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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Jul 13. 2020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순간




 장마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긴 슬럼프도 시작되었다.


유독 여름에 약한 나였지만,

이번 여름은 유난히 길게 앓으면서 넘어가고 있다.

왜일까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니

정답은 내가 좋아했던 일들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고,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갖고 가지고 있는 게

내게는 큰 위안이었는데,

그것들이 어느 순간 목을 죄어왔다.


직장에서 생각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나의 그릇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글쓰기라는 취미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날 수록

한 글자도 못쓰는 날들이 늘어난다.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다,

꾸역꾸역 살고 있다,

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저녁 11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 자야 할 시간. 내일은 또 출근해야 하니까.


하고 싶은 말도, 쓰고 싶은 이야기도

털어놓고 싶은 것들도 많았는데

마음과 머릿속에 빙빙 맴돌 뿐 툭, 내뱉어지지 않는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 무겁게 얹혀 있을 뿐,

머뭇머뭇한다.


오늘 밤은 맥주를 마실까.

아니야 맥주를 마시면 내일 늦게 일어날 것 같아.

요즘은 나도 내 컨디션을 조절 못하니까.


매주 글을 쓰는 습관을 가져보자는 목표로 시작한 글쓰기,

6개월도 채 가지도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함께 글을 쓰는 언니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따뜻한 조언이 한 움큼 안겨왔다.


'네가 쓴 책도 메모를 가지고 만든 거잖아.
긴 글이 아니더라도 SNS나 메모장에 쓴 거라도 괜찮아
그것도 너의 글이니까. 부담 갖지 말자'


그래 맞아.

좋아하는 일이 나의 부담이 되면 안 되잖아.

내가 사랑하는 글쓰기마저 나에게 짐이 되면

내가 너무 힘이 들 것 같아.

잠깐 글쓰기로부터 잠수 탔던 시간.

이제 동굴에서 나와서 다시 써봐야지.


짧은 메모도, 긴 글도

무엇이든 좋으니까 내 생각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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