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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Dec 06. 2020

글쓰기법칙

30_노트를 만드세요.

글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독자의 것입니다. 읽는 사람이 재미나 소용을 느낄 수 없으면 그 글은 버림받게 되는 것이지요. 글의 재미는 기교가 아닌 스토리의 진정성에서 나옵니다. 다양한 사람이 여러 상황에서 부딪치며 생겨나는 흥미진진한 일화逸話는 독자에게 재미와 교훈을 줍니다. 일화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글에 생명을 부여하는데, 특히 동양 고전의 다양한 스토리에서 유래由來한 성어成語는 밋밋해지기 쉬운 글 속 주장에 당위성과 명분을 부여합니다.

    

공기업 스피치라이터로 일하던 2013년부터 다시 고전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논어論語와 맹자孟子를 읽었는데, 유가儒家의 글은 주장하는 내용이나 기술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에 조금 다른 학파의 글을 섞어가며 읽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병가兵家는 매우 좋은 대안이었습니다. 병서에는 경영에 대한 글을 쓸 때 인용할만한 문장이 많거든요. 병법 총서에 해당하는 무경칠서武經七書에는 빼어난 글이 많고, 저자著者 가운데 제갈량諸葛亮처럼 독자에게 익숙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을 하기에도 유리합니다.     


고전古典은 그 구성이 방대하기 때문에 한두 번 읽어서는 적절하게 인용하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고전을 읽을 때 꼼꼼히 노트를 하는 이유입니다. 인문학 독서 노트는 나중에 아주 요긴한 글 재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노트 방법은 간단합니다. 동양고전은 한문으로, 서양 고전은 영어나 라틴어로 된 것이 많지요. 읽을 때부터 원전原典과 번역문이 함께 있는 선택하고 마음에 맞는 글을 발견하면 밑줄을 그어 놓습니다. 책을 끝까지 일독한 후에는 밑줄 그은 부분만 다시 읽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원문과 번역문을 비교한다면 좋을 겁니다. 원문과 비교하면서 읽으면 우리말 번역이 원전을 제대로 옮기지 못했음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 줄 친 부분을 노트에 옮깁니다. 노트를 할 때는 원전과 번역문을 함께 쓰고, 읽은 책 이름, 저자,  읽은 날짜를 함께 적어둡니다. 거기에 이따금 노트를 펼쳐 읽다가 노트 빈 공간에 자기 생각을 곁들이면 비로소 자기만의 독서노트가 완성되는 겁니다. 책이든 노트든 읽는 행위는 반드시 적극적이라야 합니다. 자기 의견을 책이나 노트에 써넣는 것은 수천 년 전의 저자와 필담을 나누는 매우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능동적인 독서는 글쓰기의 핵심核心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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