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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Dec 09. 2020

글쓰기법칙

35_인용구 수집

서점에 나온 책 가운데 팔릴 것 같지 않은 책이 있는데, 바로 <명언집>입니다. 나는 명언집名言集을 따로 사서 읽지 않습니다. 적어도 한 권 이상의 책으로 장황하지만 정성스럽게 풀어 설명해 놓은 저자의 지식과 주장을 단지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해 읽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다. 맥락 없이 <명언>이라는 이름으로 몇 줄에 걸쳐 간추린 글은 부서진 지푸라기처럼 무게도 없이 허공을 떠돌게 됩니다. 책이 귀하던 옛날에는 종이책 한 권 값이 집 한 채보다 비싼 것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여간한 부자가 아니면 책을 읽을 수 없었을 겁니다. 지식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이런 시대의 다독多讀은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을 겁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다독多讀이죠.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밑줄 그으며 한 번 읽고,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읽으면 전에 그어 놓은 밑줄이 눈에 거슬릴 때도 많습니다. 마음이 가는 부분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은 책이 흔합니다. 비록 만 원 조금 넘는 값이지만 다 읽고 나면 책값이 생각나는 허접한 것부터,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알찬 것까지 매일 수십 권씩 새 책이 쏟아져 나와 서점에 널립니다. 같은 책을 몇 번 다시 읽을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어떤 내용을 읽었는지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간추리는 노트를 시작했습니다. 노트를 할 때는 한 구절만 옮겨 적지 않고 글의 맥락을 알 수 있도록 주변의 글을 함께 옮겨 적어 두었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읽는 것이 좋더군요. 책 전체를 다시 읽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맥락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추려 읽는 것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회상回想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노트는 고맙게도 나중에 글을 쓸 때 요긴한 글 재료가 되어 줍니다.


도서명: 一針 (정민)  

<p.234>     

諍臣七人 (孔子) (孝經, 諫諍篇)    

증자가 물었다. “아버지 말씀을 잘 따르면 효자일까요?” 공자가 대답했다. “옛날에 천자는 바른말로 간쟁하는 신하가 일곱 명만 있으면 아무리 무도해도 천하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 불의함을 보면 바른말로 아뢰어야지, 아버지의 분부만 따르는 것을 어찌 효자라 하겠느냐?”    


<내가 읽은 해석>

예스맨은 조직에 해롭다. 성공하는 조직에는 자유로운 토론과 리더의 지혜로운 결단, 목표를 향한 끈질김이 있다. 리더 (‘윗사람’이 아니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판단한다. 모든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리더는 자신의 지혜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수렴’하는 것이 아니다.) 결단해야 한다. 토론의 과정은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견해를 얻기 위해서다. 모든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모든 의견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가 다른 의견에 대해 면박을 주면 나머지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말을 해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입이 열린다. 의견이 돌아야 조직이 건강해진다. 건강하지 않은 조직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다양한 견해를 조화롭게 융합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리더다. 나이 들면 완고해진다. 한 가지 생각만 고집한다. 다양한 견해와 입장을 듣고 헤아리는 유연함이 지식인의 덕목이다. 이런 유연함은 젊다고 해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읽고 있는 책을 간추린 노트의 일부입니다. 나는 원문의 일부를 옮겨 적고, 나름의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노트를 다시 읽을 때마다 ‘나름의 해석’이 늘어납니다. 덧글을 쓰면 생각은 깊어지고 글쓰기 테크닉도 늘죠.  위의 방법은 책을 정해 놓고 그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정리summary 하듯 추리는 방법입니다. 다음 방법은 맥락을 신경 쓰지 않고 좋은 구절만 골라 놓는 방법입니다. 깊이 있다고 여겨지는 책은 전자의 방법을 쓰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에 대해서는 후자의 방법이 효율적입니다.     


•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도,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넓은 인간 세계를 보면 현명한 인간과 어리석은 인간, 가난한 인간과 부자인 인간, 신분이 높은 인간과 낮은 인간이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배우면서 깨달은 것에 의해 극명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귀천상하로 나뉜 것이 아니지만 학문에 의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으로 귀인이 되고 부자가 되며, 배움이 없는 자는 가난해지며 하인이 되는 것이다. 인간을 나누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공부다.                 (후쿠자와 유키치, <학문의 권유>)    


• (위대한 사람들의 80퍼센트가 독학인 이유는) 최고의 인간 교육은 학교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가르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새뮤얼 스마일스, <자조론>, <인격론>의 저자)    


• 하늘이 큰 임무를 내릴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고, 힘줄과 뼈를 피곤에 지치게 하며, 육신과 살갗을 굶주림에 시달리게 하고, 그의 몸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만든다. 그러고 행하는 일마다 그가 원하던 바와는 완전히 다르게 엉망으로 만들어놓곤 하는데, 그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그 사람의 성질을 참고 견디게 하여서 예전에는 해내지 못하던 일을 더욱 잘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다.    (孟子)    


• 인생은 아주 단순하다. 당신이 할 일을 해라. 대부분은 실패할 것이다. 일부는 성공할 것이다. 되는 일을 더 열심히 해라. 그 일이 잘 된다면 다른 사람이 재빠르게 따라 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다른 일을 해라. 비결은 ‘특별한 어떤 일’을 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슬프지 않다. 비전이 없으면 슬프다.  (헬렌 켈러)    


• 인간은 시련에 대처하는 방식에 의해 삶의 모습이 결정된다.    (아담 J. 잭슨, <플립사이드>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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