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빨리 가려다가 5년 먼저 간단다.
피치(Pitch)위에서 : 경기장 위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5. 워밍업 5분에 목숨을 걸어라
필자가 팀의 감독을 맡고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반드시 워밍업을 한 후에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룰을 만들고 실천한 것이다. 놀랍고 또 당연하게도 워밍업을 하고 경기에 나선 이후로 팀원들의 부상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많은 쿼터를 소화한 선수도 다리근육에 경련이 나지 않았다. 또 전체적인 팀의 경기력이 상승하는 것 또한 체험할 수 있었다. 5분의 워밍업이 엄청난 효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여러 팀들과 경기를 하다 보면, 잠깐의 워밍업도 하지 않고 경기에 나서는 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두려움이 물밀 듯 엄습해오는 장면이다.
워밍업의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선수들은 경기 전 워밍업을 통해서 체온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체온의 상승은 곧 워밍업을 통해 데워진 혈액이 체내를 순환하며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고 근육으로 가는 산소의 양을 늘려주며, 운동신경 전도 속도(순발력)를 빠르게 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검색해보니 그렇다고 한다.) 게다가 워밍업을 통해 선수들은 심리적인 부분에서의 자신감, 판단력 그리고 인지능력까지 향상된다고 한다. 이 얼마나 의미 있는 5분인가?
또한 워밍업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간단한 스트레칭과 몸 풀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기 전 충분한 워밍업을 통해 선수들은 감독이 요구하는 간단한 전술적 움직임을 연습함은 물론 선수들 간의 유대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회인축구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함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회인축구의 특징이자 한계다. 짧게는 5분에서 길어야 10분이 채 되지 않는 워밍업 동안 선수들끼리는 지난 1주일의 안부를 묻고 웃을 수 있으며, 팀의 감독은 경기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할 수도 있다. 주중에 정기적인 훈련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인축구에서 워밍업은 처음이자 마지막 훈련이 되는 것이다.
워밍업을 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은 우리 팀뿐만 아니라 상대팀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은 상대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피할 수 있게 하는데 이것이 바로 필자가 워밍업을 하지 않는 팀들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그들의 움직임은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박할 것이며,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무릎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나와 상대를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이라면 워밍업은 두 번째 방법이다.
사회인축구에서 부상을 당하는 것은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보다 더 좋지 못한 상황이다. 평일에는 축구가 아닌 본업에 종사하고 그것이 생업일 수 있는 사회인축구선수들이다. 부상을 입는 것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때로는 한 가정을 휘청거리게 할 수도 있는 커다란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사회인축구 최고의 적은 강력한 상대도, 내부의 적도 아니다. 우리의 주적은 다름 아닌 우리의 즐거운 축구를 방해하고 힘들게 하는 ‘부상’이다. 그래서 동업자 정신이 중요하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경기 전 워밍업과 보호대 착용은 선택이 아닌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워밍업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인 축구 워밍업의 형태는 간단한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요약된다. 경기장에 도착하면 우선 유니폼과 스타킹, 축구화를 착용하고 운동장으로 나가 가볍게 경기장 두어 바퀴를 도는 것으로 워밍업을 시작하자. 지난 일주일간 그 어떤 기초체력 훈련도 하지 않았기에 채 한바퀴를 돌지 않았는데도 숨이 가쁠 수 있고 혹자는 허벅지와 종아리 뒤쪽의 근육이 당겨오는 느낌마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면 반드시 근육이 올라오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테니까.
이렇게 땀이 날 정도로 경기장을 뛰었다면 온 몸의 근육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줄 차례다. 축구를 위한 스트레칭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심장에서 먼 쪽부터 - 손목 - 팔 - 목 - 어깨 - 발목 - 무릎 - 허리 및 골반
또한 경기 전 무리한 스트레칭을 통해 부상을 입지 않도록 강도조절을 해주어야 한다. 의욕이 앞서 과도한 스트레칭을 한다면 역효과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에는 마치 군대에서 도수체조를 할 때처럼 커다란 목소리로 구령을 붙이는 것이 중요한데 처음에는 어색하고 창피할지 몰라도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며 몸을 푸는 것은 정확한 동작과 시간으로 스트레칭이 마무리 될 수 있게 한다. 앞서서 스트레칭을 시연하고 주도하는 지휘자의 올바른 시범도 중요하겠다.
경기를 마치고나서의 스트레칭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몸의 근육이 상당히 늘어나 있는 상태라 경기 전에 하지 못했던 혹은 힘들었던 동작들이 나도 모르게 가능해진다는 것인데, 역시 무리한다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도를 좀 더 약하게 또 방법을 간략하게 시행한다면 근육의 피로를 풀고 다음날 컨디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가서 15분 정도 벽에 다리를 올리고 누워 있는 것까지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이 스트레칭을 통해 다리의 젖산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축구경기가 끝나고 다음날 유독 다리가 무겁고 아픈 분이라면 반드시 추천한다. 필자 역시 이 15분의 투자로 상당한 효과를 보아 왔다.
축구 워밍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실용서적 ‘제라드 누스의 축구 워밍업’에서 답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저자인 축구지도자 제라드 누스 카사노바가 리버풀, 전남 드래곤즈 등에서 직접 실시하고 연구해온 워밍업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책이다. 필자도 항상 경기 전에 톺아보고 챙겨가는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