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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Dec 04. 2020

글쓰기법칙

26_책은 영혼의 포도송이처럼

사람의 '생각'이 구체적인 형상을 띠고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포도송이와 비슷하게 생겼을 겁니다. 아주 처음에는 아주 작고 알갱이도 몇 알 되지 않는 송이로 시작하지만, 생각이 커가면서 포도알처럼 생각의 포도송이도 굵어지고 단맛도 생기는거죠. 지식을 쌓아 나가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포도송이가 커지면 그다음은 포도알 수를 늘려야 합니다. 매달린 포도알이 세 개뿐이라면 생각이나 글은 세 개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별자리에 대해 잘 아는 A와  대화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별자리’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주제입니다. 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A는 큰 곰자리나 작은 곰자리에 대한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할 겁니다. 제우스와 칼리스토, 헤라 여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음을 홀딱 빼앗길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양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A는 분명히 궁수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겁니다. 별자리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은 별자리에 대한 A의 지식에 탄복할 겁니다. 사실 별자리에 관한 이야기는 인문학의 기본적 텍스트에 해당하지만 동양인에게는 낯선 내용입니다. 흥미진진한 별자리 전설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 몇 번은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더라도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이야기는 주제에 따라 적절한 소재와 클루clue를 동원해야 합니다. 다양한 소재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지식의 포도알을 맺는 것과 같습니다. 포도알이 몇 개 없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도 있고, 적절한 지혜를 베풀어 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통’에 대한 대화에 끼어들게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마도 이 주제에 대해서는 PR이나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사람이 대화를 주도할 겁니다. PR의 목적이나 대중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기반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요.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PR을 전공한 사람의 주장에 반박도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소통’은 커뮤니케이션이나 PR 전공자의 전문분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대화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 뻔하기 때문입니다.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그 뻔한 스토리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세포 간 통신cell-to-cell interaction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꽤나 흥미로운 대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신의 세포는 필요에 따라 서로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신경세포nerve cell에 의한 것입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신체를 조절합니다. 세포 간의 물질교환을 통해서도 세포끼리 소통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호르몬에 의한 소통interaction입니다. 당연히 PR 전공자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분자생물학자의 이야기만큼 특이하지는 못할 겁니다. 사람들은 뻔한 이야기보다는 독특한 접근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독특한 접근법이란 다른 사람과 달리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탁월함에서 비롯됩니다.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탁월함은 다양한 지식에서 오는 것이고 지식을 쌓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뿐입니다. 넓은 독서를 한 사람에게는 여러 개의 알이 달린 포도송이가, 거기에 깊이 있는 독서까지 했다면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그 영혼에 자라고 있을 겁니다. 풍요로운 스토리를 풀어가려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엽적인 글재주는 그다음이죠.    

                 

글의 구성요소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는 써 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방법은 쓴 만큼 알게 됩니다. 많이 쓰면 필력이 붙는다고 하지요. 글을 쓰는 것이 두뇌활동이라고 오해하는 이가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글은 온몸으로 만드는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손끝에서 완성됩니다. 글쓰기는 자전거 타기와도 비슷합니다. 자전거의 역사와 자전거 타기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책을 서너 권 읽어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습니다. 무작정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글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래서 다작多作이 중요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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