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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축구하자

'누구나'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

필자의 장래희망은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다.

by 이종인

2. 누구나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의 장래희망을 기억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는 이들 중에도 상당수 있겠지만 필자의 장래희망은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다. 지금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최용수, 서정원과 같은 이들의 현역 시절과 98월드컵 멕시코전의 아쉬운 패배를 보며 키운 꿈이었다. 어떻게 되었느냐고?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또 책의 첫 페이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필자는 국가대표는커녕 정식 축구선수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했다. 20여년 축구인생에서 유일한 메이저대회 경력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 초등학교 축구대회에서도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패배, 탈락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꿈을 그리면 그 꿈을 닮아간다고 했던가?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꿈이자 취미로 축구를 좇다보니 어느덧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축구를 주제로 한 블로그를 운영하며 사회인축구팀의 감독이 되었으며,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코너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에 직접 쓴 글들이 올라가는 기쁨도 맛봤다. 지금 이렇게 책을 쓰고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필자는 축구를 통해 단순히 취미생활과 즐거움 이상의 무엇인가를 얻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축구 좋아하기를 게을리 않았고 사회인축구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유럽의 축구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동경할 것이며, TV중계 혹은 비디오게임을 통해 본인이 되지 못한 혹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당장 유럽에 갈 수 없겠지만 사회인축구에서라면 누구나 호날두와 메시 같은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 오래도록 꾸어온 가슴속의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팀에서 필자의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다른 친구들보다 키도 큰 편이었고 운동신경도 나쁘지 않아 초등학교 때 처음 장갑을 끼기 시작한 것이 이후로 10년을 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듯 필자가 꿈꾸던 포지션 역시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가 되는 것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인문대 동아리 팀에 들어간 후에서야 스트라이커가 되겠다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어 한 두해 경험을 쌓아 현재는 사회인축구팀에서 감독과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분의 집 앞 운동장에는 중동의 사막에 보물처럼 묻혀 있는 기름만큼이나 무한한 가능성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켜자마자 스포츠 코너로 직행하는 이들이라면, PC와 스마트폰에 축구관련 프로그램이 하나 이상 설치되어 있는 이들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뛰는 축구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양말을 추켜 신고 운동장으로 나가라.


바르셀로나의 천재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뛰는 모든 곳이 그라운드다.”

사회인축구선수가 되려면?


앞서 사회인축구를 통해 누구나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회인축구선수가 될 수 있을까?


사회인축구팀에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인의 소개와 추천을 통해 입단하는 방법, 온라인 검색을 통해 직접 들어가는 방법, 직접 팀을 만들어 시작하는 방법 등. 필자의 경우는 이중 지인의 소개를 통해 팀에 들어간 케이스로, 군 전역 후 대학교 축구 동아리 동기의 소개로 지금의 팀을 알게 되어 선수와 감독으로 4년간 활동하면서 매주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다. 필자와 같이 지인소개로 팀에 들어오는 것의 장점은 실력과 인성이 검증된 안정된 선수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인의 소개로 들어온 신입은 기존 멤버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팀 활동에 최선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지인소개는 사회인 스포츠 팀의 입장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선수수급방법으로 개인에게도 가장 쉽게 팀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의외로 온라인을 통한 직접 문의도 많은 편이다. 지인소개와 달리 이 경우에는 선수에 대해 검증해야 할 것들이 더 늘어난다. 실력과 정보를 비롯한 모든 것들의 정보가 전무한 상황이므로 선수는 최대한 팀에 자신을 어필해야 하며 기존 멤버들과의 융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기존에 활동하던 멤버의 지인을 팀으로 초대하는 경우 팀이 새로운 선수에게 많은 부분을 맞춰주고 이해해주는데 반해 온라인을 통해 팀에 찾아온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기존 멤버들의 텃세와 초반의 어색함을 이겨내는 것을 포함해, 선수 스스로도 팀 적응에 적지 않은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인축구팀을 만드는 것은 학창시절 반 친구들끼리 유니폼을 맞추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동년배 팀은 친구라는 이름아래 쉽게 와해될 수 있으며,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절대적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통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동년배로 구성된 팀이 아니더라도 시스템과 생리를 모르는 초년생 팀의 경우 사회인축구팀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 중 하나인 ‘버티기’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팀에서 활동해본 뒤에야(그 경험을 살려) 팀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알아야 잘 다져놓았던 여러분의 인간관계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사회인축구선수는 팀에 들어갈 당시 이적료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언제까지 뛰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운동할 수 있는가?’, ‘팀에 해를 입히거나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지는 않은가?’ 밖에는 검증할 것이 없다. 이는 당신이 팀에 해를 끼치려고 작정했거나, 기어코 문제를 일으키고야 마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회인축구팀에 들어갈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인재라는 이야기와 같다.


게다가 축구를 전혀 할 줄 모른다거나 잘하지 못해도 또 성별이 남자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사회인축구팀에서 활약할 수 있다. 우리는 선수출신이 아니었던 이들이 축구계에서 성공하는 것을 더러 보아 왔다. 상대의 전력분석, 음료와 장비보급, 서포팅, 비디오 촬영, 팀 홈페이지 운영 등은 꼭 두 발이 아니어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심지어 여성 팀원이라면 그냥 서서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팀에서 스트라이커 두세 명의 몫 그 이상을 해낸다. 편견을 버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운동장으로 나가라. 사회인축구에서라면 누구나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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