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쉼'이란, 새로운 발걸음을 떼는 가장 좋은 방법
쉬어가는 브릭센(brixen)
돌로미티의 소도시
매일매일 하이킹에 지쳤다면 하루 정도는 시간이 많아 흘러 넘칠 것 같은 백수처럼 하루를 보내보자.
새로운 발걸음을 떼는 방법은 어쩌면 '쉼'이 아닐까.
브릭센역(Bressanone)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거리상으로는 오스트리아와 더 가깝다.
이탈리아어와 독일어를 함께 사용하며 주민들이 독어를 더 많이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브릭센은 티롤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브릭센에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볼차노역에서 출발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저 멀리 산속의 호텔
마치 동화 같았다. 누군가는 묵고 있을까?
브릭센 올드타운
한적한 분위기에 사람들의 여유까지 더해진 낙원이었다.
다리를 건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았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수제비뜨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아도 할아버지의 애정 어린 눈빛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내 할아버지도 늘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 해주셨었는데, 손자만 많은 집에 첫 손녀라 엄청 애지중지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딸이라 더 소중하다고 매번 서울에 올라오실 때마다 집에 있기 심심할 때면 동네 마실을 나가시고는 슈퍼에서 내가 좋아하는 더블비얀코를 한 봉지 가득 사다 주셨었다. 할아버지가 다시 집으로 내려가신 후에도 냉장고에 남아 있던 더블비얀코는 항상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다. 시골에 가면 늘 함께 백구가 자라는 것을 보던 일, 술 못하는 아빠 대신 엄마와 대작하시던 일, 백구가 새끼를 낳았을 때 집에 데려가서 키우는 것을 반대하던 부모님 때문에 엉엉 울던 나를 다독여주시던 일. 생각해보면 짧은 날들이지만 이렇게까지 사랑받았던 기억이 한가득이다. 혼자 길을 걷다 보면 참 많은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온기를 품고 있는 이 동네를 그냥 걸었다.
산만 타지 않았을 뿐이지 결국 하루 종일 걷는 것은 똑같았던 하루.
그래도 사람 사는 풍경과 아이들 그리고 거기에 어우러진 자연을 보며 걸어서인지
시간 많은 백수의 산책처럼 느껴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신발끈을 묶던 여자아이들도 참 귀여웠고 말야.
브릭센의 랜드마크, 브릭센성당
따뜻한 성당의 색이 그날의 날씨와 잘 어울렸다.
하루 정도는 쉬어가도 괜찮다.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쉬어야 에너지를 품고 다시 걸을 수 있다.
새로운 발걸음을 떼는 방법은 어쩌면 '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