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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Dec 07. 2020

재택근무 하며 바라보는 풍경

익숙해지는 게 조금은 두려워지는 나날


재택근무 3주 차. 지난봄의 긴 재택근무와는 다르게 나는 제법 이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우리는 이 상황 속에서도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화상 미팅 등을 활발하게 사용하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결국은 해내야만 하는 회사원으로서의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봄의 재택근무는 나에게 큰 코로나 블루를 가져다주었던 기간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의 재택근무는 나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기간인 것 같다.


나는 이 재택근무를 위해 방안에 위치한 책상을 거실로 뺐고, 화상 미팅을 위한 최적의 책상 배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흡사 내 사무실과 비슷하도록 필요한 모든 것이 내 손에 닿을 수 있도록 구비해두었으며, 나름의 루틴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퇴근시간이 없는 것은 여전한 숙제


잦은 배달음식에 지쳐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매일 가던 커피전문점은 믹스커피로 대신하기 시작했다.

책상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두기 시작했고, 집에 묵혀두었던 향초를 하루 종일 피우며 일한다.


일하기 좋은 음악을 선곡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늘은 뭘 해 먹을까 고민하는 것으로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제법 괜찮은 삶.


나와 요리는 상극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면 요리를 해먹 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배달 어플을 틀고도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 지긋지긋해지는 요즘. 백종원 아저씨에게 구원받는 나날이다. 'ㅇㅇㅇ백종원 레시피'는 마법의 검색어니까.


3월과는 다르게 11-12월의 해는 빠르게 져서 4시부터 빨간 태양이 아파트의 창가를 불태울 것 마냥 물들인다.


내 시야에서 보이는 몇 동 몇 호 일지 모를 아파트의 창가에 비치는 붉은 태양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빠른 듯하면서도 느리게 느껴져 묘한 느낌이다. 노을 지는 아파트의 색깔은 따뜻하지만 차갑다.


바깥에 나가지 못한 지 3주.

배달의 민족인 우리나라의 물류시스템 덕분에 의식주가 지켜지고 있다. 결국엔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겠지. 감사의 마음으로 무조건 총알 배송에 대한 반대표를 또 던지며- 마음에 드는 2021 다이어리를 찾아 구매했다는 기쁜 소식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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