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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Mar 09. 2020

사회적 거리 두기 1주일(feat.집순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까


     코로나 19가 처음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게 될지 생각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심각성에 대하여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점차 늘어나는 확진자와 격리자 수에 따라 나라에서는 새로운 캠페인을 제시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일명 '잠시 멈춤 캠페인'. 지난 1주일간의 소회를 적어본다.


[잠시 멈춤 실천수칙]
- 외출 자제 및 모임 연기를 통한 타인과 만남 자제
- 지인과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씻으며 위생수칙 지키기




Part 1. 업무


     난생처음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주말이나 휴가 기간 동안 근무를 한 적은 있어도 온전히 '근무'를 목적으로 집에 머물러 본 적은 처음이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근무이기 때문에 근처 카페를 갈 수도 없고, 이번 기회에 재택근무를 한번 제대로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자체 루틴을 만들어 보았다. 바로 책상까지 출근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


     기상 후 환기를 시키고, 샤워 후 책상에 앉는다, 일종의 '출근 의식'을 거치니 회사에 있지 않지만 출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회사 시스템은 이미 해외에서도 업무를 처리해본 적이 숱하게 있던 터라 업무 처리에는 문제가 없어서 디지털 노마드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휴가 중 해외에서 출국 수속 밟으며 업무 처리한 건 작은 에피소드 수준^^ 하하하) 나 자신을 한 번 더 파악한 기분이 들었다.




Part 2. 식사 및 간식


     회사에 있을 때는 팀분들과 혹은 개인적인 약속을 통해 점심을 먹곤 했는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식사와 간식을 먹기가 굉장히 애매했다. 게다가 편의점도 가려면 나가야 하잖아. 그래서 떠오른 게 배달의 민족 'B 마트'


     매번 궁금해하기만 하고 사용해보지는 않았는데 이번 기회로 이용해보았다. 후기는 별 4개. 우선 첫 사용이라 쿠폰이 지급되었던 점도 좋았고, 배송이 제법 빨랐던 것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상품이 조금 더 많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점심거리도 간식거리도 모두 배송시키고 나니 냉장고가 풍족해져서 굉장히 행복했다.


     심지어 문 앞에 두고 초인종을 눌러달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나니, 정말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가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이 2020 원더키디의 미래 생활상인가 싶었다.




Part 3. 취미


     최근에는 취미에 대한 의욕이 사라져서 퇴근 후 휴식에만 몰두했었는데, 집순이가 정말 집에만 있게 되자 사실 조금 몸이 근질거렸다. 그래도 나름 친구들과 주말에는 약속도 잡고, 가끔 혼자 영화도 보러 가고, 전시도 보러 가며 문화생활도 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다니. 손발이 묶인 기분이랄까. 그래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집에서.


A. 홈트


     사실 홈트는 예전부터 간헐적으로 해오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집에 사두고 한동안 묵혀두었던 홈트 기기들을 꺼냈다. 정말 집에만 있다 보니 찌뿌둥해지는 몸을 느끼며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적어도 회사를 다닐 때에는 출퇴근하며 걸어 다니고, 층간 이동을 하며 계단을 이용했는데 재택근무는 거실을 몇 바퀴 도는 게 다니까 운동량이 확실히 적어지는 게 느껴진달까. 내 휴대폰 속 만보기를 쳐다보기가 부끄러운 요즘이다.


     구독해두었던 채널들을 보며 갑작스럽게 시작하면 놀랄 테니 부위별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하다 보니까 재밌고,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올해 목표에 다이어트를 다시 넣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B. 유튜브 타로


     아는 사람은 안다는 유튜브 타로 세계. 올해는 고민이 많아 새해맞이 운세를 꼭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가지 못하게 된 나를 위로하며 유튜브 타로의 세계에 매진했다. 이게 또 보다 보면 중독성이 있다. 그리고 타로 마스터 분마다 영상을 올리는 방식이 달라서 나에게 맞는 가게를 찾듯이 계정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 제가 복채는 구독과 좋아요로 열심히 듬뿍 드리고 있으니 들숨에 건강, 날숨에 행복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 외에도 밀린 다이어리 쓰기, 집 청소, 심리테스트 등을 했다. 아직 달고나 커피 만들기는 안 해봄. 더불어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왓챠에서 보았다. 코로나 19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3일 무료 이용 쿠폰을 뿌렸다는데 좋은 취지인 것 같아 마케팅 담당자와 컨펌해주신 책임자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아직 나의 재택근무는 끝나지 않았다. 1주일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힘들었던 점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다 보니 내가 하루에 해야 할 '수다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답답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집안에만 있다 보니 햇볕을 쬐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더불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하던 일상의 소중함에 대하여 다시 한번 깨닫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겪고 있다. 역시 인간은, 아니 적어도 나는 사회적 동물이었다.


     뭐든 잃어봐야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나. 일상이라는 것의 소중함이 이토록 중요함을 비로소 느낀다. 어서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 더불어 최전선에서 노력하고 계시는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을 보내며 나부터 규칙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와중에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점이 피부에 와닿는 계기도 되었다. 이제 정상화가 되고 나도 향후 미래엔 기계가 많은 것을 대체하는 시대가 될 텐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아직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는 많이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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