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
책을 출간한 지 벌써 11개월 차. 100부를 찍었는데 모두 내 손을 떠났다. 내 손으로 한 땀 한 땀 포장한 그 책들은
어디에 가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네이버, 구글, 인스타그램 등등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찰나, 예상치 못한 곳들에서 만난 책의 행방. 유행가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스쳤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독립 출판물도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구나! 누군가의 신청에 의해 들어가게 된 걸까? 설마 사서분이 신간이라고 넣으신 건 아닐 거 아니야...이 도서관은 독립 출판물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걸까?
도서관에서 꽤 오래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도서관에 내 책이 놓인 건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그리고 반갑고 고맙고 꽤나 복합적인 감정이 휘몰아쳤다. 주민 여러분 많이 읽어주세요!
- 세상에 제 책이 여기에 들어가 있다고요? 말 그대로 책의 '보고' 같은 곳에 내 책이 놓여 있다니,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아직 못 가본 곳인데 내 책이 놓여 있다니 너무 행복한 기분.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가서 사진을 찍어야지 다짐했다. 도대체 무슨 경로로 들어가게 된 걸까. 내 책이 여기에 꽂혀있다니 세상에나! 감개무량을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 눈에 띄는 제목 탓인지 다들 한 번씩은 훑고 지나가는 책의 이름. 다음 책을 쓴다면 조금 더 정상적으로 지어봐야지..! 부디 다음엔 사람들이 재밌다며 쳐다만 보고 지나갈게 아니라, 책장에 꽂아둘 수 있도록..!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에 품을 문장 하나쯤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짐.
- 책 부수가 적어서 그랬나? 리뷰 이벤트를 안해서 그런가? 아니면 정말 적을 말이 없어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리뷰들은 있었다. 더 말하지 않을게요, 이쯤 되면 사랑이야 당신. 본인의 다양한 블로그 리뷰에 제 책을 언급해주시며, 저에게 추천 도서까지 적어주신 당신. 밥 사드릴게요 연락 주세요 제발.
저보다 제 책을 열심히 읽으신 당신에게. <- ㅋㅋㅋ
서점에 서서 몇 장 읽고 지나간 분들의 코멘트들도, 제목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냈다는 글도 모두 나에겐 소중한 이야기. 다이어리에 책을 오려 붙인 이야기도 모두 가슴 뭉클한 리뷰. 그리고 지인들이 보내주는 가슴 뭉클한 독후감까지 책을 내고 참 많은 감동을 받았다.
https://www.socialvalue.kr/news/articleView.html?idxno=600359
- 나도 모르게 나온 신문 기사. 신작 소개 코너 같은, 내가 적어놓은 책 소개가 옮겨진 기사였는데 굉장히 감개무량했다. 어떤 계기로 적히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삿거리가 될만한 책이었다는 점에서 셀프 박수!
어떤 연극 속의 주인공처럼 서점에 앉아서 내 책이 팔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어서 처음엔 입고한 서점들을 매일같이 들어가며 판매량과 순위에 집착하기도 했고, 책을 더 뽑아야 하나 김칫국도 아주 잠깐 마셨지만 모든 일은 시간이 해결해 주기 마련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결국 100권의 책은 모두 내 손을 떠나 어느 공간에 놓여 있고, 그 책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고 있는 지금.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따름.
책을 냈다는 사실 만으로도 하나의 이슈가 되어 '너 책 냈다며!' 핑계 삼아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분 좋았던 시간들.
좋은 핑곗거리가 생겨난듯해 행복한 출간의 경험이었다.
하지만 다시 그렇게 미친 듯이 책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가 폭풍같이 쏟아지는 시기,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책을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갖고 야근의 연속인 날들 속에서 밤새 책 편집을 하고 출근해도 행복하고 뿌듯했던 시간이었다.
밤을 새우며 원고를 봐도 웃음이 지어지던 시간들. 미쳤었던 날들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쳤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주말출근하고 편집실에서 바로 출판 수업 들으러 가야 한다며 긴 거리를 총알같이 날아가던 나였으니까.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들의 특성상 정산이 매달 이뤄지는 게 아니라 분기별 혹은 몇 달에 한 번씩, 혹은 가지고 있는 책이 다 팔리면 정산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서점 별로 다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입고한 서점들에 현재 몇 권의 책이 남아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남아있는 책들이 더 좋은 사람들, 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기를 바란다.
현재 입고된 서점들을 안내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서점에서 '이런 십 년'을 찾아주세요!
1. 스토리지 북 앤 필름
https://smartstore.naver.com/justorage
2. 다시 서점
https://smartstore.naver.com/dasibookshop
3. 가가 77페이지
https://smartstore.naver.com/gaga77page
4. 프루스트의 서재
https://smartstore.naver.com/proustbook
5. 서른 책방
https://www.instagram.com/30books/
6. 이후 북스
https://smartstore.naver.com/now_afterbooks
7. 책방 연희
https://smartstore.naver.com/chaegbangyeonhui
8. 하우스 북스
https://www.instagram.com/hows_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