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축구하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인 Nov 24. 2015

풋볼플랜 '24/7'

'축구는 일주일 내내 계속 된다.'


21. ‘플랜 7’과 최종목표 : 단 몇 시간의 경기, 하지만 축구는 일주일 내내 계속되어야 한다.


 프로선수들의 일주일은 바쁘다. 주말에 있는 리그 경기를 치르고 나면 피로를 회복하는 데에만 이틀 혹은 3일의 시간이 걸리고, 혹여 중간에 컵 대회가 있다면 이 시간은 더 줄어든다. 이 외에 미디어와의 인터뷰, 개인정비(사생활), 개인훈련, 그리고 일주일 내내 계속되는 다음 라운드 준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프로선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밖에 경기를 치르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사회인축구선수들에게도 일주일은 바쁘다. 학생들이라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해야 하며 직장인이라면 경제활동에 온 신경을 쏟아 부은 후에야 주말(대다수의 팀들이 경기를 치르는)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금요일에 거나하게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일요일에 경기를 하는 팀의 경우에는 주말이 더욱 빠르게만 느껴진다. 이는 사회인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인 훈련부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원인이며 감독이나 코치와 같은 운영진이 제대로 팀을 관리하기 힘든 조건이기도 하다. 일주일 내내 축구만 하는 프로선수들도 주말 경기에서 온전히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데, 그렇지 못한 이들의 컨디션이 고르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이들은 반드시 있다. 필자는 팀의 감독으로서 그들이 어떻게 실력과 친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지 연구해보았는데 놀랍게도 소위 잘나가는 팀들에게는 그들만이 갖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끄럽게 해라


 일주일에 한 번 얼굴을 보는 것이 만남의 전부였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온라인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회인축구팀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카페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필자의 팀 역시 마찬가지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커뮤니티를 사용하고 있다. 팀 커뮤니티로 카페를 사용하면 좋은 점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용법이 간단하고, 일정이나 설문 등이 쉽다는 것이다. 필자가 감독으로 있는 팀의 경우 매주 경기 일정을 카페에 공지하여 댓글과 설문으로 참석자가 누구인지 체크하고, 경기 후 수기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보통 매주 일요일에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목요일 혹은 금요일부터 카페에 들르는 팀원이 생기고, 경기수기가 올라오면 또 그것을 보고 토의하기 위해 수요일까지 카페가 붐비곤 한다. 이 외에 다양한 유머자료나 남성들의 자료를 카페에 공유하여 방문자의 수를 높일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소통을 돕는 것이 메신저 단체 톡방이다. 스마트폰과 PC 모두에서 연동되는 메신저 톡방을 통해 더욱 간단한 설문과 공지는 물론, 일주일 내내 축구와 일상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거의 모든 팀들이 메신저로 소통하고 있겠지만 불과 2~3년 전만해도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대단한 발전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이야기 하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고(같은 사람이 계속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발언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 때문에 더욱 소외감을 느끼는 팀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스무 명에서 서른 명의 팀원 모두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되는데 그것이 활발하고 긍정적으로 운영된다면 시너지는 일주일 내내 계속될 것이다. 경기장 밖에서의 소통이 곧 그라운드에서의 경기력으로 치환된다.


가볍고 즐거운 술자리 = 티키타카


 티키타카. 세계축구계를 지배하던 바르셀로나의 패스축구를 일컫는 말이다. 짧고 빠른 패스들로 수 없이 공간을 썰어가며 주도권을 가져오는 그들의 축구는 수년간 유럽, 아니 세계를 제패했다. 사회인축구팀에도 가끔씩 이렇게 짧고 빠른 소통이 필요하다. 그라운드에서 하는 소통은 어쩐지 단편적이고 기억에 남지 않는데 그 이유는 서로의 몸이 힘들고 숨도 가빠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이 중요하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가장 좋은 장소는 조용한 커피숍이지만 축구팀은 대개 남성들이 모인집단이기에 커피보단 술이 더 효과적인 대화의 촉매제가 되어 준다. 그리고 이런 가벼운 술자리들은 팀원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관계의 돈독함을 다지는데 굉장한 역할을 해낸다.


 사회인축구팀에 상하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이의 많고 적음일 것이다. 이것을 조금 무겁게 이야기하면 세대차이 혹은 생각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여기서 생기는 소통의 어려움은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명장 거스 히딩크가 맨 처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맡아 한 일도 “선후배를 막론하고 존댓말 대신 편하게 호칭하고 대화하라”는 것이라지 않는가. 선배와 후배의 심리적 차이가 좁아질수록 조직의 시너지는 올라간다. 때문에 가벼운 술자리를 통해 이 격차를 좁히는 것이 경기력을 더 좋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잦은 술자리, 혹은 폭음의 자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술은 적당할 땐 여러 장의 옐로카드도 귀엽게 용서해주지만 도가 지나치면 사소한 파울에도 레드카드를 꺼내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팀은 이런 술자리 불상사를 겪지 않기 위해, 또 후폭풍을 경험한 이후 팀원 간의 술자리를 전면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벼운 술자리든 차를 마시는 자리든 간에 소통을 위한 채널이 생긴다는 건 무조건 좋은 것이다. 오해를 풀고 더 나은 방향으로 팀을 나아가게 하는 힘은 대화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많은 축구팀들이 이런 긍정적인 소통과 커뮤니티를 위해 선택하고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위닝일레븐시리즈나 피파시리즈와 같은 축구 게임을 함께 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경쟁도 되고, 그라운드 위에서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이런 티키타카 플레이가 팀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사회인축구팀에서 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팀원들이 즐겁게 축구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에 있다. 그리고 축구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너무 딱딱하게 판에 박힌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축구를 통해 축구 그 이상을 꿈꿀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하면 쉽게 들릴지 모르겠다. 프로축구팀의 감독이 완벽한 이론으로 무장하여 전술만 잘 짜서는 성공할 수 없듯이 사회인축구팀 감독은 축구 이외의 다양한 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관계가 돈독한 팀들은 패배와 좌절의 경험도 쉽게 딛고 일어나는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직력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팀들은 한 번의 패배에도 팀이 휘청휘청 거리는 불안함을 보여준다. 아직도 나는 도저히 귀찮아서 하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있다면, 사람들의 얼굴에 물이라도 뿌려라. 가장 나쁜 것은 나쁜 교류가 아니라 교류가 없는 것, 경기 중 시원한 물 한잔!?은 어쩌면 여러분의 모래성을 더 돈독히 만들어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워게임에서 승리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