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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um Mar 06. 2020

멘탈(Mental)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대, 당신은 외롭지 않은가?

  마음의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은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외로운 사람일 뿐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에 대해서 잠시 음미해 보자,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치유적 의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떠올려보자. 왜냐하면 세상에 나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주인공의 삶'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멘탈'은 대안적인 병원인 '코랄 오카야마 병원' 정신건강 상담소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는 이곳에서 헌신하는 야마모토 박사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세상을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는 다양한 정신병 환자들과 관련된 일상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등의 심각한 정신적 장애나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환자들의 모습과 치유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속 진료의인 야먀모토 마사모토 박사는 일본 정신의학계에서 이름난 혁명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일본 정신과 병동의 '자물쇠 없애기 운동'을 펼친적도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야먀모토 박사의 병원 대기실에는 '항상 흡연 허용'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것만 봐도 이 병원이 얼마나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신은 정상(normal)이라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바로 답변을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정상(normal)'과 이상(abnormal)'을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볼 만한 이슈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심리적 적응력이 떨어지는데,  마치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쉽게 질병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때 스트레스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 또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질병이 생기고, 여러가지 증상와 이상 행동으로 가는지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과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가운데 지극히 '정상적인 부분'만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있기는 할까? 최근에는 '정상과 이상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라 생각된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만성화되기 전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습관을 개발하는 것은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점이라 생각한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정신병에 관대하지 못한 편이다. 가족들은 수치로 여기고 병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사회에서도 그들을 떠맡길 거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20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실인데 이는 치열한 경쟁, 사회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들을 감당하지 못해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과 많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우울증은 절대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정신장애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멘탈'은 정신장애인을 배격하는 사회를 향해 강력하게 정치적 주장을 하지는 않지만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대사 속에서 그들이 드러내고자 하는 인권에 대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영화는 자살충동, 우울증, 거식증, 대인공포증, 조현병, 공황장애 등과 싸우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것은 아마도 환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치유의 미학'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의 병과 사회적 낙인이라는 이중의 적에 맞서 오랫동안 인간의 존엄과 싦의 존중을 향해 싸움을 해 온 용감한 사람들이었다.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우울하고 자살 충동을 자주 느끼는 이가 있었다. "왜 당신을 모두 떠나는지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어떨까요?"라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의사선생님의 상담은 '싦의 리듬'을 회복하도록 지원하였고, 평소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환자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찾도록 하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또 어떤 섭식장애환자는 여러가지 이유로 스트레스를 쌓아두고 있었는데, 평소 주변사람으로부터 '다리가 굵다'라는 말을 듣고는 쌓아두었던 감정들이 충동적으로 폭발해서 이상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조현병 환자들의 이야기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조현병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합류함으로써 보여지는 실질적 치료적 가능성을 볼 수 있었는데, 이들에게 '토끼처럼 말고 거북이처럼 살라'는 실질적인 상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워하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있었다. 이처럼 바깥 활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는 방문간호사나 활동보조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또한 어떤 특별한 치료적 개입이 아니더라도 '함께 일상을 나누는 친구 역할'을 하는 이들이 주변에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해 보였다. 

 다큐멘터리 제작 기간 동안 환자들과의 촬영관련 내용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조현병 환자와의 인터뷰 가운데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겉으로는 건강하다는 라벨이 붙어있더라도 실제로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했던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어떤 환자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간단한 노래를 만들어서 시처럼 읊기도 했는데 이는 무척이나 치료적으로 보였다. 그 내용은 '머리를 쓰다듬어 스스로 칭찬한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세상의 차가운 시선 속에도 깨끗하게 살아가는 고통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이는 스스로 치료하고자 애쓰는 마음이 드러나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환자들은 세상의 편견을 걷어내고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했으며, 세상 사람들이 더 이상 정신질환자들에게 악의적인 편견을 갖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실제로 만성 조현병의 경우,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다양한 심리치료를 통해 대인관계의 향상과 사회로의 복귀가 어느정도 가능하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사회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매력은 삶을 위조하지 않고도 우리에게 잔잔한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용하게 가슴을 뒤흔드는 '멘탈'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워낭소리'와 함께 메세나 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두바이, 홍콩, 마이애미 국제영화제에서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장기 상영을 거쳐 제작 후기와 출연자 대담이 실린 책 '정신병과 모자이크 터부의 세계에 카메라를 향하다'가 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출연한 몇명의 환자는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영화는 그들에게 헌정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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