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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Feb 24. 2020

서른 되면 연애가 쉬워질 줄 알았지

Lesson & Learn


     오늘 헤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별에 대한 매듭을 짓고 왔다고 해야 할까. 서른 살이 되면 이별에 조금 더 무뎌질 수 있을 줄 알았다. 멋지게 어른스럽게 대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사랑이 전부라서 이별 앞에서는 유치 뽕짝 아침드라마를 찍을 수밖에.


     지나간 사랑과 이별들 덕분에 스무 살 때보다는 조금 더 단단해졌지만, 드라마 속 삼순이가 말하던 '딱딱해지지 못한 심장'은 서른 살에도 이별 앞에 울게 만든다. 그래서 이번 이별은 Lesson & Learn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다음 연애는 좀 더 잘해보려고.


1. 사랑이 일을 방해해선 안 된다.


     루틴한 일상이 있다는 것은 연애하거나 이별을 했을 때 몹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헤어졌을 때. 밤새 술 마시거나, 울고불고 눈이 팅팅 부었어도 다음날 출근해야 할 일터가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이나 이별이 가져오는 감정은 일상에서 극과 극에 있는 감정이니 일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실수를 유발하거나,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실수 혹은 기타 자잘한 것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꼈다. 이젠 사생활의 문제를 일터에 가져가지 말자. 평상시와 같이 혹은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잘하자. (내일 출근도 화이팅)


2. 성향? 취향? 가장 중요한건 '노오력' 이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거나, 반대에 끌린다거나 그건 일시적인 것 같다. 모든 건 '노오력'에 달려있다는 것. 특히나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쌍방'의 노력이 있어야겠지.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연애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아무리 한 사람이 노력해 봤자 벽과 이야기한다면 연애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노오력이라는게 중요하다는 것. 그럴 생각이 없는 상대라면 일찍 접자.


3. 시작도 끝도 제대로


     가사는 세대를 대변한다. 썸이라는 노래가 나오고 나서 썸을 타고 연애를 하는 게 문화가 되었고, 걸스데이의 노래 중 '요즘 연인들은 키스하고 시작한대'라는 가사가 나오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다들 사귀기 전의 스킨십에 대해 관대해진 느낌이다.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지켜야 할 것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오늘부터 우리는 연인이다'라고 서로 명확하게 관계를 규정짓는 것과 얼굴을 보고 '우리 헤어지자'고 관계를 정리하는 것.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언제 시작된 지 모르고 끝난 지 모르는 관계를 보면 이것이 연애였던가 싶은 순간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늘 바닥까지 보고 동굴에 들어간 사람들을 끄집어내서 얼굴을 보고 헤어진다. 그게 인생에서의 마지막 보는 얼굴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정도 노력은 할 수 있으니까. 서로의 관계에 대한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 제-발


4. '나'보다 중요한 건 없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연애를 쉽게 시작 못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렵게 시작하게 된 관계들에 미련을 조금 많이 갖는 편이었다. 내가 조금 더 잘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하고 모든 문제의 화살을 나에게 돌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다. 연애가 '나'보다 앞서선 안 된다는 걸. 둘이 함께한 관계였고, 나만 잘못한 순간이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사랑하고 사랑받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이제는 그 마음의 크기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과 연애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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