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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축구하자

사회인축구의 작전판

전술, 전략, 선수배치까지 그 심오한 벼락치기의 향연

by 이종인

6. 사회인축구 전술과 전략


워밍업이 끝났다면 이제 선수들은 실전 경기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준비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해서 실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전에 필요한 수십 가지 준비단계 중에서 워밍업은 단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과도 같은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줄 전술과 전략이다. 사회인축구에 감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고 전술과 전략을 주도적으로 설파할 사람이 바로 감독이기 때문이다.


프로팀의 경우에는 감독과 선수 이외에도 여러 명의 코치와 기술팀이 함께 경기를 준비한다. 덕분에 매 경기 새로운 상대에 대한 최신 데이터와 자료로 경기를 준비할 수 있고, 때에 따라 전술과 전략 모두를 유연하게 가져갈 수가 있다. 하지만 사회인축구는 그렇지 못하다. 경기에 앞서서 상대팀에 대한 영상자료나 통계자료를 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경기장에 가서 눈으로 직접 보고 부딪혀보기 전에는 그들이 어떤 체격과 기본기를 갖췄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사회인축구팀은 상대에 맞춰서 유연하게 전술과 전략을 가져가기보다 본인들이 자신 있는 하나의 전술을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사용하며 거기에 선수들의 스타일을 맞춰 나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대개의 사회인축구팀들이 그렇겠지만 전술적으로 지식이 해박한 감독이나 코치진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팀에게는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 잘 알지 못하고 변화를 주지 못하니 익숙한 것들만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인축구팀을 운영하는 감독과 코치진들은 틈틈이 전술과 전략에 대해 공부해야 함은 물론 열린 귀로 팀원들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하나의 전술을 오래 사용하되 팀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전술과 전략을 수용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완성도를 높여가야만 팀워크도 좋아지고 그들의 볼멘소리도 잦아들게 할 수 있다. 그 어떤 선수가 자신보다 부족하고 멍청한 감독의 말을 따르겠는가?


위에서 아래로


보통 축구에서 전술을 구성할 때에는 수비 포지션에 들어갈 선수의 수를 먼저 적어놓고 미드필더와 공격진을 구성한다. 4-4-2 혹은 4-3-3, 3-5-2-와 같은 전술의 첫머리에 있는 숫자는 공격이 아닌 수비라는 것을 보아도 이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인축구의 전술은 그 반대의 순서인 위에서 아래로 숫자를 적어 넣는다.


실력이 비슷하거나 좋지 못한 팀 간의 경기일수록 어떤 위협적인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는가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스피드가 좋은 측면 공격수, 체격조건과 개인기가 출중한 스트라이커. 프로에서 훌륭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을 나누는 기준이 수비라면 아마추어는 공격에 그 무게가 있다. 만약 당신이 아마추어 축구팀의 코치를 맡아 경기를 치러야 한다면 반드시 공격진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그럼에도 수비에 무게를 두고 싶다면 골키퍼 한명만 제대로 세워놓아도 충분하다. 가끔은 조직력보다 뛰어난 개인이 빛을 발하는 것이 아마추어의 세계다.


몇 명을 어떻게 둘 것인가?


아무리 아마추어 축구에서 공격에 무게를 둔다 할지라도 3보다 많은 숫자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팀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한명에서 많게는 세 명의 공격수가 팀의 공격을 이끌게 될 텐데, 보통의 사회인축구팀들은 다음과 같은 공격진 배치로 경기를 운영하곤 한다.


공격수가 한명인 경우


레알 마드리드나 첼시가 활용하는 원 톱(TOP) 스트라이커 전술이다. 가장 대표적인 수비적 포메이션인 4-2-3-1에서 바로 원 톱 공격수를 찾아볼 수 있는데 만약 당신의 팀에 아마추어 레벨에서 압도적인 피지컬과 개인기, 스피드를 가진 공격수가 있다면 시도해볼 수 있다. 특히 이 전술에서는 포백 앞에 위치해 볼을 탈취하고 전방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더블 보란치의 배치가 중요하다. 허나 훈련이 부족하고 인지가 덜 된 사회인축구 레벨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4-2-3-1의 2선와 3선이 분리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전술의 목적은 볼 키핑이 가능한 최전방 공격수에게 원활하게 공을 연결하여 2선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빌드 업에 참여하는 2, 3선의 간격유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격수가 두 명인 경우


프로에서의 투톱전술은 ‘빅 앤 스몰’로 대표된다. 아시아를 제패한 김신욱과 이근호의 조합,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던 에밀 헤스키와 마이클 오웬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빅’이 수비수를 이끌고 다니며 만든 공간으로 스피드와 결정력을 갖춘 ‘스몰’이 침투해 마무리 하는 이 전술은 두 명의 조합과 능력만 괜찮다면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 더 많은 수의 선수들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인축구에서는 어떨까? 앞서 사회인축구의 경우 훌륭한 공격수 한 명이 경기결과를 좌지우지 할 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했는데 그 훌륭한 공격수가 둘일 때의 상황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빅 앤 스몰 조합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머리보다는 발이 더 위력을 발휘하는 사회인축구에서이기에, 발밑이 좋은 두 명을 넣어도 좋고 그렇지 않은 공격수 둘을 넣어도 무방하다. 오로지 문제는 이 둘이 얼마만큼 수비를 압도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좌우 윙 포워드를 사용하는 경우


중앙 공격에 치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의 스리 톱 전술은 양 측면 포워드가 사이드라인을 타고 돌파해 크로스를 올리거나 역족 윙어(왼쪽에 배치된 오른발잡이 공격수와 같이 반대발을 사용하는 윙어)을 배치해 접고 슈팅을 만들어내는 ‘측면 지향적 전술’에 가깝다. 이 점만큼은 사회인축구와 비슷한데 사회인축구에서 공격에 세 명을 배치하는 경우는 ‘측면’에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공격수를 스쿼드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 명의 공격수를 활용하는 전술은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전술이기도 하다.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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