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이기는 방법은 없어도, 지는 방법은 있다.
8.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패배할 수 있는가?
어떤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게임을 패배로 이끄는 여러 행동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축구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때로는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수십 가지 방법을 열심히 준비하는 것보다 패배로 이어지는 실수와 실패를 줄여나가는 것들이 팀을 승리에 더욱 가까워지게 만든다. 혹자는 축구를 실수의 스포츠라 했다. 모든 이들이 완벽한 경기를 한다면 스코어는 언제나 0:0의 균형을 유지할 것이며 이 균형을 무너뜨리고 경기에 재미를 불어 넣는 재료가 바로 실수라는 것에서 기인한 이야기다. 승률을 높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바로 실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며, 이는 곧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경기에서 질 수 있는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짜증과 소통을 구분하라
피치위에서 경기를 하다보면 덥고 습한 날씨, 상대방의 거친 몸싸움,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 등의 이유로 저도 모르게 흥분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럴 경우 요구되어지는 것이 바로 목소리를 한 톤 낮추는 것이다. 흥분상태에서는 팀원끼리의 대화라 할지라도 언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높은 언성은 가끔 소통을 짜증으로 오해하게 하는데 경기력과 분위기가 개선되길 원한다면 이럴 때일수록 목소리의 톤을 하나 낮추어 올바른 대화와 소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피치위에서 의도하지 않은 감정충돌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미루지 말고 곧바로 풀어야 한다. 경기를 마친 뒤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주 낯간지럽고 민망한 상황이 될 수 있겠으나 혹시 모를 서로간의 감정대립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감독이나 코치 등 중재자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방법도 있다. 쓸데없이 흥분한 둘을 민망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팀의 경기력과 존속을 위해서 해야만 한다.
나쁘지만 꼭 필요한 서열
경기에서 지는, 아니 더 나아가 금세 해체되는 팀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팀에 구심점이나 위계가 없다는 것이다. 동년배 친구들로만 구성된 팀이거나, 팀의 연장자 혹은 고참자가 발언권이 부족하고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 짧게는 상하관계나 위계질서로 표현될 수 있을 이 덕목은 프로보다 강제성이 덜한 사회인축구에서 더욱 필요하다.
중심이 잡혀 있는 팀의 경우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거나 아무리 힘든 시련을 당할지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구심점이 되는 사람과 목표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하관계가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팀이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금전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무게의 중심을 잡아줄 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팀에 입단한지 오래되었거나 연장자일 경우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와 팀 생활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군대와 같은 상하관계와 위계질서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소통과 경기력의 향상을 위해 필요한 존경심을 말하는 것이다.
게으른 운영진, 이기적인 팀원
팀을 가장 확실히 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팀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운영진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 상대팀과 운동장 섭외를 미룬다거나 서로 잇속을 챙기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는 등의 만행으로 무너지는 팀들을 수없이 봐왔다. 이런 팀이 경기장 위에서 온전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할 인물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태만한 팀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임원이 아닌 일반 팀원들이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도 있다. 세력을 만들어 파워게임을 하거나 상하관계,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다. 이들 때문에 사회인축구에서 선수를 새로 영입할 때에는 실력보다는 인성이 먼저 고려된다. 축구는 열한명이 조화를 이뤄 결과를 만들어 내는 팀 게임이다. 이기적이고 팀의 조직력에 해가되는 인물들은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약속 없이 경기에 임하는 경우
사회인축구에 감독과 코치를 비롯한 운영진이 필요한 이유는 팀의 대소사를 처리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팀원들에게 공동의 목적과 목표를 제시해주기 위해서다. 경기에 앞서 간단한 브리핑과 이주의 이슈를 전달하는 것, 해당 게임의 목적과 패턴을 제시하는 것이 구단 운영진의 주된 업무다. “상대의 측면 수비가 약하니 측면을 지속적으로 공략해보자”, “상대 미드필더의 압박이 거세니 미드필드에서는 볼터치를 최소화 하자” 등의 공동 목표를 제시하고 약속된 움직임을 요구하는 것은 실제 경기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어 낸다.
반면 아무런 약속과 브리핑 없이 경기에 나서는 경우를 예상해보자. 모두가 각자의 플레이에 도취해 팀이 아닌 개인으로 경기장을 뛰어다니게 될 것이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실점에 직면했을 때에는 한 번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패턴이 없으니 무리한 개인돌파를 하게 될 것이고 상대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았으니 조직적으로 밀어붙이는 상대로 체력만 축내는 경기를 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좋지 못한 분위기와 경기력이 그 다음 게임에까지 영향을 끼쳐 팀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매 게임이 끝나고 이번엔 뭐가 잘되었고 뭐가 부족했는지, 겪어 보니 상대는 어떻더라 하는 가벼운 토론이 피치 위에서 여러분의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살펴본 것처럼 경기를 패배로 만들 수 있는 요소는 피치 안팎에 모두 산재해 있다. 프로축구만큼이나 사회인축구도 그라운드 밖에서의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 가는 팀이다 보니 변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운영진, 특히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이 외에도 경기를 패배로 이끄는 수백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일일이 다 열거하여 설명하는 것보다 다음의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인 방법일 것이다.(조금 오글거리지만 참도록 해보자.)
“11명이 하나가 되지 못한 팀은 하나처럼 움직이는 3명을 보유한 팀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