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이 없어 매주가 원정인 팀도 있다. 그들에게 바친다.
9. 원정경기 승률을 높이는 팁 앤 노하우
사실 사회인축구는 매주가 원정이다. 장기계약을 체결한 홈구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할 경우 거의 매주 경기장과 상대방이 바뀌며 시합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정경기에서의 승률을 높인다는 것은 사회인축구 전체의 승률을 높인다는 말과 동일하다. 필자는 팀의 감독으로서 지난 2014년의 모든 경기에서 7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다. 세 경기를 치르면 두 번 이상을 이겼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중 같은 팀과 두 번 이상 경기한 비율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매주 철저히 사전조사를 하며 현저히 경기력이 차이 나는 약팀과 경기를 한 것이 아닌데 과연 어떻게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필살 전술을 준비하라
감독의 선호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각 팀별로 보유하고 있는 스쿼드에 적합하거나 팀컬러에 부합하는 전술이 있을 것이다. 4-3-3이라던가 4-2-3-1과 같은. 필살 전술이라 함은 이러한 전형 중에서 팀원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몸에도 배어있는 배치를 말한다. 팀원 모두에게 익숙한 전술은 팀원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술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팀, 높이와 체격조건이 좋은 팀, 전술적 유연성이 좋은 팀 등 팀컬러와 스쿼드에 맞는 전술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어웨이 승률을 높이는 첫 번째 팁이다.
기량과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회인축구팀에서 매 경기마다 상대에 맞춘 스쿼드와 전술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잘하는 것이 있으니 정면으로 붙어봅시다!’의 자세로 준비해야지, ‘자 그럼, 어떻게 하나 한 번 볼까?’하는 태도로 경기에 나섰다가는 내내 헤매고 당황할 것이다. 그 전형과 세부전략이 필살기가 될 때까지 갈고 닦아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전후반 관점에서 경기를 준비하라
25분씩 적게는 4게임에서 많게는 6게임 이상을 뛰는 사회인축구 경기에서 승무패를 가르는 것은 25분(1게임)이 아니라 최소 4게임 이상의 합산 스코어다. 최종스코어와 게임별 승패를 모두 더해 승무패로 계산하기 때문에 단 한 게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으며 이것은 사회인축구를 더 치열하고 재밌게 만들어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시스템적 한계 때문에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게임을 양분하여 치를 수는 없지만 임의로 전반과 후반을 나눌 수는 있다. 거시적 관점이란 이렇게 경기를 큰 그림으로 그려 보는 것이다.
첼시의 감독인 조세 무리뉴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처럼 1, 2차전으로 치러지는 경기에서 첫 경기를 전반, 2차전을 후반이라 생각하고 게임을 준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회인축구도 마찬가지. 4게임이 예상된다면 앞의 1, 2게임은 전반 뒤의 3, 4게임은 후반으로 생각하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체력이 방전된 상대를 노리기 위해 3, 4게임에 전력을 집중하는 방법, 기선제압을 위해 1, 2 게임에 상대를 거세게 몰아치는 방법,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는 방법 등.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에서 어느 곳에 마킹을 할 것인지는 팀의 몫이다. 허나 눈앞의 게임을 이기기 위해 모든 전력을 투입하는 방법은 전투에선 이겼으나 전쟁에선 이기지 못하는 불상사를 낳을 수 있다.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방법이다.
3파전의 경우 그날의 첫 경기는 피하라
단 10분이라도 경기에 앞서 상대의 기량과 기본기를 파악하는 것은 마음가짐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경기 전 워밍업에서 살펴본 상대의 슈팅이나 패스워크, 볼 컨트롤이 수준급이라면 더욱 출중한 스쿼드에, 정신력까지 무장시켜서 내보낼 수 있을 것이고 상대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반대로 그날은 실전경험과 기량이 부족한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인축구팀의 경기는 대개 3파전으로 진행된다. 이 경우 25분씩 교차로 서로가 경기를 치르는데 상대 두 팀이 모두 생소하다면 그날의 첫 게임은 쉬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앞서 말했듯 상대의 플레이와 수준을 미리 보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영상이나 통계자료가 전무한 사회인축구의 세계에서 그 25분은 커다란 차이를 만들 수 있고 이것은 필자가 어웨이 게임에서 승률을 높이는데 가장 커다란 기여를 한 방법이다. 상대팀 역시 우리의 워밍업과 플레이를 보고 분석할 것이므로 첫 경기를 피하는 것은 두 팀 모두를 상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주일을 참았는데 첫 게임부터 의욕을 불태울 필요는 없다. 쉬어라. 그리고 보아라. 그러면 승리가 따라올 것이다.
허나 반대로 많이 뛰고 오래 뛰는 것이 목적인 팀이라면, 또 선수단이 많아 로테이션이 꼭 필요한 팀이라면 먼저 게임을 뛸 수 있도록 사전에 조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전정보를 입수하라
사전 통계자료가 전무한 사회인축구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팀들은 카페나 밴드 같은 자체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하면(구글링) 이들의 커뮤니티에 몰래 찾아가 그들의 상대전적을 살펴볼 수도 있고, 정말 운이 좋다면 그들이 상대와의 경기 후에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경기를 분석해 놓은 글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정말 커다란 수확이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팀이라면 컴퓨터와 인터넷에 능한 팀원이 하나 이상 반드시 있을 것이다. 프로팀이라고 이런 방법을 쓰지 않을 것 같은가? 승리를 위해서라면 상대방에 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는 뭐든 옳다.
또 하나 사전에 입수할 수 있는 정보는 바로 경기장에 대한 정보다. 요즘은 굉장히 온라인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웹 사이트에서 구장 이름만 검색하면 규모와 시설, 잔디의 상태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국제규격(105X68)을 만족하는가?, 팀이 평소 익숙하게 운동해왔던 피치와 비슷한가?, 주변에 음료를 수급할 수 있는 마트와 회식장소가 있는가?, 식수 및 샤워시설이 마련되어 있는가? 등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미리 경기장에 찾아가 분석을 했던 적도 있다. 초청 받아 원정을 가는 경우라면 그들에겐 익숙한 홈그라운드가 우리에겐 낯선 피치가 된다. 이 어찌 경기력과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또한 어웨이 게임의 경우 홈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심해 많은 팀원들이 출석할수록 체력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이 역시 사전 출석여부 확인을 통해 수치화 할 수 있는 자료다. 사회인축구가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언젠가 원정에서 만났던 한 팀의 감독님께서는 태블릿PC를 들고 경기장에 나타나 계속 무엇인가를 적고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겁하고 치사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위해 최대한 많은 것들을 동원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