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투난 자리에 다른 약속

2019년 6월 7일

by 제인

어젯밤부터 비가 왔다.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들리듯 쏟아졌다. 간밤의 비는 오늘의 아침까지 내릴 비를 남겨두었는지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에도 비가 쏟아졌다. 비 오는 날은 꼭 의무적으로 하게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잡았던 약속 취소하기'. 오늘의 저녁 약속을 아침부터 취소했다. 와인 마시기로 한 날이었는데, 오늘은 영 아니었다. 약속을 취소하고 나니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한 시간도 안되어 푸른 하늘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날아가버린 무드는 약속을 되돌리게 하진 않았다.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금요일 오후의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일찍 퇴근하는 지인이 회사 근처로 오겠다고 한다. 흔쾌히 승낙했고 결국 약속을 파투 낸 자리에 다른 약속이 우연히 채워졌다. 의도치 않았지만 친구에게 미안해서 어떤 증거도 SNS에 남기지 않았다. 그저 즐겁게 대화하고 먹고 마시며 금요일 밤을 허전하지 않게 채웠다.