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3일
여러 번의 염색과 파마로 가뜩이나 가는 나의 머리는 잠시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머리색으로 염색한 뒤 당분간 머리는 관리에만 집중하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머리에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의 엄마는 축 처진 나의 생머리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샵을 예약했다. 본인 머리 할 때, 가서 같이 하자고 한다. 볼륨이 필요하다나 어쩐다나. 난 정말 미용을 할 생각이 없었다. 12시로 예약을 잡아놓고 엄마와 아침을 먹은 뒤 30분 정도 잠을 잤다. 근데 고새 하늘이 캄캄해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가기 더 귀찮아진 난 엄마에게 예약을 취소하라고 했으나 확인해보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취소에는 위약금이 발생한다. 참 요즘 세상, 별게 다 잘되어 있다. 이미 원장님도 시간을 비워놨다며 오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우산 하나 들고는 집을 나섰다. 분명 비였는데 밖으로 나가니 작은 우박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머리 한다니까 이렇게 하늘이 나서서 방해한다니 참 신기했다. 결국 미용실에 도착해서 미용을 했다. 자다 깨서 억지로 끌려 나왔으나 정말 마음에 들게 완성됐다. 내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볼륨과 웨이브가 딱이다. 신기하게도 머리 하는 도중에 날이 개기 시작했고 정말 오랜만에 청명 그 자체의 하늘을 보았다. 머리를 하고 나와서 떡볶이에 핫도그를 먹고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이 예쁘다고 한 마디씩 건네신다. 최근에 이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너무 안 꾸미고 다녔나, 싶게 기분 좋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