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봤던 '월리를 찾아서' 기억이 나는가? 90년대엔 '월리를 찾아서'라는 책과 착시효과를 이용한 책이 유행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는 월리를 찾아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1987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마틴 핸드포드가 그린 그림책이다. 큰 한 장의 그림 속에서 빨강흰색 줄무늬 모자와 안경을 쓴 월리를 찾는 책이다. 월리를 쉽게 찾지 못하도록 한 장의 도화지에 인물과 사물들이 매우 빽빽하게 그려져 있어 두 눈을 부릅뜨고 집중해야 한다. 월리를 찾기 쉬운 책도 있지만 권수가 진행될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두 눈에 불을 켜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릴 때 난 부모님이 사주신 월리를 찾아서 한 권이면 동생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을 비벼가며 월리 찾기 삼매경이었다.
그렇게 월리를 찾아 헤매던 나는 40살이 되었다. 불혹(不惑)이 되면 세상의 지혜를 갖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나는 마음속 수많은 로사가 내는 소리들로 여느 때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어려웠던 시절을 벗어나기 위해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싶어서 앞만 보며 살아온 나였는데 어쩐지 가슴속은 10년 묵은 체증이 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그런 나를 혼란과 답답함에서 해방시켜 준 건 한 책이었다.
자기계발서라면 끔찍하게 싫어하던 내가 재테크 공부를 하면서 수십 권의 마인드 관련 도서를 읽었다. 인생의 진리는 정말 불변한 것인가? 책 속의 모든 작가들은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다 같은 이야기를 목청껏 부르짖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마음속에 확 꽂히고 스파크가 파박 튀는 그 무언가가 없었다. 우연히 한 스승님에게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내 마음속이 왜 이리 시끄러웠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건 큰 그림책 속에서 진짜 월리를 찾듯 나도 내 마음속 가득 메운 수많은 로사 중에서 진실의 목소리를 내는 로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 고단했던 환경 탓인지 타인의 기준과 인정에 목말랐었다. 그리고 성인으로 성장해 불혹이 되기까지 변함없이 난 세상이 말해주는 행복의 기준과 타인의 인정에 나를 갈기갈기 찢고 늘려서 끼워 맞추며 살아왔다. 상처 입은 줄도 모르고 아픔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하루하루 나를 채찍질하며 나를 세상 속 월리 안에 던져 넣어 그들과 섞여 나의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게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줄 알았다.
내 마음속 혼란의 이유를 알게 되고 난 그때부터 스스로 질문을 했다. '나다움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행동은 무엇인가' 단순한 질문들로 보였지만 책 속에 숨어있는 월리를 찾는 것처럼 질문의 답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아마도 너무 오랜 시간 세상과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탓일 것이다. 그렇게 불혹의 나이에 '월리를 찾아서'처럼 내 마음속에서 진짜 '로사찾기'가 일어났고 난 오늘도 진실의 목소리를 내는 로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신은 당신만의 월리를 찾았는가?
나는 진짜 로사를 찾아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타인보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나'의 기준에 맞춰 '내'가 행복한 것을 하려고 한다. 내겐 그것이 바로 글이다. 나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내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와 내가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살며 겪은 일들의 단상을 통해 인생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늦은 저녁 동네 툇마루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하루를 털어내듯 나의 글이 당신의 편안한 쉼터가 되길 바란다. 부자로사 툇마루에서 삶의 소중함, 기쁨, 슬픔, 위로, 격려를 마음껏 느끼고 행복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