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예찬

나의 한강 너의 한강 우리의 한강

by 서경


계절이나 날씨를 가리지 않고, 나는 종종 한강에 간다. 가끔 카메라를 챙기고, 더 가끔 돗자리를 챙긴다. 보통 친한 사람들과 함께 가고 우리는 주로 무언가를 마신다. 캔커피, 캔맥주, 와인 등등. 먹는 것은 그때그때 상황마다 바뀐다. 생일이라면 케이크와 함께, 운동삼아 나온 길이라면 양심상 물 정도로.


이렇게 함께하는 사람, 음식, 음료는 달라지더라도 빠지지 않는 게 있다면 음악일까. 종류는 아주 달라져도 음악 없는 한강은 상상할 수 없지.

그리고 우리는 대화한다. 울분에 북 바쳐 누군가를 욕하거나, 사랑에 빠져 설레는 감정을 공유하곤 한다. 슬픔을,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고민 등을 털어놓으며 지나가는 강물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혹은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옆에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무언의 대화를 한다.

때로 한강은 유혹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너랑 한강에 같이 가고 싶어’, 라는 말은 ‘우리 데이트 하자’라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 (나한테는) 나의 소중한 장소를 너와 함께 공유하고 싶어, 정도의 의미가 되려나-


나는 가끔 한강으로 도망치기도 한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때, 멀리 여행을 가고 싶지만 당장 갈 수 없을 때. 도망가고 싶지만 딱히 이렇다 하게 도망갈 수는 없는 상황일 때 (사실 대부분의 상황이 그렇다) 나는 한강행을 선택한다.


이렇게 도피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그곳은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다. 정해진 시간만 열리는 곳도 아니고, 정해진 사람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때마다 입장료를 내거나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 곳도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쉽게 갈 수 있고 발길 따라 걷다 보면 고민은 어느새 사라지고 다리의 통증만이 남는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일터에서 일터로, 약속 장소에서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내내 나의 삶 속에 한강이 녹아 있다. 낮에 보는 풍경과 밤에 보는 풍경. 그 모든 게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담겨 요즘 따라 더욱 내 눈을 다채롭게 만드는 중이다. 서울에 놀러 온 여행자처럼 핸드폰을 꺼내 새삼스럽지만 찰칵찰칵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요즘.


유난히 버스에서 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한강의 풍경이 아름다운 여름의 입구. 내가 사랑하는 여름밤의 시작.

매거진의 이전글속초에 마음을 두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