을 더 파보거나,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이 공연을 꼭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물론 관중과 하나가 되어 함께 호흡하고, 무대와 관중석의 구분이 없는 공간에서 더 가까이 배우들과 호흡하고 싶기도 했지만, 이러한 컨셉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그리고 이 경험을 잘 만들기 위해 기획자 / 공간 설계자 / 콘텐츠 제작자는 어떤 고민을 했을지를 보고 싶어서였다.


공연은 평일 늦은 저녁에 시작한다. 나는 저녁 7시 타임 (가장 이른 시간)으로 신청했지만, 그 이후로 7시 15분, 8시, 8시 15분 등 꽤 여러 타이밍이 있다. Mckittrick Hotel 전체가 공연장이다. 시작 전에는 그 호텔 입구 쪽에 긴 줄을 서야 하고, 시간 되면 가면을 쓴 안내자가 비밀의 공간 같은 내부로 안내를 해준다.


sleep no more.jpeg Sleep no more 한 장면 (출처 : https://medium.com/@mulligan/the-sleep-no-more-primer-baf0d9c3a0fd)


호텔 입구를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 신기한 느낌

혼자 온 사람,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 커플이 온 경우 등 다양한 케이스가 있다. 주로 뉴욕의 관광객들이라고 보이긴 했지만, 모두가 설레고, 약간은 무서워하기도 하면서 긴장된 기분으로 들어갔다. 그 공간은 다크한 조명,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은은한 조명, 그리고 영화에서 보이는 과거 호텔 인테리어 느낌이 가득했다. 안내해주는 분들의 말투 또한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old 한, mysterious 한 톤으로 말했다.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이 공연을 즐길 준비가 충분히 되었나를 나 스스로 몇 번이나 되뇌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면 이제 곧 시작

이 공간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 그리고 이 공연은 호텔 전체가 공연장이며, 이 곳에서는 입장하는 즉시, 친구도, 지인도 서로 따로 다닌다고 안내를 했다. 오히려 그런 측면이 공연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고, 집중할 수 있으며, 이 속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는 안내를 주었다.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약간의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하얀색 마스크를 나눠주더라. 안경을 쓰고 있어서 좀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두어 시간의 공연은 충분히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운동화를 신고 갔고, 충분히 걷고 뛸 준비의 복장을 하고 갔다. 같이 온 그룹 중 약 20명 단위로 나눠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서로 간의 설레고, 떨리고, 무언가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기 전 떠나는 여행객들처럼 남남이지만 소곤소곤 대화들에 공감이 갔다.


내부에서는 친구도, 지인도 없다. 혼자서 공연을 본다.

드디어 호텔 입구에 딱! 우리를 내려주고, 그 안내자와 엘리베이터는 내려갔다. 20여 명의 그룹 사람들은 내리자마자, 일부는 매우 적극적으로 계단으로 윗 층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고, 나와 같이 처음이라 어색해서 우선 가만히 주변을 살피는 사람 등 다양했다. 공간이 너무나 공포 영화 속에 나오는 곳처럼 되어 있어서, 솔직히! 처음에 한 걸음 한 걸음 떼기가 어려웠고, 특히나 내가 들어가려는 룸 속에 아무도 없거나, 혹은 내가 있는 복도에 나 홀로 있는 것을 느끼면, "아 괜히 왔나!" (나는 공포 영화를 못 본다 ㄷ ㄷ ㄷ)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내 또 주변 사람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안심하면서도, 이 공간 전체가 공연장이라니, 음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다.


어디서 시작했는지, 어디가 어딘지, 언제 끝나는지. 끝없는 무대 공간

이 공연의 시작과 끝이 없다고 느껴졌다. 중간에 합류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고 (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변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 함에서 느껴지는 정도), 배우들도 서로 싸우는 장면, 서로 대화하는 장면, 홀로 춤추는 장면 등을 (모두 무언으로 진행된다.) 보며, 리얼함에 놀라면서도, 수많은 관객들이 바로 10센티미터 거리에서 눈이 뚫어지라 쳐다보는 그 관객을 관찰하는 것도, 그리고 전체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듯, 아닌 듯 활용되는 것들이 다 재미있었다. 누가 배우인지, 서포터인지, 관객인지하는 사이 호텔 전체의 각 공간들에서는 특정 scene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아보니 같은 공연을 (1시간짜리) 3번인가 연속해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분명히 특정 관객이 봤던 장면을 누군가는 못 봤을 것이고, 그 이후에 그 장면을 또 볼 수도 있고 할 테니. 그에 대한 연결 및 이해는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큰 틀에서 이해를 잘 못했다. 각각의 scene 들의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바라보고, 배우들의 움직임, 그리고 공간 활용도를 관찰했을 뿐.


내가 본 장면, 네가 본 장면, 우리가 함께 본 장면

중간중간 지나가다 보면, 어떤 scene은 나 혼자만 보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2-3명이 보는 경우, 대다수의 관객들이 다 모여서 보는 경우 (이 scene들은 아마 메인 scene이었다보다 싶다) 들이 섞여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호텔을 각자가 따로 돌아다니며, 배우를 따라다니며, 혹은 한 공간을 지켜 서서 공연을 바라보니, 모두에게 이 공연은 다르게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다르게 연결되어 기억될 것이다. 이미 공연을 본 지 1.5달이 지난 나에게 그 공연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지만, 아마 그곳에 있었던 관객 모두가 서로 다른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그리고, 혹시 같은 장면을 기억하더라도 서로 다른 각도에서, 서로 다른 시점만큼을 보았으니 그 또한 다를 것이다.


나오면서

사실 언제 공연이 끝난다라는 알림도 없었고, 그렇다고 떠다는 사람들이 딱히 눈에 띄지도 않은 채로 거의 2시간이 지났다. 몸은 피곤했고, 배우들을 따라다니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이 공간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 특히 내가 관찰하고자 했던 것들은 많이 본 것 같아서 지치기도 했다. 그리고, 검은색 마스크를 낀 staff에게 "where is the exit?"라고 물었지만, 그분은 입을 손으로 가리며 쉬!라고 이야기했다. ㅎㅎㅎㅎ 아 힘들어 죽겠는데, 나가는 곳도 모르겠어서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가, 나중에 exit을 찾아서 한숨을 휴! 쉬면서 나오고, 마스크를 벗으며 느껴지는 시원함에 캬! 했다. 그리고, 마스크를 기념품으로 가지고 나오면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 나의 경험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과연 다음에 언제가 될지 모르는 뉴욕에 다시 방문하는 시점에, 여기 또 올게 될까?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공연 내용이 아니었기에, 이미 경험을 하다 보니, 짧은 답은 No이지만, 아직 한 번 도 안 봤던 사람이 뉴욕에 간다면! 한 번은 꼭!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긴 하다. 공연이라는 것에 대한 대부분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 주는 순간이었으니깐.



뉴욕, 그리고 Sleep No More 공연은 서로 잘 어울린다. 물론 브로드웨이 공연들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되긴 하지만, Sleep no more in Seoul, 혹은 Sleep no more in Shanghai, 혹은 Sleep no more in somewhere else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뉴욕의 다양성, 뉴욕의 excitement, 뉴욕의 에너지, 그리고 뉴욕의 '새로움'을 시작하는 특징. 그것과 가장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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