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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Jun 15. 2020

앗 혹시 당근당근?

옷장 정리 그리고 당근 마켓


     준비 없이 여름이 찾아왔다. 문득 바라본 내 옷장은 사계절이 공존하고 있었다. 5월까지도 제법 쌀쌀해서 미루고 미뤄온 옷 정리를 이번 주말에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졌다. 마치 어항 속에 있는 듯한 습도와, 낮에 외출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뻗어버리는 높은 온도. (엄마가 나는 여름에 태어나서 더위를 안 탈 거라고 했지만 엄마 나는 굳이 따지자면 여름보단 겨울이 더 좋아.)


     그렇게 이번 주말 옷장을 섞었다. 지난 겨울 옷들에겐 작별을 고하고, 여름옷들에겐 새로운 안녕을 인사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여름옷들이 없지? 이건 정말 미스터리다. 역시 좋아요를 눌러둔 옷들을 모두 주문해야겠어.


     수납박스 들에 옷을 이렇게, 저렇게 넣어보고 방을 조금이라도 넓게 써보고자 이렇게 저렇게 박스를 넣어보았다. 도대체 이 1인분의 삶에 짐이 뭐가 이리 많단 말이지? 내가 패셔니스타도 아닌데 이 옷들은 다 뭐란 말이야.


     안 되겠다 싶어 당근 마켓 어플을 켰다. 내 사수가 알려준 어플. 나는 바니바니 당근당근의 당근 마켓인 줄 알았지만 네이밍이 나름 의미가 있었다. ‘당신 근처의 마켓’.


     의미를 알고 나니 다르게 보였다. 이사 전에 제법 많은 물건들을 팔았다는 사수의 말 따라 나도 올해의 이사를 앞두고 이 물건들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했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최대한의 정보제공을 위한 친절한 설명까지. 이 세계에는 나름의 시세도 존재한다. 정말 싼 가격으로 올렸는지 의심이 된다면 글을 올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미친 듯이 메시지가 오니까. 하지만 메시지가 오지 않는다면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라는 것.


     나도 집을 청소하고 방을 정리하며 몇 가지의 물품을 올렸다. 부디 누군가가 데려가서 잘 쓰셨으면.


     글을 열심히 올리다가 문득 떠올랐다. 나의 가장 첫 당근 마켓 판매 물건이. 올리브영에서 팔던 다이어트 보조제였는데 신나게 샀지만 나는 챙겨 먹지 않았고, 집에 쌓아두고 있었다. 그래서 글을 올렸고 순식간에 판매. 사가신 분은 의외로(?) 중후하신 남성분이셨다. 후기에 올려주신 글이 참 따뜻했다. 안 맞는 양복을 다시 입고 싶으시다고 응원해달라는 글. 그래, 근처의 사람들에게 나눔을 하는 플랫폼. 21세기의 이웃 간의 정은 이런 걸까?





방금 온 메시지로 거래가 하나 잡혔다

내일 물건을 회사에 들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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