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공을 찬다고 해서 다 조기축구가 아니랍니다.
워밍업(Warm-up) : 우리들의 축구를 시작하기 전에
1. 조기축구? 아니 ‘사회인축구’
흔히 사회인축구를 가리켜 조기축구라 한정지어 말하곤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사회인축구의 모든 것을 풀어내기에 앞서 정확한 명칭과 그 정의에 대해 알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팀은 매주 일요일 낮에 운동을 하는 팀이다. 정오가 지나서야 킥오프를 하기 때문에 이 팀은 사회인축구팀은 맞지만 조기축구팀은 아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조기축구는 말 그대로 아침 일찍 함께 모여서 운동하는 팀을 일컫는 말이다. 조기유학, 조기졸업과 같은 말이 이른 시기의 유학과 공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기축구 역시 이른 아침 혹은 새벽에 축구경기를 하는 팀과 그런 문화에서 생겨난 말이다.
일전에는 많은 생활체육인들이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등산을 가듯 축구를 즐긴 덕분에 조기축구라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 사회인축구 전반을 일컫는 용어로 통용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꼭 아침이 아니더라도 주말 낮과 저녁, 그리고 평일 저녁까지의 모든 시간에 사회인들의 축구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사회인야구와 마찬가지로 사회인축구는 사회인들이 모여서 함께 땀내 풍기며 공을 차는 모든 것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사회인이란 무엇일까?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축구선수가 있다. 하나는 축구를 업으로 삼아 프로팀과 계약하여 매주 혹은 매월 급여를 받는 프로축구선수(축구가 직업이고 클럽이 직장인 선수), 하나는 축구가 좋아 금전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때에는 오히려 돈을 써가면서까지 혹한과 땡볕에서도 몇 시간이고 공을 쫓는 사람들. 후자가 바로 사회인이다. 본업이 축구가 아니며 축구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사회인이라고 부르고, 그들이 한데 모여 만든 팀을 사회인축구팀, 그런 사람들을 사회인축구선수라 말한다. 여기에는 중 ·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 회사원, 종교인 등 다양한 연령과 성격을 가진 많은 이들이 포함된다.
나 역시 지금의 팀에서 활동하기에 앞서 많은 사회인축구팀을 거쳤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교단체의 팀에서 용병으로 경기를 뛰었으며 학교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던 팀도 여러 개에, 잠깐이지만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던 음료공장의 사내 팀까지. 운이 좋아 몇 번은 축구를 통해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던 적도 있었는데 액수가 크지 않았고, 보통은 ‘회식’이나 ‘차비’ 등의 명목으로 주어지곤 했다. 축구를 통해 무엇인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인축구를 즐기면서 가장 영광스러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사회인들이 축구를 통해 진정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것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이다. 또 일주일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풀고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친목을 다지며 나누는 끈끈함이 그 다음이 될 것이다. 이 점 때문에 프로축구와 사회인축구는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고 또 다르다. 필자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직접 사회인축구의 현장을 뛰며 느끼고 본 것을 바탕으로 한 그 같음과 다름에 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