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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축구하자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리즘

당신은 프로-아마추어(Pro-Amateur)가 되어야만 한다

by 이종인

3.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리즘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취미로 즐겨 하는 사람’


사전에 적혀있는 아마추어의 정의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마추어는 어떤가? 아마 사전적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하지만 여기 이 아마추어 앞에 프로페셔널을 붙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라 스스로를 칭하면서도 몸과 마음의 자세가 프로와 다르지 않은 진짜배기들을 일컫는 말이다.


사회인축구를 즐기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역시 이런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리즘(Professional Amateurism)이다. 비록 축구를 본업이 아닌 취미로 즐기고 있으며 실력도 천차만별이라 가끔 경기장에서 축구가 아닌 탈춤을 출 때도 있지만 이들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은 모두 프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이는 축구경기가 벌어지는 그라운드를 가리켜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했다. 전장에서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병사가 살아남을 수 없듯 축구 역시 마찬가지. 아마추어라고 해서 적당히 하려고 했다간 오히려 아주 호되게 당할 수 있다.


우선은 경기에 나서기 전에 몸가짐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장에 시계나 목걸이, 반지와 같이 상대에게 해를 입힐지도 모르는 장신구를 차고 들어간다.’거나, ‘무릎보호대와 정강이 보호대를 차지 않고 들어가는 것’, ‘축구용 스타킹이 아닌 발목양말을 신고 경기장에 나서는 것’ 이 모두가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리즘에 어긋나는 것들이다. 갖출 것을 갖추고 사회인축구를 즐기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선수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만일 상대팀에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 선수가 계실 경우 위와 같은 행동을 했다간 된소리가 잔뜩 들어간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제대로 된 마음가짐은 존중과 배려라는 두 단어로 설명된다. 프로리그의 중계를 듣다보면 동업자정신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상대팀 선수가 쥐가 나서 쓰러져 있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달려가 근육을 당겨주고 서로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경합상황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발을 빼는 것들이 모두 동업자 정신에 입각한 행동들이다. 승부를 다투고 겨루는 적이기 이전에 다 같은 축구선수로써 서로를 지켜주는 것. 사회인축구라고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프로보다 더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아마추어 스포츠의 세계다.


아마추어는 즐거움을 목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취미로 즐기는 축구보다 더 중요할지 모르는 본업이 있다.(때로는 생업보다 축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축구를 통해 입은 부상으로 그들의 본업을 하는데 지장이 생긴다면, 어떤 이에게는 그저 부상으로 끝날지 모르나 다른 어떤 이에게는 생계를 위협하게 되는 일일수도 있다. 너무 심각하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가?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그 ‘최악’이라는 것이 어느새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몸에 해를 입히지 않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음주운전이라 생각하면 쉬울까?


감독, 코치, 총무가 하는 일


시스템은 아마추어라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기본적인 시스템과 위계가 없다면 팀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거움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마추어라도 직위와 위계는 중요하다. 단장, 감독, 코치, 총무 등 임원들이 팀을 위해 하는 일도 다양하다. 각각의 임원들이 하는 일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우선 단장은 주로 팀의 최고참이 맡는 직책으로 정신적 지주 또는 물질적 지주라는 역할을 포함하고 있다. 팀에 따라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팀의 대소사에 대한 모든 최종결정권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프로축구에서의 감독은 조세 무리뉴나 펩 과르디올라와 마찬가지로 팀의 전술과 스쿼드를 구상하고 이를 통해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인물이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사회인축구팀 감독은 전술은 물론 팀의 운영전반에 모두 관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단장이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는 ‘빅 브라더’라 한다면 감독은 전장에서 팀원들을 이끌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장군과 같다. 사회인축구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뒷부분에서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코치는 감독에게 집중된 행정 및 운영의 전반을 나누어 분담한다.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코치는 또 다른 임원인 총무와 함께 작은 그림을 스케치하고 색칠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찌 보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생각할 수 있으나, 코치가 있기에 감독이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총무는 팀의 재정을 관리하고 음료와 유니폼 등을 공급하는 일을 한다. 입출금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 경기장 섭외와 같은 파트를 도맡는 경우도 있다. 전국, 아니 전 우주를 뒤져보아도 회비를 제때 모두 완납하는 팀이 없으므로 총무는 독촉과 잔소리에 능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인물이 맡는 경우가 많으며 그래야만 해낼 수 있다.


임원이 아니라 할지라도 팀의 모든 선수들은 크거나 혹은 작게 팀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쉬는 시간마다 피로회복제처럼 선수단의 분위기를 띄우는 선수도 있을 것이며 묵묵히 물품을 챙기고 정리를 돕는 선수, 항상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선수도 존재한다. 요점은 이들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처럼 각자 그라운드 안과 밖의 맡은바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팀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가 스스로 나서서 주인을 자처하는 것.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리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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