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현생을 잃지 않는 덕후

2019년 4월 18일

by 제인

BTS의 한국 컴백 있는 오늘이 밝았다. 아침,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노트북과 짐을 바리바리 챙겨 나오며 오늘은 일 끝나고 카페에서 과제와 나름의 숙제들을 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막상 컴백무대 시간이 다가오니 본방 사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피어났다. 집에 오는 전철을 탈 때까지도 고민을 했다. 집에 갈 것인가, 카페에서 과제를 할 것인가. 후자를 택했다. 잠깐의 향락에 취해 내 현실을 잃지 않기로 했다. 과제를 마치고도 충분히 고화질로 볼 수 있는 세상 아닌가. 티비 아니고는 선택권이 없어 비디오로 녹화를 하던 2000년대의 덕질과는 차원이 다른 요즘이다. 사실 나는 참 이기적인 덕후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팬들은 그들을 위해 헌신한다. 하지만 난 철저하게 이들을 나 좋자고 이용하는 편이다. 우울할 때, 이들의 음악을 듣고 위로받고 사진 보며 행복해하고 방송을 보며 웃는다. 그리고 그들의 무대 밖의 현실도 행복하길 간절하게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내 현실을 놓아버리고 할 일을 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꿈을 꾸고 현실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난 현생을 잃지 않는 덕후의 포지션으로 꿋꿋하게 그들을 응원할 생각이다. 또한 나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