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왕, 살롱의 마담이 되다.

동네서점 완도살롱 창업기 #1

by 이종인

(축구를 왕왕 좋아해서 축구왕입니다.)


서울에서 보낸 지난 10년 중 마지막 5년 동안 저는 사회인 축구팀의 감독이었습니다. 주말마다 정말 열심히 공을 차며 뛰었고, 그로부터 느끼고 배운 것들을 글로 옮겼더니 이곳 브런치를 통해 무려 축구를 주제로 책을 낼 수 있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렇게 또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어 글을 쓰는 것은 일종의 기원이자 바람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또 격하게 좋아한 기록이 제 첫 책처럼 언젠가 아름다운 결과물로 이어지길 바라니까요.


어쩌면 이번 이야기는 축구보다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네서점 '완도살롱'이 자리하게 될 (구)국제문구


사실 서점, 아니 장사를 하기에 완도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닙니다.


인구는 5만 명 남짓. 그마저도 260개가 넘는 섬에 나뉘어 살고 있고 1년에 한 번 있는 청산도 축제와, 3년마다 개최되는 해조류박람회를 제외하면 외지인들이 모여드는 이벤트도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완도에는 대학이나 커다란 회사도 없어서 주된 고객이 될 젊은이들의 숫자도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주거공간에 남아 있던 흔적


하지만 온갖 레드 라이트에도 불구하고 제가 용감하게 계약을 강행한 까닭은 이곳이 서점이기 전에 제가 머물고 살아갈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기 위해 글 쓰고, 책도 읽고, 방송도 하며 지낼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고, 상가 안쪽에 널찍하게 주거 공간이 있는 이곳은 저에게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 공간에 '서점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가뜩이나 젊은 사람들(2~30대)이 없는 완도에 그들이 모여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서울살이 막바지에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이 아닌 문화를 공유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독립서점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때빼고 광내기 전 '완도살롱'


앞뒤물불 안가리는 성격(a.k.a 부주의한) 덕분에 계약 이후 '완도살롱'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까지 조금 많이 고생해야 했지만,


공간 점검과 보수를 위해 들락날락거리면서 이곳이 완도군청, 곧 완공되는 완도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 완도군립도서관 등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과 오랫동안 서점과 문구점으로 운영되어온 덕분에 '국제문구 자리!'하면 완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네서점 완도살롱 before


그렇게 고생고생하던 어느날 문득 완도살롱 내부 수리와 청소를 마치고 얹혀 살고 있는 친구 녀석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점 주인을 가리키는 적당한 호칭이 뭐가 있을까?'


사장?

주인장?

오너?

씨이오?


짧은 고민 끝에 저는 '살롱에는 역시 마담이 어울려'라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그렇게 축구왕 이감독은 완도살롱 이마담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동네서점 완도살롱 창업기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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