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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간이 MeganLee Mar 11. 2021

여름 향기, 봉골레 파스타

10분 요리


구름이 하루 종일 드리운 우중충한 북서부 유럽의 초봄. 얼굴을 간질이는 따뜻한 햇살이 그리워지는 만큼 가볍고 상큼한 음식이 구미를 당긴다. 겨우내 먹던 오븐에서 갓 구워 나온 뜨거운 고기 파이라던가 보글보글 오래 끓인 국물 요리 말고, 불 앞에서 요리하기 싫은 여름에 휘리릭 해 먹는 그런 음식.


코로나 이후로 유럽에서도 온라인 식재료 쇼핑의 수요가 많이 늘었다. 슈퍼마켓은 물론이요 정육점이나 생선가게, 치즈가게(네덜란드에는 치즈와 견과류를 묶어 따로 취급하는 가게들이 종종 있다) 등도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 친구에게서 괜찮은 생선가게를 추천받아 횟감용 참치와 봉골레를 주문했다.


봉골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산물 중 하나다. 초록과 빨강의 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얼큰한 조개탕을 끓여도 좋고, 된장찌개에 몇 알 넣으면 금세 바다향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뜨거운 겨울 요리는 잠시 넣어두기로 했으니 뭘 해 먹으면 좋을까 하다가 봉골레를 듬뿍 넣은 파스타 생각이 났다.

 


언젠가 해산물 요리를 할 때 먹으려고 사둔, 먹물을 넣어 까맣게 만든 링귀니를 팬트리 어디선가 꺼내 팔팔 끓는 물에 삶는다. 뜨겁게 달궈진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 한 톨을 갈릭 프레스에 짓이겨 떨군다. 손이 시린 찬물에 봉골레를 바득바득 씻어서 마늘 볶는 향으로 벌써부터 맛있어지는 팬에 부으면 촤르르륵, 껍데기끼리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경쾌하다. 화이트 와인을 흩뿌려 요란하게 수증기를 내고, 면수 머금은 면을 넣어 귀찮을 정도로 휘적이며 만테까레 해준다. 화룡점정은 초록빛이 파릇한 이탈리안 파슬리. 넓적한 잎을 접어 다지듯 잘게 썰면 내가 기다리던 그 쌉쌀한 여름의 향기가 터져 나온다. 슬쩍 뿌린 파슬리 위에 새콤한 즙이 흘러나오는 레몬을 한 바퀴 돌려주면 드디어 완성이다.


면을 포크에 휘휘 돌려 감고, 소스가 뚝뚝 떨어지는 조갯살을  위에 얹어  . 짭쪼름한 바다내음이 혀를 적셔, 식탁도 잊고 부엌에  채로  입을 허위허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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