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 해를 준비하자
다음 주면 달력의 마지막 장을 펼친다.
모두에게 연말의 루틴이 있겠지만,
나에게도 연말이 되면 하는 루틴들이 있다.
바로, 문구점들의 다이어리 코너를 돌며
내년도에 쓸 다이어리를 사는 것.
최근엔 너무 바빠서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11월이 끝나가고 있다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다양한 답변이 돌아온다.
'다이어리? 그거 아무거나 쓰면 되는 거 아니야?'
'그냥 회사에서 주는 거 쓰지 뭐'
'굳이 돈 주고 사야 해?'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나에게 다이어리는 일기장을 의미한다.
스트레스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
구구절절 하나부터 열까지 느낀 감정이나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다 보면
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저절로 해소되는 경험을 자주 하곤 했다.
그래서 어떤 다이어리를 고르느냐는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써온 만큼
나름의 취향이 생겼기 때문.
MONTHLY의 위치는 상관없다. 앞에 몰려있어도, 각 월별로 나와도, 혹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
내 스케줄은 모두 핸드폰에 적어두기 때문에.
WEEKLY는 문제가 심각하다. 간헐적으로 쓰기 때문에 안 쓰고 넘어가는 주가 많은 반면, 한번 쓰면 한 페이지는 거뜬하게 넘길 정도로 할 말이 많기 때문.
각 요일별로 굉장히 애매하게 공간이 주어진다면
난감하다. 이 부분에서 많은 다이어리들이 탈락하곤 한다.
DESIGN. 사실 디자인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딱히 하지 않고 글씨만 열심히 쓰는 편이기 때문에 육공 다이어리를 선호하진 않는다. 오히려 제본되어 있는 편이 편하다.
그리고 가방에 들어가는 사이즈, 어느 여행지에서도 펼칠 수 있는 사이즈면 딱 좋을 것 같다.(실제로 여행지에서 자주 들고 다니며 일기를 쓰는 편이니까)
그리고 만년필로도 쓸 수 있는 내지 두께에 적당히 깔끔한 디자인이면 합격.
나름의 이런 기준을 가지고 요새 눈여겨보고 있었던
문구 브랜드들의 신년 다이어리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마음에 드는 건 없는지.
모두들 브랜드별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하거나,
나에겐 불필요한 요소들이 많고 정작 필요한 건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이야기를 나처럼 문구를 좋아하고 다이어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인에게 말하니, 그녀는 나와 정반대의 다이어리 취향을 갖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에겐 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모두 필요한 요소였던 것. 세상에 오조오억 명이 있으면, 오조오억 개의 취향이 있는 거겠지.
오늘도 나는 2021년도 다이어리를 찾아서
인터넷 바다를 서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