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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음 Jul 17. 2023

맛있는 유산

그라탕 도피누아를 특별히 좋아하던 당신을 위한.

이제와 생각해보면 당신은 마술사였다.

어릴 때는 신기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세상 그 이름의 모든 존재들은 다 그러리라 확신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 때 당신의 시간 한가운데에 서서 되돌아보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신은 마술사 중에서도 남다른 마술사였단 것을.


나와 당신이 함께 보낸 긴 시간, 많은 동화들은 당신의 나이가 된 내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마술이었다. 당신의 마술은 나를 키웠고 당신의 마술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만들었고 다른 모든 당신들이 할 수 있는 마술이라고 믿게 했다.

어떤 이들은 재능이라고 했지만 당신의 나이가 되어가는 동안, 마술을 경이로운 즐거움으로 만들기 위한 당신의 노력과 눈물이 읽혀져 도저히 황홀한 과거로만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신은 뒤돌아 눈물을 훔치고.

누구라도 볼까봐 한 손에 검을 천을 씌었겠지.

사람들은 검은 천 안에 손, 손 안에 감춰져 있을 놀라운 대상을 상상하며 당신의 눈물 따위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을거야. 

손에 물집이 잡히고 크고 작은 자상으로 벌어져도 당신을 위로하는 것은 없었겠지. 다만 당신이 내놓을 마술같은 위로에 쑥쑥 커가는 삶에 만족했을 뿐.

상처가 벌어져도 마술을 멈출 수는 없었을 거야. 상처 속으로 파고드는 짭조름한 통증을 참고 참다 이가 내려 앉아도 웃을 수 밖에.


나를 만든 것은 당신의 마술같은 위로.

희미해진 악력으로 꼭꼭 주물러만든 그 마술의 한 조각, 입 안에 넣는다.

어릴 때 느꼈던 달콤함,

그것은 어쩌면 희망과 슬픔이 만들어낸 맛이었을지도 몰랐


당신의 맛있는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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