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색채가 없는 다자키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해]

각자 모두가 가진 개성

by 밋앤그릿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이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은 각자 개성이 있고, 그것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다. 서로가 모두 다르기에 이 세상이 더 다채롭고, 빛이 나고, 조화를 이룬다. 큰 그림에서 그런 자연스러움을 보지 못할 때, 각 개인이 스스로의 모습을 무채색이라 느끼는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를 통해 우리 스스로는 충분히 예쁜 색을 지녔고, 자신감 그리고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 이 분의 책은 신간이 나오면 바로보기도 하고, 혹은 일전에 집에 있던 책을 읽기도 하는 나에게는 그 정도의 작가분이다. 1Q84가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 같다. 뭐가 막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것은 없지만, 워낙 유명한 작가이다 보니 그가 쓴 책들은 읽지 않아도 대부분의 책들의 이름은 익숙한 그런 느낌.


무라카미 하루키를 너무나 좋아하고, 본인 삶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 과거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과 결이 비슷하면서도 좀 달랐다. 스타일과 내용 모두 많이 다르다고 느꼈는데, 처음부터 술술 읽히면서도, 꽤나 인생의 진중한 주제를 쉽게 풀어낸다.


인간이 가진 개성, 개인이 가진 그릇의 크기와 다양성에 대해서. 모든 인간이 서로 다른 그 무엇을 이미 가지고 있는 부분이지만, 그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는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 작가는 본인의 실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는 톤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부분도 많이 있었고, 특히 쓰쿠루가 독백 혹은 사색하는 부분들이 그러했다. 물론 극단적인 스토리들은 소설인 것을 금세 깨닫게 하긴 했지만 말이다. 본인 스스로가 '다자키 쓰쿠루' 이름에서 나타내듯이 다른 친한 친구들과 달리 컬러가 없는, 무채색이라고 느낀다. 개성이 부족하다며 수 십 년을 살아왔다.


결국 주인공은 그 스스로가 가진 컬러를 찾아나가고, 마지막에는 매듭지어지지 않은 결론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다자키 쓰쿠루의 그 이후 미래를 상상해보게 한다. 요즘 세상은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다. 사회에서도 그런 면이 자연스럽게 존중받는 시대. 그러나 여전히, 이 세상 속에서 '본인의 개성은 부족해', '나는 덜 매력적인 사람이야', '나는 잘하는 게 뭘까',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등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생각의 전환점을 만들어줄 수 있는 책.


나는 내가 컬러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내가 가진 컬러가 상당히 매력적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곤 했다. 특히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어른으로 살면서, 나의 모범생적이면서도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나름 맞게 살아온 모습이 과거에는 잘한 것 같기도 했었지만, 오히려 나의 내면에 있는 수많은 잠재력, 그리고 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꽃필 수 있는 모습들이 덜 피워진 것은 아닌지, 그리고 덜 재미있는 사람은 아닌지 말이다.


요즘 나는 그렇다. 더 다양한 독서, 더 다채로운 혹은 나와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대화로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 내가 가진 컬러를 겉에서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있는 근본, 물감의 그 속 원료도 찾아보고 싶은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아니 앞으로 내 인생이 그런 과정들의 연속이 아니까. 그리고,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이런 나의 모습이 아마도 다자키 쓰쿠루가 본인의 개성, 열정, 마음이 가는 그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길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와 내가 많이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를 포함하여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고민의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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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7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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