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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Mar 29. 2020

내 친구의 남자 친구

우리 모임에 온 것을 환영하오 낯선 이여


“저 사람 내 친구 남자 친구 같은데?”


     SNS의 발달로 인해 낯익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친구의 연인이라면 더더욱. 뭐랄까 약간 연예인 같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만나면 ‘어!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봤어요~ 실물이 더 멋지시네요’와 같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말을 내뱉게 되는 그런 사이. 그런데 정말로 그런 말을 해야하는 순간이 내게 닥쳐왔다.


     몇 달 전 점심시간, 회사 근처 카페에서 식후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익숙한 남자가 들어왔다. 내 절친의 남자 친구. 순간 머릿속에 너무나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 아니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지? 도대체 누구랑 같이 온 거지? 친구한테 연락해봐야 하나? 뭐야 뭐야 하면서 순간 혼자 멘붕. 역시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친구한테 연락했지만 그녀의 카톡에선 1이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함께 커피를 마시는 동료에게 이야기를 했다가 그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안심을 얻었다.


     하지만 그런 안심도 잠시. 나에게 다가온 그는 ‘OO이 친구분 맞으시죠?’ 라며 인사하는 게 아닌가. 내 친구는 나한테 연락도 없이 바로 남자 친구에게 연락한 것. 나는 너무 당황해서 스타벅스에서 90도로 인사했다. 누가 보면 거래처 사장님을 만난 느낌. 이렇게 황당한 첫 만남을 한 우리는 지난주 정식으로 소개받았다.




     우리 모임에서 생긴 첫 경사. 결혼식이 끝난 후 가진 티타임에 친구의 남자 친구가 찾아왔다. 그나마 얼굴을 한 번 본 사이라고 내가 친구네 커플과 모임원들(? 사이에서 사회를 자연스레 보게되었다.


     어색한 공기를 참지 못하는 성격상 나를 망가뜨려서라도 분위기를 띄우고 화젯거리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사회자병이 있는 나는 집에 와서 목이 나가는 줄 알았더랬다. 휴.


     하지만 내 눈앞에서 서로를 향해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던 친구네 커플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 날 나눈 여러 주제의 대화를 통해 친구가 왜 그분을 좋아하는지 왜 결혼을 결심했는지도 알 것만 같았다. 친구의 남편이면 이제 내 인생에도 들어오게 될 사람인지라 나 또한 잘 부탁드린다며 거듭 인사를 한 토요일 오후. 우리는 그렇게 폴더인사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했다.


     자상한 친구의 아버지를 닮은 사람. 자매뿐인 친구네 집에 아들이 되어준 사람. 내 친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웃음 지어지는 커플이었다.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려 했으나 눈치 빠르게 카메라를 온몸으로 의식한 덕분에 건진 사진은 없어서 슬픈 카메라맨).



덕분에 봄이 온 것을 느꼈다.

조만간 청첩장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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