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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인 Sep 26. 2017

제 일은 홈리스 선수들의 내일입니다

매 홈리스 월드컵을 준비할 때마다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은 선수단을 운영하고 월드컵이 열리는 해외에 보내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홈리스 월드컵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선수들을 월드컵에 보내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스폰서십을 만든 누군가의 땀과 노력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이화선 매니저는 스폰서십, 임파워먼트, 현지 통역 및 팀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살림꾼이다. 그녀가 있었기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리스, 축구로 세상에 다시 서다.’의 열 한 번째이자 마지막 스토리는 지난 2년 동안 대표팀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의 오늘과 내일을 만들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다.


꿈을 찾아 영국으로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던 그녀는 친구를 따라 우연히 보게 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통해 축구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슬퍼하기도 하는 영국 축구팬들의 모습은 '축구계에서 일하면 너무나 가슴 뛰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 때마침 대학생활과 전공 학문에 회의감을 느끼던 그녀를 무작정 영국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왕 축구에 대해 공부할 것이라면 팬과 함께 하는 문화가 가장 잘 발달해 있는 영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축구 클럽 아스널의 팬이라는 점도 커다란 이유입니다. 언젠가는 아스널 구단에서 일하겠다는 꿈으로 힘든 영국 생활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드림 클럽 아스널의 일원이 되고 싶은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The FA(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3개월 동안 근무하는 등 여러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홈리스 월드컵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의 TV 다큐멘터리에서였다. 평소 스포츠의 사회적 기능을 통해 팬들과 호흡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리미어리그 구단과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홈리스 월드컵이야말로 처음 축구 경기를 봤을 때 느꼈던 열정과 환희가 있는 무대라고 느꼈다.


영국 유학시절 작성한 논문 또한 홈리스 월드컵에 관한 것이었다.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어떻게 다시 삶에 대한 동기를 얻고 자활/자립해나가는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룬 그녀의 논문은 훗날 그녀가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주관사인 빅이슈코리아에 입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처음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존재를 알았을 때 저 팀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5년 뒤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환상적인 순간이었어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2016 글래스고 홈리스 월드컵이 그녀의 데뷔전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은 네덜란드인 미힐 슬롯(Michel Slot)이었는데,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그녀의 영국 유학 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다. 외부인 입장에서 바라보며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 대회를 준비하고 치러내는 과정은 변수도,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힘들었던 것은 대회 이후 선수들이 자활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합숙 훈련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축구 훈련 외에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한 것과 선수들이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꿈같은 기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녀 스스로에게 실망과 좌절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서투르고 어색했던 첫 대회는 그녀를 더욱 성장시켰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이다. 물론 이번 월드컵과 우리 대표팀은 메인 스폰서인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 빅이슈코리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관계자, 서울노숙인시설협회 관계자, 홈리스 및 청소년 보호 시설 관계자, 이우연 트레이너 등 여러 단체와 개인의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이 모든 손길을 하나로 따뜻하게 묶어낸 이화선 매니저의 역할 또한 결코 작지 않았다.


2017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


빛나는 추억 위에 찬란한 이야기가 쓰여지기를

2017 월드컵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며칠 동안 열병을 앓았다. 대회가 열린 오슬로에서 선수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닌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안쓰럽고 부당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씩씩하게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생겼다는 것은 저에게도 커다란 기쁨입니다. 추억을 더욱 반짝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그 추억 위에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새로운 도전이 부담되거나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여러분께서 흘린 땀과 노력을 잊지 않으셨다면 저는 여러분이 자활과 자립을 위한 도전 또한 즐기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였음을 잊지 마시고 스스로의 빛을 다른 분들에게도 나누어주세요. 저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러분들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 2017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모든 이야기는 아래 스토리펀딩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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