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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축구하자

사회인축구판 '머니볼'

동그랗고 네모난 것들만이 돈이 아니다!

by 이종인

4. 사회인축구 자본론


사람이 모이고 조직이 운영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자본, 즉 돈이다. 마치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을 연상시키는 재벌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현재 세계축구시장의 파이는 엄청나게 불어났다. 선수들의 몸값은 웬만한 국내 중소기업의 연매출을 훌쩍 뛰어넘고 있으며, 10대의 나이에 수백억의 이적료가 책정된 유망주의 이야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사회인축구의 경우는 어떨까? 사회인축구에서는 선수들을 이적시키고 영입하는데 그 어떤 금전적인 거래도 발생하지 않는다. 훌륭한 선수들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는 목적은 동일하나 궁극적인 목적이 이로 인한 수익창출이 아니기에 돈이 오고가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축구인데 굳이 선수영입에 돈을 투자해야 할 이유도 또 가치도 없다.


이렇듯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축구를 즐기는 데에는 최소한의 운영경비와 회비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매월 걷는 회비는 주로 음료수 구매나 경기장 대관료 등으로 지출되는데, 총무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대개는 회비만으로도 모자람 없이 팀 운영이 가능하다. 이 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유니폼 구매 혹은 회식비의 경우에는 각출하여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자본이라는 것은 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전 이외에 인적자원과 기타자본도 한 팀을 운영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본이라 할 수 있다.


인적자본


먼저 인적자본은 사회인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즉 팀원이다. 회비를 걷으려 해도 팀원이 적으면 많이 모이지 않듯 선수단의 규모는 팀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자본이다. 경기를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은 11명이나 초빙을 하지 않는 이상 자체적으로 심판도 봐야하고 부상과 같은 유사시에 교체도 해야 하니 최소 경기에 필요한 인원은 약 15명 정도가 된다. 하지만 제각각의 이유로 매주 불특정 다수의 불참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선수단의 규모는 20~25명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떤 경기에 나오고 못 나오는지 파악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아마추어축구의 현실이다. 때문에 포지션별로 2명 이상의 선수를 보유하는 것은 필수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대비해 많은 선수들이 2포지션 이상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우리 팀의 경우에는 전문적으로 골키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인원만도 3명 이상이다. 필자 역시 본 포지션은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이나, 때로 골키퍼가 모두 불참할 경우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로 둔갑해 출전하기도 한다. 이 어찌 ‘존 오셔’ 같지 아니하다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인적자원이다. 허나 막상 현장에서 부딪혀 보면 알겠지만 이런 규모의 팀을 유지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기타자본


다음으로는 기타자본이라고 표현한 구장섭외능력 또한 하나의 자본이다. 선수와 돈이 있어도 공을 차고 뛰어다닐 경기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신생팀의 경우에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 구장섭외에 대한 부분인데 외교력과 인맥이 부족한 신생팀이 매주 다른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이자 부담이다. 실제로 이 단계를 넘지 못하고 해체되는 팀들도 많으며 팀의 창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도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논의다.


구장에 대한 정보와 섭외는 웹 사이트와 온라인 카페, 국내 최고의 사회인축구 블로그 ‘글쓰는 이감독의 사회인축구백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개는 구장과 연간계약을 맺은 팀이 다른 팀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이루어지며 금액은 2시간 기준 3~10만원까지 다양하다. 두 팀이 경기를 한다면 대관료를 반반씩 부담하고 세 팀이라면 대관료를 공평하게 셋으로 나누어 부담한다.


거듭해서 이야기하지만 사회인축구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그래서 자본이라 부르는 것들도 돈 뿐만은 아니다. 팀을 이루고 구성하는데 필요한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재밌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마추어에게는 가장 커다란 자본이다.


‘매주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서 일정 수 이상의 인원이 함께 모여서 운동을 한다는 것'


이것은 정말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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