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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Jun 22. 2020

차가 가지고 싶어 졌습니다

코로나가 불러일으킨 어마어마한 소비욕구


     인생에서 가지고 싶은 물건을 줄 세워 보았을 때 차는 언제나 나에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늘 가지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그것은 때로는 새로 나온 카메라였고, 노트북이었고, 가끔은 향수였고 또 가끔은 비행기 티켓이었다. (난 왜 이렇게 전자기기들을 좋아했던 걸까)

     내 동생은 나와는 반대로 스무 살이 넘자마자 면허를 따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대학생 때는 면허가 없었고, 면허를 딴 후 직장에 들어와서는 나를 위해 운전을 할 시간이 없었다. 물론 회사에서는 외근 때마다 선배들이 운전하라고 눈치를 주셨지만 나는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섣불리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몇 번 잡았지만 거의 욕할 뻔)

     남자 동기들이 연차가 쌓여갈수록 차를 사고, 그런 모습을 보며 팀분들이 나에게 물어보실 때에도 나는 차를 사기보단 돈을 더 모아서 집을 사고 싶다,라고 말하는 쪽이었다. 친구들도 참 끼리끼리라고 내 주위에도 차보다 집에 가치를 더 두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흔한 근교 여행도 잘 못 가봤다. 가까운 서울 근교를 가는 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가는 것보다 어려웠다. 우리에겐 차가 없었으니까.

     쏘카나 그린카 등 카쉐어링 서비스가 보편화되었지만 친구들이 서로를 태우고 어딘가에 가는 것은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래서 쉽사리 여행은 성사되지 않았다. 나도 물론 가고 싶은 곳들이 많았기에 운전 연수를 받아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장 운전할 차도 없는데 받아서 뭐하지 라는 생각이 참 자주 들었다. 그래서 자꾸만 운전을 나중으로 미뤘다.

     하지만 2020년,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던 코로나는 사그라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매년 여행 가는 낙으로 살아온 나는 한국에 발이 묶인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는 연차들과 속으로 곪아가는 답답함들로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마음에 일단 써야 하는 휴가를 냈다. 혼자서도 잘 노는 나인데 유난히 집에 묶여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로 너무나도 가고 싶은데 시동이 안 걸리는 기분. 아니, 뭘 해야 할지 감조차 안 드는 기분.

     날아가버릴 수 없다면 자동차를 타고 멀리멀리 도망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넘실거렸다. 이제 운전할 때가 왔다, 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비로소 차를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의 발이 되어줄 그런 차가.

     마음을 먹고 나니 차와 관련된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차박, 차크닉 등등. 그래 이젠 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나아가야 할 때다. 차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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