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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음 Feb 16. 2023

빠삐요뜨

당신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들, 호기심 테라피


     빠삐요뜨 papillote는 반짝거리거나 종이로 싸여 있는 사탕, 초콜릿을 부르기도 하고 유산지로 포장된 생선요리를 말하기도 한다.

     이 요리를 준비할 때면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든 채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메뉴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볼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손님들의 호기심을 상상하는, 요리하는 사람의 호기심이 더해져 이 요리는 호기심 충만한 메뉴가 될 수밖에 없다.

      

      자꾸 사람들이 평균연령이 백 세가 넘을 거라는 이야기를 덕담처럼 해준다. 말하는 사람은 덕담이지만 받는 사람은 아찔하다. 백 세라니. 지금도 노화의 태풍 속 한가운데서 폭풍우를 아무런 장비도 없이 온몸으로 맞는 듯 심신이 녹진한데 백세라니. 백세까지 대체 뭘 더 하면서, 열심히 삶을 이어가야만 한다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다다르면 그냥 바닥도 알 수 없이 아득해지는 것이다. 

     신체적 노화는 타고난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지만 정신적 노화는 내 맘대로 핸들링이 가능한 부분일 거라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로가 된다.

     호기심.

     호기심은 정신에게 주는 비타민이다. 삶을 지탱하기 위한 필수성분은 아니지만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성분이라고 할까. 끊임없는 호기심은 읽게 만들고 보게 만들고 듣게 만들고 만들게 만든다. 다양한 감각을 상호발전하게 만든다. 즐거움은 허브오일테라피처럼 신경을 느슨하게 하고 심장박동을 느리게 만든다. 

      삶을 재미있게 만드는 비타민, 호기심. 호기심테라피라고 불러도 될까.


     빠삐요뜨는 재료를 준비하면서부터 재미있는 요리다.

     오븐에서 막 꺼내어 커트러리로 입구를 벌릴 때 첫 만남, 첫 시선의 즐거움을 위해 재료의 색감들과 색감들의 적절한 배치, 컬러들의 조화, 부재료의 컬러를 돋보이게 만드는 주재료의 컬러를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오븐에서 꺼내어 접시 위에 얹고 앞에 놓인 유산지 봉투의 입구를 벌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솟아오르는 수증기 사이로 보이는 요리의 향과 색들의 조화. 

     그 마주하는 순간, 부지불식간에 발성되는 도레미파솔의 솔. 솔라시도의 탄성을 듣고 싶은 것이다.


     빠삐요뜨라는 요리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충족하는 비타민 같은 메뉴다.

     얇은 가면 안에 숨어있다. 지나치게 얇은 가면은 당신의 눈길만으로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가벼운 신호를 보낸다. 싸우자고 덤비는 메뉴가 아니라 재미있게 놀아볼까 농담을 툭 던지는 느낌이다. 싸여 있어서 적극적으로 냄새를 알아차릴 수는 없지만 요리 좀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식재료가 들어있을지 상상을 자극한다. 

     양손에 커트러리를 잡고 가운데에 두 번 접혀 있는 입구를 벌린다.

     입구는 부드럽게 열리고 열린 틈으로 갇혀 있던 요리 과정의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메뉴의 향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퍼진다. 김이 사그라들 무렵 시야에는 조금 더 벌어진 틈 사이로 다양한 색 모둠이 보인다. 탄성이 나올 수밖에.


     백세까지는 원하지 않는다.

     다만, 낡지 않은 노년을 보내고 싶은 욕망은 있다.

     호기심 테라피의 방식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일단 빠삐요뜨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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