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로컬 투어 - 속초 B
참 달았던, 꿈같았던 당일치기 여행
손에 들린 닭강정이 없었다면
꿈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속초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 있다. 바로 속초에만 있는 서점. 최근 동네책방에 관심을 갖게 된 터라 그곳에만 있는 서점에 꼭 가보고 싶었다. 짧은 당일치기의 일정상 고르고 고른 두 곳. '동아서점' 그리고 '문우당서림'
'동아서점'. AROUND 강원편에서 주인 내외분 인터뷰를 읽어서 그런지 괜스레 단골이 된 듯한 기분으로 서점에 들어섰다. 곳곳에 서점만의 기준으로 큐레이션 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마음 같아선 정말 책들을 쓸어오고 싶었다. 흔히 서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해외 잡지들도 많았고, 한눈에 탁 트여 보이는 서점의 전경도 좋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정말 서점의 모든 코너를 구석구석 보고 싶었을 정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아마도 구입한 책) 창가에 준비되어 있는 바 테이블도 너무 좋았고, 곳곳에 놓인 센스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도 아기자기하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셔터를 파바박!
그리고 바로 건너편에 있는 '문우당서림'에 갔다. 문우당 서림은 정말 내부 인테리어에 박수를 친다. 벽을 빼곡하게 채운 색색깔의 책 구절들은 '여기가 포토존이야'라고 말해주는 듯했고, 2층에 올라가면 은밀하게 만날 수 있는 독립 서적 코너도 좋았다. 함께 있는 굿즈들도 너무나 '속초'와 '문우당서림' 스러워서 도대체 뭘 사야 내가 돌아가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수십 번 고민하게 되었다. 서점의 간판 로고부터 인스타그램까지 그리고 책을 살 때 포장해주는 방법 (원하는 띠지로 둘러주신다)까지 정말 하나의 실로 꿰어져 있는 듯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렀으면 하는 곳. 나는 이곳에서 함께 간 친구와 서로에게 선물할 책을 한 권씩 사서 선물했다. 내가 선물 받은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동네서점 판! 속초를 사랑하게 된 이유, 그리고 또 가고 싶어 진 이유. 이 서점들이 큰 몫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본 서점들에 미련이 많이 남아 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더랬다.
실컷 걷다 보니 커피가 마시고 싶어 졌다. 정겨운 간판들이 가득한 시내를 지나, 내가 지도에 표시해둔 그곳. '칠성 조선소'로 향했다. 속초의 살롱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하던데 가히 그럴만했다. 나는 입구에서부터 매료되었다. 사진으로 보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곳. 직접 가봐야만 그 매력을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칠성 조선소'라고 생각한다. 바닷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며, 과거 조선소가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그 모습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와 다정한 주인 분들이 계신 곳. 그리고 맛있는 커피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선물한 책을 한참이고 읽다가 바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를 가진 다양한 공간을 좋아하는 나에겐 최적의 공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월요일이라는 걸 잊은 채 한참을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래, 속초에 오면 바다를 가야지, 속초의 다른 매력에 빠져 정신을 못 차렸지만 애초에 속초에 온 이유는 바다였다. 하지만 하필이면 날씨가 흐렸다. 겨우 찾은 속초해수욕장은 바람이 마구 불어 바닷가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고자 했던 나의 꿈은 꿈으로만 그쳐야 했다. 파도는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방파제를 쳤고, 나는 좌절했다. 동해의 깊고 푸른 바다를 보고 싶었건만 내 눈앞에는 회색에 가까운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래도 속초에 왔는데 끝까지 가봐야지, 싶어서 해변을 한참 걸었다. 덕분에 머리는 바닷바람으로 산발이 되었고, 으슬으슬 감기 기운까지 올 것 같아 바다를 떠났다. 날씨가 좋을 때 다시 와야지.
그래도 해변가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여러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던 건 인상적이었다. 부산에서는 다대포 바다미술제도 개최한다던데,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꼭 보고 싶었더랬다. 속초에서도 이 정도의 바람이면 충분히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과 눈도 채웠으니 허기도 채워야 한다 (사실 가장 중요해) 속초에 와서 가장 먼저 먹은 건 '아마이 홍게' 게살 전과 게 칼국수를 먹었는데... 정말 대게를 사랑하다 못해 현기증이 날 지경인 나에겐 천국과도 같았다. 제발 먹어줘요 세상 사람들. 너무 유명해지면 곤란할 것 같긴 한데 진짜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다.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먹은 첫 끼니. 오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컷 사진 찍어서 친구들 방에 올렸더니 회사에 있는 동기들로부터 온갖 욕을 먹어서 더 배불렀다. 히히.
다음 먹거리는 중앙시장 닭강정. 이거 아주 미친놈이다. 정말 얼마나 맛있냐면 그냥 한 박스를 포장해서 서울로 데려왔다. 혹시나 기울어서 양념이 샐까 봐 정말 소중하게 껴안고 굳은 자세로 버스에서 졸았다. 집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나눠먹었는데 이 맛 또한 일품이었다. 내가 하루 동안 즐긴 속초가 서울로 이사 온 느낌이랄까. 너무 맛있어서 행복하게 마무리된 속초 당일치기.
갑작스러운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알차고 또 적당히 아쉬웠다. 드라마 남자 친구에 나왔던 의자에 앉고 싶었지만 얼마 전에 철거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했고, 그 바닷길을 걷고 싶었지만 다른 목표지들과 거리가 좀 있어서 포기했다. 이런저런 조율 속에 당일치기 여행은 적당한 포기와 타협으로 완성되었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라는 마음으로 나의 여행은 늘 마무리되는 것 같다. 내 마음을 조금 떼어 두고 오는 것, 언젠가는 찾으러 갈 것이라고 나 스스로와 약속하는 것. 이게 내 여행 방식인 것을 이제야 깨닫고 그 아쉬움 조차 여행의 과정으로 즐기게 되었다. 국내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오면 속초에 또 가야지. 그때는 못 간 곳들을 다시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