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게장을 향한 대장정

2019년 4월 6일

by 제인

2주 전부터 노래를 불러오던 게장을 먹는 대망의 아침이 밝았다. 평소에 게장을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갑자기 확 당겨버린 그런 거 알죠. 게장 맛집을 찾으머 알게 된 사실, 1. 게장은 비싸다 2. 게장을 잘하는 집이 흔치 않다. 이 두 가지를 다 잡은 게장 맛집이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었다. 이건 먹으라는 신의 계시다. 게장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작전을 세웠다. 산을 타자.


우리 집 뒷산에서 출발해서 산을 타고 반대편으로 아예 넘어가버리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갈 수 있다. 약 한 시간 정도를 산을 타고 내려오니 게장이 있는 동네에 도착해있었다.



식당이 10시 반에 오픈이라 엄마는 너무 딱 맞춰 들어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며 동네를 한 바퀴 돌자고 했다. 그리곤 식당에 다시 갔을 때가 11시쯤 되었을까, 자리는 이미 만석에 우리 앞으로 4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빗나간 엄마의 예상. 그래도 처음 들어갔던 사람들이 거의 나올 때가 되어서 10분 정도만 기다리고 식사할 수 있었다. 내가 다 먹고 나올 때쯤은 대기가 기본 2시간이었다.


게장 2인분과 계란찜을 주문했다. 게장은 밥도둑이라는 소문은 진짜였다. 한 공기 뚝딱, 두 공기 쓱싹. 비려서 양념게장을 더 선호해왔다. 진짜 맛있는 게장집은 오히려 간장게장이 맛있다던데 이 곳이 그랬다. 전혀 비리지 않고 너무 맛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장갑 낀 왼손에는 비닐장갑을 낀 채로 게를 하나씩 집고 있고 오른손으로는 밥을 뜨기 비빴다. 다 집중한 모습이라 웃음이 났다. 맛있는 것 앞에서 인간은 다 똑같다. 쉼 없이 먹고 나니 턱이 다 아프고 몸이 힘들었다. 두 공기도 모자라 밥 세공기를 시킨 엄마가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토할 것 같아."라고. 새우장까지 포장해서 식당을 나섰다. 근래에 이렇게 만족했던 식사가 있었던가.


배가 부르니 조금만 걸어가서 택시를 잡자는 엄마 말을 듣고 걷기 시작했다. 근데 아무리 걸어도 택시는 보이지 않고 터널이 나타났다. 집까지 걸어가려는 엄마의 꼼수에 당해버린 것이다. 결국 1시간 반을 산을 타고 갔다가 2시간을 돌아 걸어왔다. 집에 와서 바로 뻗어버렸다. 배부르고 등 따시고 잠은 솔솔 오고, 진정한 토요일 파라다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