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의 축구왕을 어디에 두어야 이길 수 있을까?
7. 사회인축구팀 핵심포지션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어느 포지션이 가장 중요한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경기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골을 집어넣는 공격수? 허리에서 상대와 계속 힘 싸움을 벌이는 미드필더? 패배하지 않은 최소한의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뒷문을 든든히 지키는 수비와 골키퍼?
그렇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실 축구에서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은 하나도 없다. 최전방에서 최후방까지 열 한명의 선수들과 열 한곳의 포지션이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소통해야만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인 것이다. 때문에 앞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어디냐고 물었던 필자의 질문은 우문(愚問)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축구라면 어떨까? 그들의 축구에서도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과 중요한 포지션은 나뉘지 않는 것일까?
사회인축구도 프로와 마찬가지로 열하나의 선수와 포지션이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포지션별로 기량차이가 크지 않은 프로와 달리 아마추어의 경우 선수들의 기량차가 크게 나기도 하며 스쿼드의 두께가 얇아 선수배치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때문에 아마추어에서는 훌륭한 자원들을 우선순위로 배치하는 포지션이 몇 군데 있다.
가장 중요한 포지션, 골키퍼
학창시절 골키퍼는 꽤나 천대받던 포지션이었다. 공을 많이 만질 수 없는 포지션이라 재미도 없을뿐더러 뭇 여학생들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해 모두들 기피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고교시절의 축구경기에서 골키퍼는 ‘가위바위보’라던가 ‘발언권이 약한 친구를 세워 놓는’ 포지션에 지나지 않았다. 또 골키퍼를 ‘섭외했다’ 할지라도 의욕도 실력도 없기 때문에 그저 유효슈팅만 연결하면 골대로 빨려 들어가기 일쑤였다. 마치 의지도 열정도 없는 허수아비와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위 바위 보를 잘하지 못한 것도 아니며, 발언권이 약하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축구를 좋아했는데도 불구하고 필자의 학창시절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이유인즉슨 단지 골키퍼에 적합한 우월한 신체조건과 동물과도 같은 반사 신경,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골키퍼를 보기 시작한 것이 경기도 초등학생 축구대회에 지역대표 선수로 출전한 이후로 더욱 굳어졌다. 이후 비록 지역대회이긴 했지만 고등학교 축구부 시절에는 두 대회 연속 무실점으로 팀에 우승을 안기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꽤 민첩하고 날쌘 허수아비였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역시 골키퍼 포지션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필드 플레이어, 그 중에서도 스트라이커를 선호했을 뿐더러 “뭇 여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싶다.”라던가, “뭇 여학생들의 관심을 정말 받고 싶다.”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꾹 참고 꾸준히 골키퍼를 봤던 경험은 훗날 교회팀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인축구팀에 입단하고 또 활동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사회인축구팀에는 보통 전문적으로 골키퍼를 봐온 선수가 드물다. 또한 선수로서의 경력은 물론 골키퍼에 적합한 신체조건과 축구지능을 갖춘 선수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제대로 된 골키퍼를 갖춘 팀은 그렇지 못한 팀에 비해 수비조직력, 심리적 안정감과 같은 많은 부분에서 커다란 이점을 갖게 된다. 특히 이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데 슈퍼 세이브와 실수 사이에서 열 명의 필드플레이어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해낼 수 없는 것들을 골키퍼 한 명이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인축구팀이 제대로 된 골키퍼를 한명이라도 얻는다면 천명의 군사와 만 마리의 마필을 얻은 것 같은 기세로 중원과 전방에서의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상대의 예봉을 막아라! 사이드 백
당신이 감독이라면 당신의 팀에서 가장 빠르고 위협적인 공격수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호날두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정답이 좌우 측면 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회인축구팀 감독으로써 필자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팀에서 가장 위협적인 자원에게는 상대의 측면을 붕괴시키라는 지시를 내려 상대 사이드백의 오버래핑을 자제시키고 수적우위를 만들어 공수를 조율하려는 의지다. 이 말은 반대로 사이드백자원의 기량이 약한 팀의 경우 상대의 강한 측면공격에 시달리느라 경기 내내 불안감에 떨며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인축구팀마다 다르겠지만 사이드백은 비교적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 이것은 명백하고 완전한 실수다. 측면이 무너진다면 경기 전체가 붕괴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기만 빠르거나, 체력이 좋기만 한 선수를 배치하는 것도 실패다. 현대축구에서 측면수비수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다. 아마추어 축구는 프로축구의 모방판. 양쪽을 모두 강력한 측면수비수로 배치할 수 없다면 한쪽이라도 강력하게 만들어 놓도록 하자.
포지션보다는 체력!
실력이 비슷한 팀이라면 체력적인 부분에서 경기결과가 나뉘는 경우가 많다. 어느 포지션에 누굴 배치하느냐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많게는 25분씩 4~6게임을 뛰는 사회인축구 경기에서 지속적으로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측면 공격수라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선수에 불과하다. 정확한 킥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컴 역시 화려한 이면에 가려져 있지만 엄청난 체력을 자랑하던 선수였다. 상대적으로 유럽선수들에 비해 기술과 체격이 부족했던 박지성 역시 90분 동안 쉴 새 없이 경기장을 뛰어다닐 수 있는 체력 하나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사회인축구라고 해서 경기시간이 적은 것이 아니다. 25분씩 6게임을 뛰는 경우에는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순수 경기시간만 150분에 달한다. 로테이션에 의해 쉬는 선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도 존재한다.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대개 체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한 골키퍼 포지션을 제외하고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은 기본체력을 유지함은 물론 경기 전 과음을 삼간다거나, 밤일을 자제하는 등의 조절로 결국에는 부상까지 방지할 수 있게 하는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