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비율을 어떻게 딱 정할 수 있겠어요

스탠스가 분명하면 삶이 쉬워지는 걸 누가 모르나

by 달빛노래

66.6666 퍼센트의 파트타임을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5시간 정도일하고 다행히 출퇴근은 일주일에 한 번 하고 있다 (어쩌다 두 번 가는데 그런 주에는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출근하면 다른 사람이 내가 일이 안 바빠 보인다고 생각하든 말든 네트워킹을 하려고 한다. 어차피 출근하면 어수선해서 집중도 잘 안되고 (통화 너무 시끄러워요 옆에 이혼녀아주머니...) 출근은 운전연습 겸 커피도 사 마실 겸 무엇보다 같은 부서 내 타 팀 동료들이랑 지금은 직접적으로 업무상 연관이 없지만 훗날의 포지션 이동을 위해 최대한 네트워킹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뭐 하나 자료 만들었으면 누구 하나 내가 만든 거 안 본 사람 없게 뿌리기도 하고 말이다 스몰토크 할 거 없을 때 내가 만든 00 봤어 너에게 도움이 되니? 하면서 열일하는 사람인 척하기 딱 좋다.


그런데 말이다. 66.6666프로의 인간은 집에서는 20프로도 작동을 못 하는 것 같다.

분명 합쳐서 100프로는 넘어야 하는데 워킹맘이면 66.6666의 일을 하고 나면 80프로 이상 에너지가 방전되어 있다. 남편은 나의 잦은 방전으로 인해 아이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사참여도도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안 그래도 프리랜서고 계획형 인간도 우선순위를 중시하며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업무시간이 날로 줄어들고 그에 따라 벌이도 줄어들어 걱정인 남편인데 점점 더 일할 시간이 줄어드니 밤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있는 남편이다.


너무 미안한데.... 내가 너무 힘들어. 아무리 격일 조깅으로 한 달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려 노력해 봤지만 살만 빠지고 (이 부분이 이렇게 충족감을 덜 줄 줄은 내 평생 몰랐다) 힘은 더 생기지 않는 것 같다. 퇴근 후 다행히 아이 낮잠시간이라 나도 뭔가를 드디어 첫끼를 오후 두 시쯤 먹고 잠깐 쉬고 나면 서너 시부터 여섯 시까지 두세 시간밖에 안 되는 나와 아이의 시간인데 요즘은 그 마저도 제대로 못해서 시어머니 찬스를 쓰고 안 되는 날은 아침에 아이를 깨우고 아침을 먹여 등원시키는 것부터 해낸 남편은 다시 아이를 픽업하고 점심을 먹이고 재우기까지 했는데 내가 오후에 체력이 바닥나서 골골대고 있으면 어쩔 땐 그 시간마저 나를 도와준다. 그러면 정말 저녁 여덟 시가 되어서야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남편... 어제는 새벽 두 시까지 일하고 다시 아침 일곱 시에 아이를 꺠우며 하루를 시작한 남편이다.


회사에서 아무리 주어진 시간 동안 바뀐 비즈니스와 바뀐 소프트웨어 툴들을 배우려 머리를 싸매고 노력해도 겨우겨우 에너지를 끌어내 주 1-2회 출근해서 독일어 영어로 애써 네트워킹을 해도 결국엔 파트타임 애기엄마다. 결국엔 앞으로 3년 이상은 풀타임으로 내 커리어 올인 못하는 걸 나도 알고 그들도 알고 모두가 안다.


퇴근을 하고 나서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여느 때처럼 듣던 어제, 아기가 너무 피곤했는지 다 같이 노는 실내체육관 같은 곳에서 바닥에 혼자 엎드려 삼십 분가량 잤다는 이야기를 남편을 통해 들었다. 남편은 보육할머니에게서 들었다고... 그 모습을 상상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우리 아가, 집에서는 폭신한 침대 위에서 수면조끼 꼭 덥고 토끼인형이랑 같이 조용하고 어두워야만 자는데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으면 환한 큰 운동장에서 다른 아이들 수십 명이 뛰어노는 와중에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엎드려 잔 걸까...


나는 이 현타 오는 일을 하려 우리 생활비의 딱 반정도 되는 돈을 벌기 위해서 그 시간 동안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야만 하는 걸까.


아이를 낳고 인생의 난이도가 약 삼만육천 배 정도 높아진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하등 도움되지 않는 죄책감이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시도때도 없이 얼굴을 들이민다.


이제 고작 딱 한 달 됐는데 이 정도면 너무 잘하고 있다고, 회사에서도 욕 한번 안 들었고 나름 칭찬도 몇 번 들었고 무엇보다 임신과 출산으로 쉬었던 운동도 한 달 동안 주 3회씩 네 번 잘 해냈고 아이도 나도 남편도 아프지 않고 보육시설에서의 첫 달도 잘 넘겼음에 충분히 감사해하고 뿌듯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66.6666 프로 일하고 집에서 20프로의 시간 동안 아이를 보고 살림을 한다고 해서 내 에너지가 100을 다 소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66.6666프로의 시간 동안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지만 나의 80프로의 에너지로) 아이와의 두세 시간 동안 최대한 눈 맞추고 찐하게 스킨십하며 질적으로 시간대비 두 배이상 높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더 힘이 드는 것일 수도...)


정확히 나는 몇 프로를 일과 가정에 각각 내 시간과 마음과 몸을 들이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정말 매일 매주 매달 다를 수밖에 없다고 답할 것 같다.

참 스탠스가 이리 불분명하니 매번 포지션도 애매하고 그래서 나도 혼란스럽고 보스도 혼란스럽고 남편도 혼란스럽지만 지금은 그냥 이럴 때 인가보다 하고 인정하면서 버티는 것에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만족하고 싶다.


언젠가는 살아내는 것이 아닌 그냥 편하게 살아지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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