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없지만 꿈은 있습니다.
홈리스 월드컵 이야기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주거에 대한 불안함이었습니다. 전세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월세로 살아야하고, 월세를 내며 살아간다는 것은 포기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지난 과거를 되짚어도 변하는 것은 없겠지만 제가 지금껏 서울에서 지내며 지불했던 월세를 모았다면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씁쓸한 사실입니다.
최근 언론과 방송을 통해서 하우스푸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는 집을 사서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해 대출금을 갚느라 실제 생활이 빈곤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제 주변에도 결혼과 동시에 서울에 집을 구매했지만 은행 대출금을 갚느라 맛있는 외식 한 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쇼핑 한 번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더 풍족한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담보로 삼았다 이야기하지만 이 땅의 주거 환경이 슬프고 화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매 월 몇 십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낼 사정이 되지 않아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거나, 숙박업소를 전전하고 길에서 차가운 밤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흔히 홈리스 혹은 노숙자라고 부르는 이들을 가리켜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꾸미고 덮어도 그들이 느끼는 추위와 공포는 덮어지지 않습니다. 과연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걸까요?
지난 2003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8월 15회 2017 오슬로 대회를 앞두고 있는 홈리스 월드컵은 'A ball can change the world!(공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슬로건에 맞는 행보를 이어온 스포츠 이벤트입니다. 축구를 통해 홈리스들의 자립 의지와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고, 나아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홈리스 월드컵의 취지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베베(맨 왼쪽)과 홈리스 월드컵 홍보대사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 (왼쪽에서 세 번째)지난 2010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한 이래 지금(에이바르)까지도 프로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축구 선수 베베(Bebe) 또한 홈리스 월드컵 출신입니다. 홈리스 월드컵의 글로벌 홍보대사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직접 점찍어 영입한 선수인 베베는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희망이자 작은 축구공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롤 모델입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0년 브라질 히우 데 자네이루 대회에 처음 출전(최우수 신인팀상 수상)한 이래 지금껏 개최된 모든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가한 대회에서의 성적은 초라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한국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2010년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한 박종환 선수는 대회 이후 임대주택 입주 및 취업을 통해 삶의 변화를 이뤄낸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이와 같은 사례는 더욱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는 2017년 6월 9일 영등포 풋살 경기장에서 2017 노르웨이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할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진행됩니다. 이번 선발전을 통해 총 12명의 선수가 선발되어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며 홈리스 월드컵의 공식 주관사인 빅이슈 코리아가 이 모든 과정을 후원하고 돕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뛰는 국가대표라는 이름,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무대를 누비게 될 선수들은 누가 될까요?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 그리고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디 홈리스 월드컵이 전 세계의 홈리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이벤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