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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um Mar 06. 2020

딸아이와 엄마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받은 것보다 내가 엄마에게 받은 것이 훨씬 더 많아

                                                                                                                                                                                                                                                                                                                                                                                                                                                                                                                       

 1박2일 캠프를 가는 딸아이를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아이가 이런말을 한다. 사건의 발단은 대충 이렇다. 내가 평소 노후의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자주 딸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는 통에 우리는 그런 대화들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예를 들면 '나는 80세가 넘으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실버타운에 갈꺼야', '실버타운에 갈때 비용은 너희들이 부담해야 하는 거 알지' 등등 ...농담처럼 이런말들을 자주 주고 받곤 했었다. 오늘도 '엄마는 말이지...'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노인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언젠가 이시형박사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거기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갔지만 곧 극공감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던 말이었다. 만약 90세가 되어서도 혼자서 걸어서 화장실에 다니고, 샤워를 하고, 밥을 혼자서 먹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기적적인 삶이 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삶의 목표는 '노인이 되어 걸어다니는 기적'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무슨 시시한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소망은 정말 그런것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딸아이와 나누다보니 갑자기 내가 완전히 노인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때 딸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가 90이 넘으면 자기도 할머니에 가까워질테니 엄마가 있는 실버타운에 함께 살면서 엄마를 잘 돌봐주겠다고 한다. 정말 말만으로도 뛸 듯 기뻤지만...그래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60대란 나이가 얼마나 좋은 나이일텐데 그런 시간들을 엄마 돌보는데 쓰게 할 순 없다고, 엄마 욕심 채우자고 딸을 희생시킬 순 없다고 과하게 반응하였다. 그러면서 나도 내 부모에게 그렇게 못했었는데 자식한테 그런걸 바라는 건 욕심일꺼라고 했더니 그때 딸아이가 한 말이 이랬다.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받은 것보다 내가 엄마에게 받은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이 말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 말이 내게 오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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