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살롱 폐업기 - 10
오늘 저녁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내 손으로 완도살롱을 파괴하고, 또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나서 다른 용도의 공간으로 바뀌거나 텅 비어버린(하지만 한때는 완도살롱이었던) 이곳에 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뭐 돌이켜보면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더러 있습니다. 살던 집이나, 모교, 다니던 회사 주변에 갔을 때 말이지요. 그때마다 아주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썩 나쁘지도 않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오래 남아 있는 것은 좋은 기억들이었습니다. 단칸방에서 보냈던 힘든 시절이나 대학에서의 못 이룬 연애, 해고를 가장한 권고사직을 당했을 때의 아픔 따위 등이지요. 아? 꼭 좋은 기억만 남는 것은 아닌가 보군요. 뭐 아무튼.
훗날 완도살롱에서 보낸 시간은 제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그리고 이곳에 다녀가신 분들에게는 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또 오늘 저녁에는 약 1년 만에 방문해주신 손님이 계셨습니다. 일이 있어 목포에 오셨다가 지난여름에 방문했던 완도살롱 생각이 나셨다나요. 완도에 이 공간이 앞으로도 쭉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폐업을 준비하며 폐업기를 연재하고 있는 저를 감동케 했습니다. 사실 제 맘도 그와 같으니까요. 할 수만 있다면 이 공간은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10000년 정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완도살롱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더 귀해집니다. 내일, 모레 그리고 앞으로 남은 겨울 동안에는 오시는 분들에게 더욱 포근하고 친근한 질문과 이야기들을 건네야겠습니다. 가슴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위스키를 한 잔씩 나누면서요.
다음 주에는 비가 내리고 날이 더 차가워진다고 합니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감기나 외로움을 특히 더 조심하시고요. 저는 지금껏 그랬듯 이 골목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